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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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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헌법재판소의 시작과 성장, 발전을 통해 보는 한국 현대사 이야기
서평자 최희경 발행사항 737호(2025-07-16)

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 1. 불의에 맞선 칼날

  • - 청구기호 : LM 342.00269-25-1
  • - 서명 : 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 1. 불의에 맞선 칼날
  • - 저자 : 이범준
  • - 발행사항 : 궁리출판

목차

1부
01 항쟁-시민 파워, 헌법재판소를 탄생시키다
02 청사-정동 단칸방, 을지로 교실, 재동 재판소
03 무사-군사정권 악법들, 헌법의 칼에 베어지다
04 소원-법원이 막아선 두터운 장벽을 걷어내다
05 공격-대법원으로 이어진 질긴 닻줄을 자르다
06 유출-검찰 법원 국회 청와대로, 정보는 새고
07 공안-민주화 재판소, 또 다른 민주화를 마주하다
08 변심-20년 간통논쟁, 범죄이거나 부도덕이거나
09 시장-경제는 청와대의 의지로 작동하지 않는다
10 늑장-벙어리 재판소, 세월 흐르기만 기다리다
  2부
11 서열-3부요인 그러나 4부요인 또는 헌법기관장
12 영토-생존과 국가의 토대 vs. 욕망과 소유의 대상
13 1980 1-총칼로 반란, 공포로 탄압, 합당으로 생존
14 1980 2-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하지 못한다는 이론
15 1980 3-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헌재, 무너지다
16 반격-대법원 마침내 재판소를 겨누다
17 가위-노래 부르고 이야기 짓는 자유에 관하여
18 동행-사랑하고 결혼하고 낳아 기르는 수많은 방법들
19 의회-망설임와 뒤집기, 주권자의 대표를 심판하다
20 선거-같은 가치로 투표하고, 같은 조건에서 당선하라
  3부
21 구성-세상은 모두 다른데, 재판관은 한 가지라면
22 양심-헌법의 방패, 나의 마음을 지켜줘
23 배려-소수는 다수로, 다수는 소수로 바뀐다
24 광장-모이고 주장하는 자유에 관하여
25 한계-대통령, 권력을 걸고 재판소에 묻다
26 탄핵 1-노무현 모든 인생 심판정에 모이다
27 탄핵 2-심판은 끝나도 의문은 남아서
28 탄핵 3-탄핵심판의 소수의견을 공개한다
29 관습-대한민국 수도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
30 선택-헌법재판소, 이렇게 스무살이 되다

서평자

최희경(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평

헌법재판소의 시작과 성장, 발전을 통해 보는 한국 현대사 이야기

“3기 재판소는 탄핵 사건을 받아 두 가지를 매듭지어야 했다. 하나는 탄핵 사건의 결론이며, 다른 하나는 절차였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대통령 탄핵이어서 누구도 어떻게 심판을 진행해야 하는지 몰랐다. 재판소도 대리인단도 학자들도 몰랐다. 연구하고 주장하고 반박하면서 정해야 했다.” - 332쪽 
 
 
헌법재판소는 1988년 설립된 이래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헌법재판소의 18년 역사(1988〜2006)를 담아 2009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헌법재판소의 시작과 성장, 발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주요 결정에 대하여 단순히 판례 내용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당시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관, 연구관, 사건 관계자와의 면밀한 인터뷰 등을 통해 사건의 구체적 상황과 결론의 도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시작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시행 당시의 상황은 저자가 기술하였듯이 “1988년 9월 1일 「헌법재판소법」이 시행된다. 그러나 아무런 실체가 없었다. 재판관도 청사도 직원도 예산도 없었다. 헌법재판소법만 덩그러니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예상과 다르게 군사정권이 만든 반인권적 법률들에 대하여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성과를 내어 갔으며, 재동에서의 단독 청사 건립, 헌법재판소장의 의전서열 변경 등을 통해 위상을 확립해 나갔다.  
 
헌법재판소는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는데, 저자는 헌법재판소 구성의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기 재판소는 다양성과 정치성이 특징이며, 당시 9명의 재판관 중에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정치에 관여한 3명, 검사 출신 1명, 교수 1명, 그리고 나머지도 변호사를 거쳤기에 판사로만 재직하다가 재판관이 된 사람은 없었다. 이러한 다양성은 2기부터 주춤하였고, 3기와 4기에는 정통 법관들이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었으며, 4기 재판소는 작은 대법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저자는 2기 재판소가 1기에 비해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로 내부적으로 재판관들이 비슷한 성향이어서 토론이 치열하지 못하였음을 들고 있다.  
 
헌법재판소 설립 후 18년 동안 내려진 결정과 관련하여 저자는 국회의 법률안 날치기 통과 사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연기 사건 등 정치적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소극적 태도를 보여 온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많은 논란이 있었던 동성동본금혼제, 호주제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하여는 그 논쟁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을 통하여 문제의 깊이를 볼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경제질서와 관련된 국제그룹 해체 사건, 택지소유상한제 등 토지공개념 관련 사건, 표현의 자유에 관한 영화 사전심의제 사건, 소수자 권리가 문제된 시각장애인 안마사 사건 등에 대하여 사건 배경, 재판관의 인터뷰 내용,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평가와 영향 등을 기술하고 있다. 이처럼 저자는 헌법재판소의 주요 결정을 통해서 헌법재판소의 시작과 성장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확대를 가져왔음과 동시에 현대사의 중요 사건들을 결정하는 계기가 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한편, 현행 헌법에 의하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하지만 2차례나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으며, 이와 관련하여 탄핵심판제도와 그 결정의 결과는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헌법재판소에 처음으로 제기된 탄핵사건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것이었다. 탄핵심판 자체도 처음이었으며, 더구나 대통령 탄핵이어서 헌법재판소는 그 사건의 결론과 절차 모두에 대하여 고민하며 연구하여 이를 결정하였다. 저자는 당시의 7차례에 걸친 탄핵사건 변론 내용과 헌법재판소 기각 결정의 법리뿐만 아니라 재판관 세 사람이 소수의견을 남겨 어딘가에 보관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재판제도 정착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 확대라는 성과는 아무것도 없었던 그 시작으로 되돌아가 보면 많은 노력과 성장의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18년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나머지 이후의 역사가 기록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은 저자가 그 이후의 현대사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집필 중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음에 따라 또 다른 기대감으로 바뀌며 그 결과물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