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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법학자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서평자 김정연 발행사항 727호(2025-05-07)

법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우리가 익혀야 할 거의 모든 법적 사고

  • - 청구기호 : LM 340.11-25-1
  • - 서명 : 법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우리가 익혀야 할 거의 모든 법적 사고
  • - 저자 : 워드 판즈워스
  • - 발행사항 : 글항아리

목차

1부 유인
     1장 사전적 관점과 사후적 관점
     2장 효율성의 개념
     3장 한계적 사고
     4장 단독 소유자
     5장 최소비용 회피자
     6장 행정 비용
     7장 지대
     8장 코스 정리
  2부 신뢰, 협력 그리고 복수의 행위자들을 위한 기타 문제들
     9장 대리_에릭 포즈너 공저
     10장 죄수의 딜레마
     11장 공공재
     12장 사슴 사냥
     13장 치킨 게임
     14장 폭포
     15장 투표의 역설
     16장 억제된 시장_솔 레브모어 공저
  3부 법학
     17장 규칙과 기준
     18장 미끄러운 경사길_유진 볼로흐 공저
     19장 음향 분리
     20장 재산권 규칙과 책임 규칙
     21장 기준
  4부 심리학
     22장 지불 의사액과 수용 의사액: 소유 효과 및 관련 개념들
     23장 사후확증 편향
     24장 틀 짜기(프레임) 효과
     25장 닻 내림 효과
     26장 자기고양적 편향(귀인 오류를 중심으로)
  5부 증명 문제
     27장 추정
     28장 입증 기준
     29장 곱의 법칙
     30장 기저율
     31장 가치와 시장

서평자

김정연(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평

법학자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법적 사고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로스쿨 밖에 있는 경제학자, 정치학자, 인지심리학자의 작업들로부터 배울 만한 내용이 많다.” - 8쪽 
 
워드 판즈워스 교수의 저서 “법은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올봄 번역본으로 국내 서점가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밀린 숙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 싶었다. 법학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2007년 시카고대학 출판부에서 출간된 원서를 읽으면 급한 대로 미국 법학자들의 분석 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던 책이다. 필자도 원서를 사다 놓고 서문과 목차만 읽은 다음 ‘언젠가’를 외치고 책장에 꽂아둔 채로 잊어버렸다. 국회도서관 덕분에 묵은 과제를 해결하고, 법학 연구와 교육에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된 셈이다. 
 
‘법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모두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의 제목은 ‘유인(誘因)’인데 미국 법학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활용하는 유용한 개념들과 사고의 틀에 관하여 설명한다. 구체적으로는 효율성, 단독 소유자, 최소비용 회피자 등을 다루는데, 요점은 법학(법실무)의 궁극적 목표란 가장 효율적인, 그러니까 낭비가 최소화되는 해결방안을 찾는다는 얘기다. 제2장‘신뢰, 협력 그리고 복수의 행위자들을 위한 기타 문제들’은 복수의 당사자들 사이에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분석 도구를 다룬다. 대리 비용, 공공재, 게임이론이나 치킨게임 등을 설명하는데, 각자의 사익 추구로 발생하는 법적 문제는 선한 주체들 간의 협력이라는 틀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제3장은 ‘법학’이라고 되어 있는데, 규칙과 기준, 재산권 규칙, 책임 규칙과 같이 민사법이나 상사법 연구자들이면 흔히 마주쳤을 법한 법적 문제 ‘해결’ 원칙을 설명한다.  
 
제4장은 심리학에 관한 챕터다. 앞장들에서 다루고 있는 법학 문제 해결의 수단과 방법들은 합리적인 인간을 전제로 한 것인데 실제로 인간사에서 일이 진행되는 방식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사후 확증편향이 있고, 제시된 프레임에 갇히고, 닻 내림 효과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제5장은 증명 문제에 관한 것이다. 배심원들은 O. J. 심슨*의 형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가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평결하였다. 결론이 갈린 것은 민사사건과 형사사건에서 요구되는 입증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제5장에서는 각각의 입증 기준의 의미와 입증 여부를 계산하는 데 필요한 확률적 도구들에 관해서 설명한다.  
 
___________ 
*O. J. 심슨 재판(O. J. Simpson trial)은 미국의 유명 미식축구 선수이자 방송인이었던 O. J. 심슨의 전처 등에 대한 살해 혐의에 관한 1990년대의 재판으로, 심슨은 형사재판에서는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민사재판에서는 ‘부당한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음.  
 
 
이 책을 읽고 법학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두 가지 생각을 피하기가 어려웠다. 우선 법학도 다른 학문분과와 마찬가지로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법학자들도 분석의 수단과 도구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생긴다. 회사법처럼 자본시장이 발전한 영국과 미국 법제의 영향을 많이 받은 분야에서는 분쟁을 해결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만들 때 ‘낭비’가 적도록 효율성을 중시하거나(제1장), 규정(rule)과 기준(standard)을 고민하거나(제3장), 개별 주체의 선택이 가지는 비합리적 편향(제4장)을 고려하는 등 이 책에서 담아내는 사고체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기존 법조문을 제단에 모신 다음 이를 문리적, 목적론적, 체계적, 역사적 해석 방법에 따라 A설 또는 B설로 해석의 가능성을 열거하는 방법론의 영향력이 매우 큰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대륙법계인 우리와 법체계가 달라서 미국 법학의 분석틀 같은 것은 배워봐야 소용없다는 ‘유령’과 싸우려는 생각은 아니다. 그러나 법학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유형의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하거나, 개인 간 폭증하는 법적 분쟁을 해소하려면 인간의 행태와 문제 해결의 원칙 그리고 개념적 도구들을 재정비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법학 교육자로서의 고민이 더 깊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로스쿨에서는 계약이나 불법행위, 형사 절차와 같은 ‘다양한 법 규칙들’과 함께 법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사고의 도구’를 가르치도록 기대되지만, 늘 전자를 억지로 주입하기 바쁘다고 한다. 한국 로스쿨의 현실은 어떤가. 미래의 법률가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의 틀’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 체계를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