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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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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역사가 말해주는 리더십의 본질
서평자 백연정 발행사항 731호(2025-06-04)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 : 하버드 케네디스쿨 역사 리더십 수업

  • - 청구기호 : 303.34-25-1
  • - 서명 :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 : 하버드 케네디스쿨 역사 리더십 수업
  • - 저자 : 모식 템킨
  • - 발행사항 : 어크로스

목차

1장 [리더십]
리더가 시대를 만드는가, 시대가 리더를 만드는가
  2장 [공황]
누가 위기에 정면으로 맞설 것인가
  3장 [개혁]
목표를 위해 협상할 것인가, 투쟁할 것인가
  4장 [폭정]
부당한 권력 앞에 신념을 지킬 수 있는가
  5장 [체제]
죽음의 기계를 막아설 의지가 있는가
  6장 [오판]
권력자의 실수는 어떻게 실패가 되는가
  7장 [대적]
무엇을 적으로 규정하고 싸울 것인가
  8장 [유산]
리더의 이상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서평자

백연정(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평

역사가 말해주는 리더십의 본질

“지금 우리 상황에서는 어쩌면 단순히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을 가진 것만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결국에는 이것이 훌륭한 리더십의 가장 참된 본질이 아닐까.” - 434쪽 
 
‘훌륭한 리더는 어떤 리더인가?’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오랫동안 역사 속 리더들의 리더십에 대해 강의해온 모식 템킨 교수는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 발자취를 남긴 정치적 리더들을 탐구하여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책에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마거릿 대처처럼 공식적인 권력이나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리더와 앨리스 폴, 미라발 자매처럼 아무런 권한이 없는 위치에 있었던 리더를 함께 다룬다. 리더십이 필연적으로 국가나 조직이 부여한 지위나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리더십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답은 이 책의 영문본 제목인 ‘투사, 반란자, 그리고 성자(Warriors, Rebels, and Saints)’에서 찾을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삶에 바람직한 영향력을 행사한 리더들은 대의를 위해 용감하게 싸우는 ‘투사’, 부조리한 체제에 저항하고 전복을 시도한 ‘반란자’, 그리고 공공의 선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성자’의 모습이었다고 말한다. 책에서 소개된 여러 리더들은 이들 세 가지 유형 중 두 가지 이상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며 자신의 뜻을 펼쳤다. 
 
예를 들어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전 세계를 덮친 대공황으로 생존을 위협받게 된 저소득층을 위해 기꺼이 ‘투사’가 되었다.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뉴딜 정책을 시행하고 그의 선의를 믿는 대중의 지지를 획득하였으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국민들에게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본인이 상류층 출신의 엘리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리더로 만들어준 엘리트층이 쌓아온 기존 질서에 순응하거나 빌붙지 않고, 곤궁한 이들을 위해 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반란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성참정권 운동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투옥되어 단식투쟁에 대한 처벌로 강제 섭식까지 당했던 앨리스 폴,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자에 맞서다가 참혹히 살해당한 미라발 자매, 흑인 인권운동에 앞장서다 서른 아홉의 젊은 나이에 암살당한 마틴 루터 킹, 나이지리아의 부패 정권에 음악을 수단으로 대항했다는 이유로 박해를 당하고 가난, 병마와 싸워야 했던 펠라 쿠티 같은 사람들은 ‘투사’이자 ‘반란자’인 동시에 ‘성자’였다. 
 
이렇게 투사, 반란자, 성자의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흔들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 여러 리더들의 공통점은 하나이다. 그들의 의지와 목표가 자신의 안녕이나 잇속이 아니라 사회의 다수를 형성하고 있는, 그러나 역사 속에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위치에 있는 이들의 고된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드는 데에 있었던 것이다.  
 
반면, 이러한 공익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갔을 때 많은 이들의 삶을 순식간에 고통에 몰아넣을 수 있다. 특히 리더들의 권력을 견제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미약할 때와 리더들이 자신들을 만들어낸 역사적 흐름에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때 그러한 리더십의 폐해는 경제적 손실을 넘어 사회와 인류의 비극이 된다. 2차 세계대전이 그러했고, 한국전쟁과 분단, 베트남전쟁이 그러했다.  
 
책은 역사 속의 리더십을 다루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난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최근에 겪었거나 현재 보고 있는, 그리고 곧 가지게 될 리더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리더에 대한 우리의, 즉 팔로워들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도 뒤따른다.  
 
책에서는 선의를 가진 리더들이 세상의 부조리를 부숴 대중에게 더 나은 삶을 주고자 싸울 때 그들의 발목을 잡았던 존재 중 하나가 바로 그 대중이었다고 언급한다. 부조리의 피해 당사자가 내 이웃이고 나는 아닐 때, 내가 그 부조리를 만든 건 아니지만 그 체계 속에서 나는 어느 정도 이익을 보고 있을 때, 리더들의 투쟁이 나의 안온함을 깰 것이라 믿을 때, 나는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다. 부조리에 눈을 감고, 그 리더와 그를 따르는 소수의 대중을, 사회전복을 꿈꾸는 불온 세력이라 비난하며, 때로는 적극적으로 부조리에 부역한다. 그렇게 리더가 봉사하고자 했던 대중은 그 리더를 배신한다. 나치와 같은, 많은 나라의 독재정권, 부패정권 치하에서 과거에 일어났었고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기후 위기,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전 지구적 재난, 그리고 점점 극심해지는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걱정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에게 훌륭한 리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개인, 계층, 국가가 아니라 전 인류의 공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분투하고, 기존 체제의 문제점을 파고드는 리더 말이다. 특히 경기 침체와 사회적 분열에 고통받고 있는 한국에서는 그런 리더의 등장을 더욱 간절히 염원하게 된다. 그리하여 다시 한번, 팔로워의 역할을 고민해 본다. 타인을 돕고자 하는 의지를 지닌 리더가 나타났을 때 그 리더를 발견할 수 있는 눈, 그리고 그 리더와 ‘함께’ ‘투사이자 반란자, 성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용기가 있는 대중만이 그 리더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리더의 자리에 있거나 있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훌륭한 리더를 알아보는 혜안이 필요한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