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국회도서관

전체메뉴

국회도서관 홈으로 책이야기 금주의 서평

금주의 서평

금주의 서평 상세보기 - 서평, 서평자, 발행사항에 관한 정보
서평 쓰레기 더미에서 예상치 않게 찾아낸 인류 역사의 어제, 오늘, 내일
서평자 조효제 발행사항 726호(2025-04-30)

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 - 청구기호 : 363.728-24-10
  • - 서명 : 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 - 저자 : 로만 쾨스터
  • - 발행사항 : 흐름출판

목차

1부 근대 이전: 삶에는 쓰레기가 따른다
     1장 선사 시대: 이 모든 쓰레기의 시작
     2장 도시의 시작, 그리고 지저분한 발전
     3장 유용하고 불결한 도시의 가축들
     4장 부족함의 가르침: 전근대의 재활용
     5장 외전: 청결과 불결 다음, ‘위생’의 탄생
2부 산업 시대: 회색빛 도시의 시작
     6장 산업 혁명: 세계의 재구성
     7장 쓰레기통의 탄생
     8장 ‘우월한 위생’?: 식민주의의 핑계
     9장 세상은 돌고 돈다: 산업 시대의 재활용
3부 대량 소비의 시대: 폭발하는 쓰레기
     10장 버리기 사회의 탄생
     11장 대형 쓰레기통과 ‘남자들의 자부심’
     12장 밀어내고, 버리고, 처리하고, 묻고, 태우기
     13장 가난과 부: 정책, 그리고 생존 전략으로서 재활용

서평자

조효제(성공회대학교 명예교수)

서평

쓰레기 더미에서 예상치 않게 찾아낸 인류 역사의 어제, 오늘, 내일

“매립과 소각은 오늘날까지도 주요 쓰레기 처리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수많은 반대 운동을 생각하면 그 이유를 살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실질적인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까지도—재활용을 제외하면—적절한 비용으로 많은 양의 쓰레기를 보관하고 처리할 다른 방법은 거의 발명되지 않았다.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대 쓰레기 처리의 역사는 혁신의 묘지이다.” - 294쪽 
 
인류 역사에서 언제부터 쓰레기가 나오기 시작했을까? 네안데르탈인도 쓸모없다고 여긴 물건들을 분류해서 내다 버렸다고 한다. 쓰레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기원전 1만 년에서 기원전 6000년 사이, 정착 농경사회가 출현하면서부터다. 정주 생활이 시작되자 인류는 배설물과 음식 찌꺼기, 재, 부서진 도구 같은 것들과 마주해야만 했다. 수렵채집을 하며 떠돌던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쓰레기 현실과 직면하게 되었다. “거처에 내던지든, 한곳에 쌓아두든, 초기 인류의 정착지에서 쓰레기가 골칫거리가 되는 것은 (필연적으로) 시간문제였다.” 지금까지 인간에게 두통을 안겨주는 문제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쓰레기의 세계사』는 인류 역사를 세 단계로 나눠 시기별로 쓰레기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쓰레기를 어떻게 재사용·재활용했는지, 쓰레기를 어떤 관점으로 인식했는지, 쓰레기 문제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살핀다. 책을 덮고 나면 이 문제야말로 기후 생태 위기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쟁점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될 것이다. 
 
근대 이전 시대에는 쓰레기의 분량과 성격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그때만 해도 사회적 물질대사가 주로 유기물 중심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자원 순환적 경제활동이 주를 이루었다. 도시나 촌락 등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도 쓰레기의 양이 많지 않았다. 물질과 자원이 귀했으므로 한 번 쓴 물건을 당연히 재사용, 재활용했다. 금속, 유리, 섬유, 목재 등은 재사용이 기본이었고, 지역들 사이에서 재활용품의 교환도 활발하게 일어났다. 당시 사람들은 쓰레기를 순환시킬 수 있는 원자재로 보거나, 악취와 벌레의 온상, 또는 높은 사람들이 행차하면 숨겨야 하는 불편한 것으로 인식했다. 로마처럼 쓰레기 수거제도를 갖춘 곳도 있었고, 그저 성 밖이나 바닷가에 버리는 곳도 많았다. 
 
산업시대가 도래하면서 쓰레기의 양상이 크게 변했다. 농촌에서 도시로 몰려온 사람들이 밀집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도시 쓰레기와 분뇨 처리가 큰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물자와 자원이 여전히 귀한 시절이었으므로 쓰레기를 사회와 완전히 분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되도록 재활용하였다. 물건과 의복이 상하 계급을 통해 톱다운 방식으로 재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순환자원의 거래를 위해 지역 거점들이 늘어났다. 또한 도시화로 인해 쓰레기가 위생과 보건에 큰 도전으로 다가온 시대이기도 했다. 쓰레기를 어떻게 수거하고 처리하느냐가 도시민의 건강과 질병에 결정적인 요소가 된 것이다. 
 
20세기 전후반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대량 소비 시대가 시작되자 쓰레기 문제가 폭증하였다. 이제 쓰레기는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인류문명이 정면으로 해결해야 하는 난제로 떠올랐다. 자원 재활용이 세계화되면서 쓰레기가 국제무역의 대상이 되었다. 교역의 물품이 된 쓰레기를 재활용 상품으로 볼 것인지, 개도국에 대한 부당한 떠넘김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가열되었다. 또한 ‘거대한 가속’이 시작된 1950년대 이후로 사회에서 사용되는 물건, 상품, 기자재를 구성하는 물질들이 대단히 복잡해졌다. 재사용이 어렵고 분해되지도 않는 각종 신생 물질을 수거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일이 어려워진 것이다. 그 결과 쓰레기는 공해와 환경문제의 주범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쓰레기를 수거·처리하기 위한 각종 정책과 조치가 세계 각지에서 다양하게 출현하였다. 
 
그렇다면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우선, 수거와 처리에 관한 인프라와 과정을 개선해서 환경 오염을 줄이는 방향이 있다. 기술혁신으로 돌파하는 접근방식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전략도 병행할 수 있다. 조상들의 지혜를 다시 불러오자는 제안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효율성 증가에 집중하느라 어쩔 수 없이 포장에 의존하고, ‘수리’할 필요가 없는 물건(주: 망가져도 수리 후 재사용하지 않고 버릴 물건)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경제 체계”를 바꿔야 한다. 쓰레기양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경제시스템은 “일상을 비싸고, 느리고,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향성에 동의하기만 해도 중요한 전진의 첫 발을 내디딘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