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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GMO 옥수수, 슬픈 옥수수, 그 슬픔이 이해되는 사람 있나요?
서평자
임영석
발행사항
384호(2018-06-27)
슬픈 옥수수

목차

  • PART 1 플라이오버 컨트리
  • PART 2 꿀: 대서양 건너편
  • PART 3 에덴의 서쪽
  • 에필로그: 보이지 않는 괴물과 은혜로운 자비

    서평자

    임영석(강원대학교 생명건강공학과 교수, 식물유전학 박사)

    서평

    GMO 옥수수, 슬픈 옥수수, 그 슬픔이 이해되는 사람 있나요?

    GMO가 나쁜 건지 아니면 GMO는 좋은 건지 더 승률이 높은 쪽에 내기를 걸 수 있을 만큼 양쪽 진영에 대한 더 많은 정보에 목이 말랐기 때문이다. 진실이 나에게만 불편한 것일지라도, 그 불편한 진실에조차 마음을 열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식단에서 GMO를 배제하는 것으로 정말 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지를 확실히 알고 싶었다.(129p.)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는다. 먹으면서 음식에 들어있는 성분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데 그 음식에 건강을 해치고 생명을 앗아가는 치명적 독소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도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어떤 독소를, 왜, 어떻게 넣었는지 알아보려 하지 않겠는가? 「슬픈 옥수수」는 GMO의 심각한 유해성을 직접 온몸으로 겪은 저널리스트인 케이틀린 셰털리가 경험담과 취재담을 유려한 문체로 쓴 책이다. 저널리스트라는 작가의 특별한 이력 때문에, 책 제목과 책 내용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수년 동안 원인 모를 두통과 관절 통증으로 시달리고, 얼굴과 팔, 다리의 고통스러운 발진은 쉽게 치료되지 않고, 사랑하는 자녀도 호흡을 잘 못 하는 희귀병을 앓고, 온 가족이 질병으로 인해 저자처럼 고통받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질병의 원인이 매일 먹는 식단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책의 저자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저자는 병 치료를 위해 병원을 전전하다가 알레르기 전문가인 면역학자의 도움으로 식단을 점검하면서 거의 모든 식품에 첨가되어 있는 GMO 옥수수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하여 질병의 원인이 GMO 옥수수라고 의심하고, 그 의심을 해결하기 위해 ‘GMO란 정확히 무엇일까?’, ‘GMO란 정말 안전할까?’ 라는 화두를 가지고 5년간 GMO를 파헤치는 취재를 강행한다. 
     
    “내 식단에서 GMO를 배제하는 것으로 정말 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지 확실히 알고 싶었다.”는 그녀는 GMO 취재를 위해 직접 미국 최고의 GMO 옥수수 단지와 유럽의 GMO 주산지를 찾아다니며, GMO 작물 재배 농부, GMO 찬성 학자, GMO 반대 학자들도 두루 만난다. 기존 논문의 사실관계도 철저하게 검토․검증하며 저널리스트다운 균형 잡힌 시각으로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여 전달하고 있다. 
     
    “음식은 왕이라는 겁니다. 농촌이 몰락하면 먹을 것을 소유한 자가 이깁니다. 이건 음식 주권의 문제입니다.” 저자가 만난 어느 유기농 농부의 말이다. 이 말은 정책을 만드는 위정자들이라면 뼈에 새겨야 할 말이다. 일찍이 세종대왕도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며, 먹는 일은 백성들의 하늘과 같다.”고 말씀하시며 백성들에게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그런데, 오늘날의 위정자들은 안전한 먹거리가 국민들을 잘 공양하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보다 더 현장감 있고 상세하게 GMO에 대해 취재할 수 있을까 싶었다. 자녀를 염려하는 엄마이기에 가능했을 저자의 행보는 GMO 옥수수가 생활 전반에 퍼져 있는 실상을 파헤치고, 몬산토와 같은 거대 생명공학 기업들이 GMO를 생산하면서 외부 독립기관의 검증을 받지 않고 있음도 고발하며,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주지 못하는 너무나 허술한 국가의 법과 제도를 비판한다. 그뿐 아니라, GMO에 대한 우리의 안일한 생각이 우리와 우리 자녀들의 생명을 얼마나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지를 현실감 있게 깨우쳐준다. 우리가 먹는 음식, 우리의 땅, 지구 생태계 전체가 GMO로 인해 어떻게 회복 불가능한 위험 상황으로 몰아넣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린다. 
     
    우리나라도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우리의 땅을 GMO에 점령시킬 것인가, 아니면 청정하게 보존할 것인가. 그 최후의 마지노선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위정자들의 정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용 GMO 최대 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 현재 유통되는 2만여 개의 식품 중에 GMO 완전표시를 하고 있는 식품은 하나도 없다. 이렇게 GMO 완전표시를 당당하게 하지 않는 것 자체가 GMO가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엄격한 의약품 통관 절차처럼 GMO 통관 절차도 엄격하게 해 달라는 것이 소비자의 요구인데, 그것을 외면하는 것은 정부기관이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만약 미래에 우리 땅에서 GMO 작물들이 재배 승인까지 된다면, GMO는 거대한 인간의 먹이사슬과 식물의 야생 세계로 들어가 버리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어떠한 방법으로도 이전과 같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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