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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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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조선의 생태환경사
서평자
농업환경 전문가 이승헌
게시일
46 호(2019-02-15)
조선의 생태환경사

추천도서

서평자

농업환경 전문가 이승헌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수석연구원)

서평

“조선의 생태환경사”는 쉬운 책은 아니다. 역사학적으로 조선을 이해하여야 하고 농학과 생태학적인 지식이 다소 있어야 완벽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독자만이 이해를 할 수 있는 책이라고 평가하여 일반 독자에게 적극적인 추천을 하지 않는 것은 잘 못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15세기에서 19세기 동안 한반도의 생태환경과 한국인의 삶은 크게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입각하여 다양한 설명을 제시한다. 그러나 산업화 이전 한국인들의 일상생활을 강력히 규정하고 다른 지역 시기의 사람들과 차별화된 삶을 살아가게 한 생태환경의 제반 특성과 변화 양상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사 연구에서 생태환경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밝혔다. 
 
우리시대의 화두로 통섭, 융복합, 복합적 사고가 회자된다. 현재의 시점에 과거의 시대를 이해하고 현상을 정확히 해석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고려 말 목화가 유입되고 목화 재배를 위한 농지 확보를 확대하기 위하여 농지를 개간하고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호랑이 사냥이 확대되어 결국에는 한반도에서 호랑이가 멸종하는 생태적으로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했다는 저자의 생태환경사적 해석은 나에게는 하나의 큰 충격적 해석이었다. 
 
본서는 “생태환경”이라고 시작하지만 책 제목의 끝은 “사”로 끝난다. 즉 역사책인 것이다. 주제별로 크게 4개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부에는 개별장으로 구성되면서 시대별로 서술해나가는 기전체와 편년체를 병행하는 서술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제1부는 거시생태로 야생동물과 가축을 주제로 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야생동물로 호랑이와 표범에 대한 생태사를 다루고 있고 제2장에는 가축으로 소와 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제2부는 농지개간이라는 제목으로 하천을 개간하는 천방과 산을 개간하는 화전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제3부는 삼림천택이라는 제목으로 요즘 소위 이야기하는 국토공간 중 쉼터로써 기능을 하는 숲과 수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4부는 미시생태로 음식과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여 싣고 있다. 실로 조선의 생태사를 주제별로 한눈에 요약하여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농업을 전공하는 필자로서는 제2부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근대화 이후 우리 나라는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늘어가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하여 농지확보에 노력하였다. 그 방편이 해안 간척과 산림 개간이었다. 실제 이 두사업은 생태학적으로 지금의 눈높이에서 보면 많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그 사업을 시작하여 진행하였던 시기에는 나름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물론 일정정도의 성과도 있었으며 주곡인 쌀을 지금 자급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이러한 근대사적 과정이 조선시대 전시기에 걸쳐서 일어났다는 것도 참으로 재미있고 안타까운 일이다. 조선시대에도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하여 더욱 많은 토지 확보가 필요하였다. 농기구 등 농법의 발전으로 먼저 하천변에 제방을 막아 농지를 확보하는 천방 사업이 시작되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 천방개간을 할 자원이 고갈되고 나서 부터는 화전을 통한 농지확보로 그 방향이 전환되었다. 물론 조선도 산지보호 정책을 강력하게 펼친 국가였기 때문에 초기에는 화전을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었지만 양란을 겪는 동안 국가의 통제는 느슨해 졌다. 민초들의 삶은 어려워져 화전이 유행하였고 중앙의 통제에서 벗어간 지방 부호들은 화전을 통하여 부의 축적을 꾀하였다. 그로 인하여 조선의 산림 경관과 수변 경관은 급격한 변화를 가져 왔다. 
 
시간을 돌려 현재로 돌아오면, 그동안 진행되어 온 간척사업은 갯벌이라는 해안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폄하되고 역간척이라는 말이 나돌고 생태복원이라는 사회적 이슈가 한창 논의 중에 있다. 근대화 이후에 부족한 연료를 확보하고 농지를 확보하기 위하여 벌목과 야산 개간사업이 진행되어 우리 나라 산은 한때 민둥산이 되었다. 정부의 강력한 산림 녹화정책으로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산을 푸르게 재녹화 하였다. 하지만 녹화는 이루었으나 경제림 중심의 녹화가 아니어서 그 부가가치가 낮다는 비판 또한 일부에서 재기되고 있다. 우리 위정자들이 조선의 환경생태사를 먼저 읽고 정책을 펼쳤더라면 해방이후의 우리 나라의 간척과 야산 개간 사업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었을까?하는 의문을 가져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생각을 하게 하는 점이 있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학문이 세분화되면서 소위 전문가라는 집단의 생각이 정말 편협하고 좁아진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각종 토론회나 연구 자료를 접할 때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종합되지도 않고 이해되지도 않는 상황들을 접하게 될 때가 많다. 나의 영역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결과가 나의 영역 안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오류에서 벗어난다면 다른 분야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생길 것이다. 
 
역사와 농업과 생태에 대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가 이 책을 본다면 좀 더 깊이 있는 학문적 해석과 유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반 독자는 우리가 세상을 보는 또다른 시각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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