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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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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다수와 소수의 권력관계가 차별과 편견, 인종을 만든다
서평자 심승우 발행사항 732호(2025-06-11)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 : 이주민, 차별, 인종주의

  • - 청구기호 : 305.800951 -24-1
  • - 서명 :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 : 이주민, 차별, 인종주의
  • - 저자 : 손인서
  • - 발행사항 : 돌베게

목차

1장 다문화 대한민국: 이민 없는 이민정책과 다문화 없는 다문화 사회
­ -다문화 이주민에서 인종으로
­ -이민 없는 이민정책
­ -다문화 없는 다문화 사회
­ -인종 없는 인종차별
­ -차별 없는 다문화 사회?
­ -아인슈타인은 오지 않는다
­ -너희는 그래도 된다
­ -우리 대신 우리를 돌보는 이주민
­ -너희에게 인권 따윈 필요 없다
­ -혐오로 표를 모으다
­ -이민청이 저출생 해법?
­ -이주민을 위한 K-방역은 없다
  2장 다민족 대한민국: 이주민과 인종차별의 역사와 현재
­ -아주 오래된 인종차별
­ -한국이라는 인력사무소
­ -한 줌의 백인, 다문화의 얼굴
­ -배우자가 아닌 가정부
­ -누구를 위한 가사도우미인가?
­ -부려먹고 추방하기
­ -2세대 이주민과 2등시민
­ -허울뿐인 난민정책과 난민혐오
­ -너는 한국인이 아니다
­ -한국의 흑인, 중국동포와 인종주의
­ -동포도 난민도 이주민도 아닌
­ -역사에서 지워진 이주민
­ -한국의 게토, 대림동과 이주민 지역공동체
  3장 글로벌 대한민국: 한국계 미국인과 글로벌 인종주의
­ -인종으로서 아시아인
­ -재미교포,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
­ -떠도는 한인 입양인과 미등록 이주민
­ -빈센트 친과 인종연대
­ -폐허 속에서 얻은 깨우침, 사이구와 한인공동체

서평자

심승우(성균관대학교 좋은민주주의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서평

다수와 소수의 권력관계가 차별과 편견, 인종을 만든다

“다문화라는 말이 더욱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다문화가 다른 문화와 민족을 차별적으로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과 유럽의 백인과 서구문화를 다문화라 부르지 않는다. 다문화는 우리보다 경제적·문화적으로 열등하고 피부색이 다른 동남아시아 사람과 문화를 상징한다. 대중매체는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와 같은 동남아 출신 배우자를 둔 가족을 다문화 가족이라고 부르고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 출신 배우자를 둔 가정을 ‘글로벌 가족’으로 지칭한다.” - 33쪽 
 
한국의 다문화(주의)에 관심 있는 연구자, 독자들에게 이 책은 독창성을 넘어서 이론적, 정서적 충격을 줄 수 있다.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이민자 없는 한국 사회”, “이민 없는 이민정책”, “인종 없는 인종 만들기” 등의 표현처럼 한국 정부(한국 사회)의 다문화 담론이 갖는 모순과 허위의식 등을 예리하게 분석하면서 “다문화 없는 다문화 사회”의 한계를 통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현재까지도 다양한 주제와 풍부한 사례,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한국의 인종주의에 대해 깊고 넓고 체계적인 분석을 전개하는 책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책이 근본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한국의 ‘인종주의 기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재구성한 이민정책이 추진될 때 한국은 ‘다문화’ 브랜드를 내걸 수 있는 국가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중국동포, 탈북민, 화교 등을 중심으로 어떻게 인종이 형성되고 인종주의가 확산되는지를 추적하고 비판한다. 주장의 핵심은 인종과 인종주의는 생물학적, 언어·종교 등 문화적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체와 객체, 우월과 열등 등 다수와 소수의 불평등한 권력관계의 유지와 재생산이 차별과 편견, 혐오를 만들고 인종과 인종주의로 구성되는 것이다. 인종적 다수자로서 누리는 권력과 기득권 질서가 조금이라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본능적인 욕망이 대상을 타자화시키는 인종주의의 근원이다. 이러한 편견과 인종주의, 차별은 한 묶음으로 오며 그 작동은 개인적, 의식적 차원이 아니라 차라리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인종주의에 대한 저자의 비판을 나름대로 재구성해보자.이슬람 사원 건립과 관련하여, 다수자인 주민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우월한 권력)가 침해당한다고 느꼈을 때, 이슬람권 유학생들은 악마적인 종교를 믿는 위험한 인종 집단이 된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감히 ‘국민’이 되려 하고 일자리를 뺏는다고 인식할 때, 그들은 ‘인종’이 된다. 혈통과 문화, 언어를 공유하는 중국 동포 이주민들이 한국인의 것을 축내는 존재, 법질서를 해치는 범죄자 집단으로 묘사될 때, 조선족이라는 ‘인종’이 된다. 북한이탈주민조차 ‘인종주의 기획’에 의해, 국민을 가장한 비국민이면서 이주민도, 난민도, 동포도 아닌 ‘인종’이 된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에는 특별한 인종적 위계가 작동한다. 법적 체류 자격에 있어 사실상 백인들에게는 ‘외국 전문 인력’이라는 호의와 특혜를, 한국 체류 외국인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아시아, 비서구권 출신 유색인종에게는 ‘단기순환형 비전문인력’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정부가 ‘인종화’(racialization)와 ‘인종적 위계화’를 주도하고 재생산하는 것이다. 백인 이주민들의 출연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예능 등 TV프로그램은 이러한 위계를 대중화시킨다. 그 결과 백인들은 인종이라기보다는 한국 사회의 잠재적인 시민으로 표상되지만, 비백인들은 ‘일하다가 되돌아갈’ 노동력으로 표상되고 그러므로 시민 동료가 될 수 없는 인종이 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이 ‘다문화 대한민국’, ‘다민족 대한민국’, ‘글로벌 대한민국’이라는 레파토리로 변주되면서 다양하고 풍부한 설명을 제공한다.  
 
필자가 보기에 다문화(주의)는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다. 문제는, 한국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다문화 정책과 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주기적으로 이민자 2, 3세대의 폭력적 저항과 소요 사태를 경험하는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고려할 때, 한국에서도 빈곤과 인종과 지역이 결합된 게토화(ghettoization)* 우려가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이 책 저자의 주장처럼,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인종주의 기획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혁신하지 않는 한, 급증하는 이주민의 현실을 두고 미래 사회의 통합은 큰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만큼 폐쇄적이었던 독일의 이민정책을 성찰해 볼 때, “우리는 노동자를 불렀는데 인간이 들어왔다.”는 막스 프리쉬(Max Frisch)의 경고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의 주장처럼, 이주노동정책, 복지정책 등과 같은 구조적 개혁만이 미래 지향적 다문화 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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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토화(ghettoization)는 지역 내에서 특정 인종, 민족 혹은 사회 집단이 사회의 주류로부터 분리되어 살아가는 현상을 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