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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헌법을 쓰는 시간
헌법은 ‘국가권력을 제약하고 길들여 시민들의 자유를 보장하는 도구로 사용한다’는 ‘약속의 규범’이다. 모든 권력과 법 위에 존재하는 ‘최고의 법’이다. 따라서 모든 법과 권력을 복종시키는 최고의 효력으로 존재해야 한다. (19p.) 헌법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대규모 촛불집회로 시작된 대통령 탄핵 정국은 결국 주권자인 국민 스스로의 행동으로 국가 질서를 굳건히 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그러한 주권자로서 국민 스스로가 헌법에 대한 관심을 크게 증대시키는 기회가 되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을 선고하는 장면이 여러 채널에서 반복해서 방송되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무거운 표정이 오버랩되면서 헌법상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국민주권의 시대가 바로 이러한 모습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저자의 고민도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것은 헌법을 쓰는 시간이었다.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헌법을 다시 한번 작성했다. 권력자가 함부로 무시했던 헌법을 광장의 바닥에 또렷하게 새겨놓았다. 이제 다시 헌법을 쓰는 시간이다. 본격적인 헌법 개정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프롤로그 中, 21쪽)” 저자는 주권자이자 헌법 개정 권력의 주체로서 국민들이 헌법 개정 논의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헌법의 다양한 원칙을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가장 중요한 여섯 개의 원칙으로 법치주의, 민주주의, 권력분립, 자유의 원칙들, 표현의 자유, 헌법재판제도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법을 통해 정의가 실현되는 경우 정말 가슴이 뛰는 희열을 느낀다는 어느 변호사의 이야기와 함께, 검찰을 권력자들이 애용하는 칼이라고 표현하면서 ‘검사 동일체의 원칙’이란 이름으로 모든 검사를 계단식 명령체계에 가두어놓고 명예와 승진이라는 당근과 채찍으로 검찰을 권력자의 주머니칼로 만들어 버리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서 검찰의 독립과 경찰과의 권력 견제까지 언급하고 있는 점은 현재 우리의 상황에서 더욱 절실하게 들린다. 또한, 견제와 균형을 기초로 권력 남용을 억제하기 위한 권력분립 원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보이고 있는 점도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다. 즉, 고전적인 권력분립 원칙이 입법부와 행정부 간 권력의 수평적 분산과 상호 견제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었는데, 오늘날의 권력 관계는 행정부 수반이 정당을 통해 입법부까지 장악하는 권력융합의 모습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에, 통합된 권력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권력 통제 장치가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우선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공영방송 등이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을 권한으로 가지고 있는바, 이들 기관을 설계할 때 여야 간 초당적 협력을 통해 위원 구성을 합리적으로 이뤄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검찰총장, 감사원장,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국가기관들의 임기를 서로 다르게 설정한 것도 실제적인 권력 통제 장치로서 효과적일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다수결 민주주의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는 소수자 보호의 문제도 언급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결정이라 할지라도 소수자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에 의해 그들의 운명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바, 헌법에서 기본적인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바로 이들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으로 충분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여당이나 거대 야당, 즉 다수에 의한 국가정책의 결정이 올바르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소수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의 견제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이렇게 되어야만 민주주의의 숨길과 활력이 유지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제3부에서 다루었던 자유의 원칙들이었다. 그중에서도 기본권 제한의 한계 원칙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유보원칙,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 등을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여러 사례까지 곁들여서 설명하고 있어서 국민들의 권리의식을 함양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헌법재판에 대한 전문성과 애정이 부각되는 부분이 등장한다. 바로 헌법재판관 임명 방법에 관한 내용이다. 미국의 종신임기제도 언급하지만, 독일 연방의회의 3분의 2 가중 다수결에 의한 헌법재판관 16명 전원 선출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저자는 오랜 시간 동안 헌법재판 실무 현장에서의 체험을 토대로 헌법재판제도가 왜 필요하고, 누가 어떻게 헌법재판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활용해 일반인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헌법을 쓰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