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 : 큰 그림과 효과적 리더십
“①분쟁의 맥락과 본질을 이해하고 ‘큰 그림’을 올바르게 파악하는 능력, ②이러한 전략 구상을 부대, 국가, 동맹, 전 세계에 걸쳐 폭넓고 깊이 있게 전달하는 능력, ③전략 구상의 실행을 감독하고 모범, 힘, 영감, 결단력, 확고한 운영 방향을 제공하는 능력, ④지도자가 상기 네 가지 과제를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전략 구상을 구체화 및 조정하는 방법 결정 등은 최고위 지도자뿐만 아니라 그 아래에 있는 지도자들에게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638쪽
이 책은 1945년 핵무기 사용에서 시작해 한국전쟁, 베트남전, 최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르기까지 총 28개의 현대전을 다루며, 현대전의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 전반적으로는 전장에서 벌어진 구체적 사건에 집중하고 있으나, 독자는 결국 ‘전쟁을 이끄는 사람들’에 대한 통찰에 도달하게 된다.
700쪽이 넘는 이 책은 결국 하나의 핵심 질문, “전쟁을 어떻게 성공으로 이끌 것인가?”에 대한 답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필자가 그간 접해온 책들이 주로 “왜 전쟁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는 다른 접근이다. 많은 정치학자들이 전쟁의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전쟁 예방과 평화 달성을 목표로 한다면(그 성과에 대해서는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이 책은 전쟁이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 그것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를 중심에 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책결정자와 안보 실무자들에게 실질적인 통찰을 줄 수 있다.
저자들은 성공적 전쟁 수행의 핵심 요소로 전쟁 지도자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성공적 지도자의 네 가지 덕목을 제시한다. 첫째, 지도자는 전쟁의 ‘큰 그림’, 즉 분쟁의 맥락과 본질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접근 방식을 구상해야 한다. 둘째, 파악한 큰 그림에 대해 조직 내 구성원들과 적절히 소통해야 한다. 셋째, 하위 수준에서의 전투 계획을 철저히 실행하는 동시에, 그것이 큰 그림의 수행으로 이어지는지를 감독해야 한다. 넷째, 앞의 세 가지 임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큰 그림을 필요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 이 네 가지 덕목 중 가장 핵심은 결국 큰 그림의 정확한 파악이다. 뒤의 세 가지 요건은 모두 첫 번째 요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9장은 현재진행형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룬다. 다만, 다른 장들에 비해 분석의 냉철함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미국의 군사전략가와 영국의 군사사학자인 두 저자는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각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입장이 분석을 압도한다는 인상을 준다. 전쟁 초반 우크라이나의 선전에 대한 설명은 러시아의 전략 실패와 푸틴 비판, 젤렌스키에 대한 찬사에 집중되어 있어, 마치 우크라이나가 질 이유가 없다는 인상을 남긴다. 이러한 분위기는 증보판에 새로 포함된 2024년 6월 시점 업데이트 이후에 변화한다. 이 부분에서는 러시아가 어떻게 초기 실패를 교정했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가 파악해야 했던 큰 그림과 이어진 실행 상의 실책에 대해서는 충분히 조명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가 고려했어야 할 ‘큰 그림’은,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자유 진영의 지원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그 지원이 무한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특히 2024년 시점에서 미국에서 전쟁 지원에 비판적인 인물이 대선에서 우세한 상황을 감안할 때, 우크라이나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현실을 보다 분명히 인식했어야 했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점을 비판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속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해당 장을 마무리한다. 물론 강대국 정치의 희생양이 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 독자의 공감은 각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전략적 판단의 한계와 그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교훈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전략적 사고를 재조명하며, 전쟁의 현실과 전장에서의 최선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실질적 지침과 통찰을 제시한다. 또한 비록 전쟁을 치르는 지휘관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마주하는 ‘전쟁 같은 과제들’에 이 책이 제시하는 리더십과 전략적 사고를 적용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활용법이 될 것이다. 필자 역시 매일같이 마주하는 본업의 크고 작은 과제들 앞에서 이 책의 사고틀을 떠올린다. 모든 전투에서 이기려고 애쓰기보다는, 이 전투가 궁극적으로 어떤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자문해 볼 것. 결국 가장 중요한 덕목은 ‘큰 그림을 이해하는 것’임을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