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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비판적이고 주체적인 시민이 되기 위한 숫자 읽기
서평자 정인관 발행사항 733호(2025-06-18)

숫자 한국 : 오늘의 데이터에서 내일의 대한민국 읽기

  • - 청구기호 : 301.0951-25-8
  • - 서명 : 숫자 한국 : 오늘의 데이터에서 내일의 대한민국 읽기
  • - 저자 : 박한슬
  • - 발행사항 : 사이언스북스

목차

1장 인구 변화와 사회
     1. 한국인의 평균 수명
     2. 가구 소득별 산후 조리 기간
     3. 국군 현역 판정률
     4. 이유 없는 비경제 활동 인구
     5. 노년 부양비 추계
  2장 인공 지능과 경제
     6. 인공 지능 노출 지수
     7. 마약류 사용량 추정치
     8. 지역별 전력 자급률
     9. R&D 예산 삭감 횟수
10. 온·오프라인 매출 비중
  3장 기후 변화와 환경
11. 이 감염증 아동 청소년 수
12. 연간 장염 환자 수
13. 방어와 오징어 연간 어획량
14. 삼림 감소 면적
15. 코로나19 전후 미세 먼지 농도
  4장 규제와 정책
16. 알코올 중독 여성 환자 비율
17. 가계 지출 중 현금 비중
18. 중증 정신 질환자의 재진료 비율
19. 혼인 기간별 이혼 건수
20. 3년 이내 재범률

서평자

정인관(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교수)

서평

비판적이고 주체적인 시민이 되기 위한 숫자 읽기

“그러니 더더욱 어떤 숫자가, 우리 사회에 왜 필요한지를 치열하게 공적 영역에서 다투어야만 한다. 작은 단체나 뜻있는 개인은 그런 통계를 만들 시간과 돈을 투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너무 먼 이야기다. 지금은 그저 이 책이 숫자를 읽는 방법에 능숙해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희망한다.” - 240쪽 
 
이른바 ‘숫자의 시대’다.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수집하여 정리된 각종 데이터는 인터넷상에서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숫자로 요약해 보여준다. 굳이 힘들여 찾아볼 필요도 없이 수많은 숫자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매일매일 우리에게 제공된다. 개개인이 인지할 수 있는 세상의 ‘객관적’ 모습은 그 사람의 삶의 반경을 벗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사회의 다양한 영역들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와 우리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더 나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대표성을 갖춘 숫자의 중요성은 실로 크다 하겠다.  
 
그렇다면 오늘날 사람들은 이러한 숫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고 있을까? 우선 숫자들의 홍수 속에서 어떤 숫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지 파악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사회의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어 구성원들의 주목을 요하는 숫자들은 종종 더 자극적이고 비본질적이며 휘발적인 숫자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숫자들이 담아내는 사회 현상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숫자들이 개별적으로 소비된다는 점은 아쉽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급감하는 출산율에 충격을 받고, 플랫폼 노동과 같은 불안정 노동의 증가를 보며 한숨을 쉬면서도 두 숫자를 연결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갖기는 어렵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숫자에 주목하고 이들 사이의 맞물림을 통해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사회과학자들에겐 일상적인 일이다. 물론 모두가 사회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이러한 방식에 조금만 익숙해진다면 사회변화를 이해하고 전망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마주할 때도 그것이 잠재적으로 가져올 영향에 대해 깊고 폭넓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의미 있는 숫자들을 읽어내고, 이들 사이의 관련성을 파악하는 데 익숙해진다면 보다 비판적이고 주체적인 시민이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흥미로운 숫자들로 가득한 좋은 책이다. 저자는 인구, 인공지능, 기후 측면에서 사회의 거시적인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규제와 정책이라는 틀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20개의 숫자들과 시간에 따른 각 숫자들의 변화를 소개한다. 이는 한국인의 평균 수명, 국군 현역 판정률, 노년 부양비, 인공지능에의 노출 지수, 지역별 전력 자급률, 이(머릿니) 감염증 아동 청소년 수, 삼림 감소 면적, 가계 지출 중 현금 비중, 3년 이내 범죄 재범률 등을 포함한다.  
 
각각의 숫자들의 경향성을 살펴보는 것은 그 자체로 무척 흥미롭다. 지역별 전력 자급률의 경우 평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 책을 보며 ‘이것도 의미 있는 숫자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은 경우이다. *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수치들 역시 책에서 제시된 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수치의 변화를 읽어낼 때의 느낌은 상당히 달랐다. 예를 들어, 2037년의 노년 부양비 예측치는 2023년의 두 배에 이른다. 즉, 2023년엔 생산가능 인구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다면, 2037년엔 생산가능 인구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37년에도 부양을 해야 하는 필자로서는 어깨가 무척 무거워지는 수치다.  
 
그렇다면 서로 연관된 숫자들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의 문제는 지난 10여 년간 급증한 연간 장염 환자 수의 변화(2010년 290만 명에서 2023년 442만 명으로 증가)와 연결지어 살펴볼 때 더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위험으로 다가온다. 또한 점차 심각해지는 저출산 현상과 높은 국군 현역 판정률의 관계는 병력 규모 재조정을 포함한 한국군의 미래 모습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임을 알려준다.  
 
꼭지 당 분량이 너무 많지 않고 저자의 글쓰기 능력도 탁월해 말 그대로 술술 잘 읽히는 것은 이 책의 큰 강점이다. 이 책에 실린 숫자들은 우리 삶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많은 숫자들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사실 저자의 목적은 중요한 숫자들의 소개라기보다는 독자들로 하여금 ‘숫자 읽는’ 법에 익숙해지게 하는 데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책에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런 능력을 갖추는 것이 바로 한국 사회가 더 바람직한 미래로 가기 위한 시발점”(240쪽)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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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서울 및 수도권의 낮은 전력 자급률을 지적하며, 전력 공급의 차질이 이 지역에 집중된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의 발전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