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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대의 공기’에 맞서는 정책 결정의 어려움 : 전 일본은행 총재의 회고
서평자 여인만 발행사항 728호(2025-05-14)

일본의 30년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 초호황에서 버블 붕괴 금융위기 슈퍼 엔고 고령화에 인구 감소까지

  • - 청구기호 : 332.0953-24-1
  • - 서명 : 일본의 30년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 초호황에서 버블 붕괴 금융위기 슈퍼 엔고 고령화에 인구 감소까지
  • - 저자 : 시라카와 마사아키
  • - 발행사항 : 부키

목차

1부 일본은행에서의 성장기
  1장 커리어의 시작
2장 일본의 버블 경제
3장 버블의 붕괴와 금융위기
4장 일본은행법 개정
5장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
6장 대안정기의 환상
  2부 총재 시절
  7장 일본은행 총재 취임
8장 리먼의 파산
9장 디플레이션 논의의 부상
10장 인구 구조 변화와 생산성 문제
11장 유럽 부채 위기
12장 포괄적 금융 완화 정책
13장 동일본 대지진
14장 육중고와 통화 전쟁
15장 재정의 지속 가능성
16장 금융 시스템 안정을 목표로
17장 정부ㆍ일본은행의 공동 성명
  3부 중앙은행의 역할
  18장 거대한 통화정책 실험과 일본화의 확산
19장 일본 경제의 경험이 주는 교훈
20장 우리는 중앙은행에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가?
21장 중앙은행의 국제 협력
22장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책임성
23장 조직으로서의 중앙은행

서평자

여인만(국립강릉원주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서평

‘시대의 공기’에 맞서는 정책 결정의 어려움 : 전 일본은행 총재의 회고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시대의 공기’가 냉철한 논의를 구석으로 밀어내는 일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반복해서 일어났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이 현실인 만큼 중앙은행은 이러한 사회적 경향을 인식하고 물가안정과 금융시스템 안정을 어떻게 도모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 15쪽
 
 
『일본의 30년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일본 경제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곧바로 한국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독자는 약간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책은 39년간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에서 근무했고, 특히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일본은행 총재를 지낸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의 회고록으로,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집행 과정을 이론적 배경과 함께 상세하게 소개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전체적으로 개인적인 감정과 평가를 억제하고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다만 여러 곳에서 ‘시대의 공기’를 언급하고 있다.  
 
한국 독자들이 이 공기를 이해하려면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버블 붕괴 후 19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뒤, 2000년대 들어 일본에서는 경기회복의 최대 문제가 디플레이션에 있고, 그 해결을 위해 일본은행의 인플레이션 타겟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다. 이는 자민당, 민주당을 막론하고 정치권의 일치된 요구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일관되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다가, 마침내 2013년 아베노믹스의 개시와 더불어 비전형적인 양적완화(이차원완화)* 일본의 이차원완화(異次元緩和, Quantitative and Qualitative Monetary Easing, QQE)는 중앙은행이 자산을 대규모로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양적완화(QE)와 유사하지만, 그 목적과 수단, 접근 방식 측면에서 훨씬 더 비상하고 전례 없는 통화정책임. 이는 자산 매입의 양과 질을 동시에 확대하고, 시장의 기대 심리를 적극적으로 전환함으로써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디플레이션 탈피, 엔저를 통한 수출 회복, 경기부양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한 전략임. 
정책을 단행한다. 저자는 2008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 5년간 일본은행 총재로 재임했다. 즉 정부와 사회의 일본은행 인플레이션 타겟 정책 요구에 줄곧 저항한 책임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 정책에 반대한 이유를 일본은행이라는 중앙은행의 역할에서 찾고 있다. 중앙은행은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물가안정과 금융시스템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백하게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1980년대 후반 장기간 지속된 확장 통화정책이 결국 버블을 초래하고 그 붕괴의 영향이 얼마나 컸던가를 일본은행에서 직접 목도했던 경험이 이른바 ‘시대의 공기’에 저항하게 된 배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주장과는 다르게, 일본 경제의 불황 탈출을 위해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리플레파(リフレーション派 · Reflationists의 줄임말)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아베노믹스의 주창자이기도 한 하마다 코이치(浜田宏一)의 『경제학 천재들의 일본 경제 비판 : 미국은 일본 경제의 부활을 알고 있다』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저자의 예상처럼 아베노믹스에도 불구하고 불황 탈출에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본 경제가 어떠한 문제점을 안고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모색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경제와경영연구팀의 『구조적 대불황기 일본 경제의 진로』를 참고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지식을 전제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아베 정권의 등장을 계기로 정부와 일본은행이 2013년 1월에 공동성명을 발표하게 되는 과정을 서술한 17장의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 “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통화정책을 약속한 정당에 국민이 큰 표차로 투표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정부 정책에 공조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려는 고심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한 일본 내의 평가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찬반과 맞물려 극단으로 갈라져 있다. 먼저 “아베노믹스가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 지금 일본은행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의 정치가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정부·일본은행간 공동성명에서 독립성을 지닌 중앙은행으로서의 책무와 민주적 기초를 지니지 않은 테크노크라트 입장 사이에서 정부(사회)의 압력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하는 영원한 과제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처럼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입장이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시종일관 과거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조직 방어를 가장 우선시해온 저자의 변명서”, “저자가 말하는 ‘중앙은행 독립성’은 ‘중앙은행 독선성’으로 들린다”는 신랄한 비판도 있다.  
 
어느 쪽의 의견이 합당한지에 대해서는 필자도 간단하게 답할 수 없다. 그러나 비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저자가 이러한 회고록을 간행했다는 점은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 결과만을 보고 안이하게 정책 실패와 무능만을 강조하는 일본 경제 논평서가 난무하는 요즘, 일본 사회의 고민과 해결책의 모색을 진지하게 이해하려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책이 읽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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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이차원완화(異次元緩和, Quantitative and Qualitative Monetary Easing, QQE)는 중앙은행이 자산을 대규모로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양적완화(QE)와 유사하지만, 그 목적과 수단, 접근 방식 측면에서 훨씬 더 비상하고 전례 없는 통화정책임. 이는 자산 매입의 양과 질을 동시에 확대하고, 시장의 기대 심리를 적극적으로 전환함으로써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디플레이션 탈피, 엔저를 통한 수출 회복, 경기부양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한 전략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