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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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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는 어떤 세계에서 살고 있는가
서평자
김성초
발행사항
460 호(2018-06-29)
뉴 코스모스

목차

  • 01_살아 숨 쉬는 코스모스
  • 02_태양의 피날레
  • 03_푸른 행성의 미래
  • 04_달의 기억
  • 05_추억과 희망
  • 06_페이스오프 비너스
  • 07_되찾고 싶은 옛 형제
  • 08_보물찾기
  • 09_우리 은하의 참모습
  • 10_안드로메다와의 랑데부
  • 11_빅뱅의 메아리
  • 12_과거만 보이는 존재
  • 13_티끌 한 점 없는 공간
  • 14_미지의 힘
  • 15_가장 밝지만 빛나지 않는 것
  • 16_우주의 운명
  • 17_콘택트

    서평자

    김성초 (순천대학교 기계우주항공학부 교수)

    서평

    우리는 어떤 세계에서 살고 있는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다큐멘터리 TV와 책으로 거의 동시에 발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에 출판되어 큰 반향이 있었다. 그때 『코스모스』를 단숨에 읽고 느꼈던 흥분은 지금도 생생하며, 주제와 달리 내용이 특별히 어렵지도 않았다. 데이비드 아이허는 어린 나이에 우연한 교류로 알게 된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를 통해 알려줬던 우주에 대한 지식을 『뉴 코스모스』에서 크게 확장하였다. 에세이를 읽듯이 주말에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이 책을 가볍게 읽는 데는 한계가 있다. 100편의 참고 문헌도 방대하지만 우선 일상적으로 생소한 용어들이 많다. 칼 세이건처럼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분명한데도 낯선 구절이 너무 많다. 저자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멋진 사진들을 적절히 선택하였고 그 수가 많지 않아서 중요한 주제를 파악하는 데 쉽게 집중할 수 있다. 만약 이 책의 내용이 좀 부담스럽다면 사진을 보고 그 사진에 대한 설명과 그 사진 근처에서 몇 쪽만 읽어도 흥미가 넘친다. 책장을 넘기면서 빈번하게 마주치는 숫자도 초심자에게는 생소하다. 그 값이 너무 크거나 너무 작아서 일상적인 단위와 크기에 익숙한 사람은 감각적으로 짐작하기 어렵다. 이 숫자는 지금까지의 과학과 기술로 파악된 것이며 더 고도한 방법에 의해 수정될 가능성도 매우 높아서 그냥 대략적인 값으로 이해하면 된다. 우주의 나이를 137억 9800±3700만 년이라고 오차까지 표시해서 매우 정밀한 것처럼 제시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와 매우 친숙한 달의 생성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가설만 있을 뿐이고 하물며 다른 별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는 것이 거의 없다고도 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인 업적이 기적에 가까운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갈 길은 더 멀다. 대부분의 수치들과 가설들은 계속 바뀔 것이다. 데이비드 아이허는 이 책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우주조차도 말이다. 태양이 늙어가면서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우주에 대한 관심 자체가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과 우주는 곧 동일하기 때문이다. 어떤 조건에 의해서 존재하게 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고정되지 않은 실체이기 때문이다.  
    밤하늘의 우주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접근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현상이다. 수많은 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한데도 특정한 위치와 특정한 시간에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더욱이 보이지도 않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하지만 반대로 인식할 수도 없다는 것이 더욱 신비롭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간접적으로 별들의 존재와 특성을 증명하는 데 온갖 방법이 다 동원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우주에 접근한 방식은 처음부터 가정과 가설에 의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증명할 수 있는 작은 실마리라도 찾게 되면 다행인데 우주 안에서는 어떤 별의 위치를 정하기조차 쉽지 않고 이름을 붙이는 것은 더 어렵다. 
    이 책은 우리로부터 가까운 태양, 지구, 달, 화성을 비롯하여 명왕성에 이르기까지 설명하기 위해 절반의 볼륨을 할애하는데 그만큼 우리와 가까워서 아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지금은 해왕성까지 포함하고 명왕성은 태양계에서 행성 자격으로부터 제외되었는데 그 이유를 꽤 설명하면서(아마도 저자와 같은 미국인이 발견한 것도 그 이유가 될 듯하다) 태양계의 변방인 카이퍼 벨트에 대해서도 생소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 뉴 호라이즌 호가 보내온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분석되면 새로운 사실들을 더 알게 될 것이다. 
    우주가 얼마나 넓은지는 추측에 의존할 뿐이다. 그 기원도 모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이런 추측의 변화를 과학 발전을 통해 상세히 설명한다. 오늘 밤하늘에 있는 별들은 당연히 현재 모습이 아니다. 시간은 달라도 멀고 먼 과거의 허상일 뿐이다. 예를 들어 작은곰자리 꼬리 끝에 있는 북극성은 지구로부터 400광년(사실 잘 모름)이나 떨어져 있어서 오늘 밤에 보는 그 별빛은 400년 전에 출발한 것이며 더욱이 그 위치도 아주 느리긴 해도 천천히 움직이며 더 복잡한 현상이 있다. 우주 관측을 위해서 광학 렌즈로 보는 데도 한계가 있고 전파 망원경을 동원해도 일단 안 보이는 게 너무나 많다. 안 보이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아마도 이 책은 이런 점들을 독자에게 교훈적으로 제시하는지도 모른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에 이르러서는 더 많은 가설이 난무한다. 한 줄기 희망의 씨앗은 극히 단편적일지라도 일말의 단서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고도의 상상력과 더 정교한 가설과 기술이 등장해야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광활한 우주에는 호모 사피엔스의 감각과 지성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현상이 있고 그런 현상이 있는 지도 불분명하지만 초라하고 창백한 지구에서 그것을 밝히려는 숨 막히는 열정과 숨 쉬는 존재의 위대함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집宇 집宙’인 우주,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이 안에서 우리가 의지할 곳은 오직 과학뿐이다. 
    이제 도시에서 밤에 별을 보기는 어렵다. 인공적인 강한 불빛이 호모 사피엔스의 꿈을 가리고 있다. 밤에 높은 산에서 그나마 별을 관측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지구의 대기가 너무도 혼탁해졌기 때문이다. 지구 밖에서 우주를 봐야만 하는 환경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밤도 쉬지 않고 우주의 근원, 아니 그 자체로 우주인 호모 사피엔스의 근원을 찾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정표를 세우고 있는 내로라하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노력이 빛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도한다. 궁극적으로 이 순간에도 우리는 가상 세계를 실제 세계로 알고 안도한다. 이 책은 이런 점에서 철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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