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서평

신(新) 중국책략
중국이 G2 나아가 언젠가 G1 국가가 되어 사안에 따라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강제적인 힘으로 한국에 압력을 가하는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 21세기 성장 동력 산업을 찾아가는 경쟁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먼저 경쟁력을 갖춰 우리의 먹을거리를 선점한다면 간접적이나마 그 역시 큰 위협이 된다. (26p.) 중국의 부상은 더 이상 새로운 쟁점이 아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이후, 40년 동안 국가자본주의를 통해 체제안정 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이러한 중국의 경험은 중국모델로 불리면서 제3세계와 개발도상국에 하나의 경로를 알려주었다. 여기에 중국은 혁신에 기초한 대국형 개방경제의 방향을 다시 제시하는 한편, 중국의 국가이익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 힘을 투사하면서 안보딜레마도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존재는 탈냉전 이후 단일패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에는 새로운 도전이다. 실제로 미국은 ‘강한 중국(strong China)’을 견제하고 있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버리고 잭슨주의(Jacksonianism)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지만, 중국 부상의 속도와 폭을 줄이고 좁히고자 하는 미국 외교정책 기조는 충실히 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국이 중국공산당 제19차 대회를 통해 2020년 중진국으로서 그리고 2050년 선진국으로 가는 청사진과 로드맵을 제시하자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보다 노골화되었다. 이처럼 미·중 세력경쟁이 본격화되고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25%에 이른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새로운 전략을 짜는 것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중국에 대한 막연한 공포인 ‘공중(恐中)’도 문제지만, 기존의 경로를 따라가는 타성은 더 큰 문제이다. 특히 사드배치 과정에서 보듯이 정치·안보 리스크가 경제 리스크로 전환되는 등 취약성이 있으나, 오직 무역 다변화를 통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다시 말해 중국에서 혁신을 통해 생존하지 못하는 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어렵고 다른 지역에서의 성공도 보장하기 어렵다. 과거 중국에서는 황제들이 관리를 선발할 때 해결책을 묻는 책문(策問) 과정과 관리들의 해법인 대책(對策)을 중시했다. 황순택 광저우 총영사가 쓴 『신중국책략』은 한국의 이러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중국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보면서 강점과 약점, 한국에 주는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간명하고도 통찰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시장환경에 최적화된, 손에 잡히는 정책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제시했다. 이것은 수십 년 동안의 외교관 생활 중에서 20여 년을 중국경제와 중국통상에 전념해 온 관찰과 경험의 결실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중국경제의 강점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위협요소를 분석했다. 특히, 중국이 시대환경을 발 빠르게 포착하는 국가 거버넌스 능력을 통해, 민주주의 부족과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업적주의(meritocracy)의 성과와 가능성을 보여준 데 주목했다. 즉, 넓은 시장, 빠른 기술발전, 풍부한 자금이 중국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으나, 유능한 정부가 효율적으로 개입하는 시스템의 효율을 발견했다. 구체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산업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기업이 수월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방안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둘째, 오랜 세월을 통해 중국경제의 적폐를 적시하고 그 원인과 현상, 중국 정부의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부실한 국유기업, 부동산 버블, 제조업 경쟁력 위기, 금융·외환·증시불안 등 경제적 요소와 함께 인구구조의 변화, 부패와 환경오염, 빈부격차, 비관세장벽 등의 정치사회적 요소를 통해 복합 차이나 리스크를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이것은 중국경제의 활력과 가능성을 상쇄시키는 부정적 요소이지만, 우리 기업으로서는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셋째, 중국경제의 변화가 한국에 주는 의미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중국의 변화에 어떻게 순응하고 적응하며 대응할 것인가를 업종별, 산업별로 손에 잡히는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메기효과(catfish effect)와 같이 경쟁을 통한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신중국책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상세하고 통찰력 있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위협과 위험이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진단, 그리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융합적 대중국 정책결정모형에 대한 대안이 빠져 다소 아쉽다. 특히 필자가 오랜 외교현장에서 닦은 지혜를 얻고 싶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성장한 중국에 대한 대응전략의 절박성을 환기하고 구체적 정책대응을 수립하는 데 있어 통찰력을 제공하는 장점을 덮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新) 중국책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