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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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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죽음을 마주한 순간의 우리
서평자
김휘문
발행사항
459 호(2018-06-01)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목차

  • 제1장 죽음을 맞는 어떤 풍경
  • 제2장 분쟁―존엄사인가, 안락사인가
  • 제3장 나의 죽음은 내가 결정한다: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 제4장 연명의료결정법,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제5장 돌봄의 가치: 호스피스와 완화의료를 받는 사람들
  • 제6장 삶은 어떻게 마무리되는가

    서평자

    김휘문(국회도서관 열람봉사과)

    서평

    죽음을 마주한 순간의 우리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18년 2월 4일 시행되었다. 존엄사법으로도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히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 행위를 실시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그 기준을 명확하게 법제화 한 것이다. 이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첫 결과물이다. 
    치료에 있어 현대의학은 분명 축복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지만, 회생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에게는 편안한 마지막마저도 쉬이 허락하지 않아 고통스러운 삶의 연장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은 저자가 의사로서 현장에서 마주한 죽음의 순간들과 연명의료결정법의 시행에 대한 견해를 담은 책이다.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모두 죽는다. 어떠한 순간에 어떻게 죽음이 다가올 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현대의학의 도움으로 적어도 어떠한 병에 의하여 어느 순간에 죽음을 마주할지 예상할 수 있다. 이로써 우리는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말기환자의 죽음은 오롯이 그의 몫이 아니다. 환자 본인의 결정을 포함하여, 대리인으로서 혹은 남겨질 사람으로서의 가족들의 의사, 의료진의 전문가적 견해, 사회적 인식이 함께 작용하게 결정하게 된다. 
    때문에 연명의료결정법이 필요하다. 단순히 이른 안식을 허하는 법이 가질 효력을 논하고자 함이 아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직은 낯선 사회에서 법이 사회적 인식 변화에 앞장선다. 맞이할 자신의 죽음과 이를 지켜보아야할 가족들이 이를 계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지금은 효력을 우선하는 가치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의사로서 연명의료결정법의 시행을 위해 노력한 작가는 법이 가지는 미흡함을 이야기하며, 이를 위한 보완점 또한 책을 통하여 다루고 있다. 하지만 분명하게 연명의료결정법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나아가 법이 더욱 완화된 요건으로 의료행위를 실시하지 않거나 중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현행 법률이 많은 서류를 요구하며 개인의 상황과 관계없이 모든 상황을 법으로써 통제하여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생명이라는 윤리적 가치를 논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찬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어느 쪽의 견해든 서로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 세 명 중 한명은 암에 걸리고, 한 해 사망자의 약 90퍼센트가 암을 포함한 만성질환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현실에서 이는 더 이상 금기시하며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임이 분명하다. 죽음을 마주한 순간의 우리는 그것이 막연한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생각지 않게 찾아올 순간에 길을 잃지 않으려면 지금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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