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닫기

책 이야기

  1. 홈
  2. 책 이야기
  3. 서평

서평

사서 서평 상세보기 테이블로 서평, 서평자, 발행사항으로 구성
서평
가상현실(VR)은 무엇인가? 인간은 두려움을 딛고 매력적인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인가?
서평자
이흥용
발행사항
468 호(2019-03-29)
두렵지만 매력적인

목차

  • 제1장 실전 경험은 최고의 훈련이다 27
  • 제2장 가상현실 속에서 당신의 뇌는 63
  • 제3장 남의 신발을 신고 걷다 103
  • 제4장 체험이 세계관을 뒤바꾼다 141
  • 제5장 시간여행으로 트라우마를 치유한다 175
  • 제6장 원인 불명의 통증을 치료한다 193
  • 제7장 사람과 사람이 다시 연결된 사회로 223
  • 제8장 뉴스의 현장 속으로 뛰어들다 257
  • 제9장 가상현실로 현장학습을 287
  • 제10장 좋은 가상현실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까 311

    서평자

    이흥용(국회도서관 국내법률정보과장)

    서평

    가상현실(VR)은 무엇인가? 인간은 두려움을 딛고 매력적인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인가?

    미래사회는 경험할 수 없다. 하지만 미래사회가 인류에게 어떤 면에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에 우리는 미래사회를 예측하고 실험하여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대비하여야 한다. 많은 학자들은 컴퓨터 시스템과 알고리즘을 이용해 특정한 현실이나 상황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렇게 구현된 세계인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멀지 않은 시간에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디지털 자원을 기반으로 부가가치 높은 지식 창출이 가능한 4차 산업혁명시대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원서명은 「Experience On Demand」. 역자는 미래를 가상현실(VR)로 보고 가상현실을 체험한 인간심리를 「두렵지만 매력적인」 이란 유효적절한 은유와 비유로 표현하면서 독자를 유혹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미디어는 매스미디어로, 데이터 용량은 테라바이트(TB)를 넘어 페타바이트(PB)로, 콘텐츠는 디지털콘텐츠로, 사회는 가상현실 사회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이어주는 끈을 공감(共感)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발상이 참신하다. 미식축구선수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이나 교육과 예술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 3차원 공간 속의 복잡한 동작을 잡아내는 태극권 품세에 관한 시뮬레이션 등이 그렇다. 비록 중복되고 변조된 듯한 비유적 설명에서는 논거가 부족해 보이지만 경험하지 못한 경험을 극대화 한다는 면에서는 적절하게 보여 진다. 
    저자는 미국의 스텐포드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이며 가상인간상호작용연구소(VHIL, Virtual Human Interaction Lab) 소장이자 심리학자인 제러미 베일렌슨(Jeremy Bailenson)으로 가상현실 분야 선구자이다. 그는 가상현실에서 경험한 심리작용이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연구를 20여 년 하였다. 가상현실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현실에선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한 이유는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고, 실수가 용인되고, 위험이 발생하더라도 대처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점은 미래사회의 원유인 디지털 자원과 정보를 가상현실로 구현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접목시켜 인간 내면의 심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데 있다. 이런 방식으로 저자는 실제 학문연구를 수행한 학자들을 열거하면서 다음과 같이 적절한 사례와 비유를 섞어 설명하고 있는데 매우 설득력 있다.  
     
    ■ 시뮬레이션을 통한 훈련에 따라 작용하는 인간의 뇌는 경험을 창조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훈련과 그 속에서 작용하는 인간의 뇌는 실전 경험을 최고의 훈련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의 역할을 보자. 피지컬을 앞세운 돌파와 스피드는 보는 이를 통쾌하게 만들지만, 가상현실 속에서는 논리적 설명과 입체적 3D영상을 반복적으로 시청하여 맞춤형 공격 패턴을 인지하고, 몸이 숙지할 수 있도록 각인시켜 승리가 목적이 되도록 학습을 부여하고 있다. 그 결과 실제 시합에서 성공을 거둔 예는 가상현실 속에서 인간의 뇌가 어떤 생각과 어떤 경험을 유추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영상 시뮬레이션이 행동역학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해 당연히 그렇다고 하고 있는데 이는 독자라면 누구나 수궁할 수 있는 설명으로 이해된다. 
     
    ■ 가상현실은 세상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가? 
    남의 신발을 신으면 어색하지만 체험을 통해 내 신발처럼 편하게 느낄 수 있게 가상현실이 인간 내면의 가치관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고무적이다. 극적 사실도, 특별한 편집이나 기법도 없는 북 요르단의 난민캠프에서 지내는 8만 명의 이야기를 담은 <시드라에 드리운 검은 구름>이란 다큐에서 12살 시드라의 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느낀 것은 어떤 설명도 필요 없는 그저 같이 공감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상현실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으며 세상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단한 자신감의 표현이라 생각된다.  
     
    ■ 체험이 세계관을 바꾸고 시간여행으로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다. 
    9·11테러를 겪은 사람들은 극심한 심리적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데, 가상체험을 통한 시간 여행으로 트라우마의 특정 순간을 찾아내 치료에 이용 한다. 마치 사건 현장에 내가 있는 것과 같은 ‘현존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가상현실이 기존 미디어와 다르게 ‘현존감’을 부각한 이유는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여 대비하라는 차원이 아니라 인간의 내적 심리에 안정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는 1억 명 이상 만성통증 환자들이 있지만 이들은 단지 고통 억제용 진통제만 처방받고 있다. 이 환자들을 위해 물리치료에 가상현실을 도입함으로써 통증에 대한 뇌의 인식을 분산시켜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 가상현실을 통해 젊은 청년이 장애인이나 노인·노숙자의 삶도 경험하여 사회복지를 위한 국가정책을 입안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 가상현실은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 사회를 원한다. 
    가상현실을 경험한 사람은 인생관이 바뀔 수 있고 세계관이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환경 분야를 설명하면서 기후변화와 해양오염 문제도 다루고 있다. 기후변화는 화석연료인 석탄의 과잉사용과 벌목, 해양 산성화에 대해선 산호초 해역과 열수 분출로 인한 이산화탄소 증가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사람들을 경험하게 하였다. 또 재택근무나 탄력근무를 도입해 여가활용으로 인한 자기개발뿐 아니라 업무향상도 기대하고 있다. 출·퇴근에 드는 피로 해소와 교통비 절감, 교통사고 방지 등에 관한 효과도 설명하고 있다. 자동차 사고로 세계에서 연간 130만 명이 사망하고 2000~5,000만 명이 부상을 당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설득력 있게 들린다.  
    여행을 가상현실과 접목한다면 현존감 있는 신체적 여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매력적이다. 다만 대기오염 문제나 지구 온난화에 따른 여러 문제와 아프리카 및 중앙아시아의 사막화 등에 관한 문제는 당면한 세계적 난제로 초유의 관심사인데도 불구하고 언급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 좋은 가상현실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고 인기 앱(killer app)은 무엇인가?  
    가상현실에 좋은 콘텐츠는 주제에 관한 균형감각 있는 현장학습이다. 실행해 봄으로써 배우는 방식인 실험적 학습이야말로 가장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폭력성 높은 가상현실 체험인 <키야>는 가정 내 폭력과 살인을 다루고 있는데, 극적인 순간에 체험자를 현실 세계로 끌어내 살인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것은 체험자를 보호하려는 의도를 가진 매우 긍정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실리콘벨리의 기본 문화인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와 같은 의미로 빌게이츠는 ‘콘텐츠가 왕’이라고 하였다. 다만, 가상현실이 어떤 위치로 자리잡아갈지는 오로지 소비자 활용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에선 기업가적 마인드도 보인다.  
    저자는 좋은 콘텐츠를 전제 조건으로, 가상현실 민주주의를 추구하여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또 이것이 가상현실에서 필요가 있나 자문해야 하고, 사람들을 아프게 하지 말아야 하며, 안전하게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꽃길만 아니라 위험성도 지적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통한 의사결정은 커다란 사회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며, 또 다른 위험으로 현실도피와 현실망각을 우려하고 있다. 만약에 개 두 마리가 웹을 서핑하고 있다면 아무도 서핑자가 개인 줄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개의 종류와 모양, 털 색깔,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도 알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가상현실로 인한 불안감까지 느끼게 하고 있다.  
     
    저자는 가상현실 체험은 최대 20분을 넘겨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왜냐하면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뮬레이션 멀미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혹행위를 체험한 사람이 그 사건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것처럼 느끼고 분노할 수도 있고, 디지털로 된 내용이라 쉽게 바꾸고 조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가상현실을 이용한 기술이 인간성을 말살하고 내면을 위협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면을 경고하고 있지만 인간 심리는 계산할 수 있거나 보여 지는 것이 아니므로 경고 자체로 보기에는 설명이 다소 진부한 느낌이 든다. 기존 연구에 대한 설명이 장황하게 되면서 가상세계의 핵심인 디지털 중심의 미래사회에 �

    챗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