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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시민을 발명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통치성
서평자
행정학 전문가 김민주
게시일
33 호(2018-08-01)
시민을 발명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통치성
  • 청구기호 :324.630973 -14-1
  • 서명 :시민을 발명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통치성
  • 편·저자 :바바라 크룩생크
  • 발행사항 : 갈무리(2014-04 )
  • PDF : 『전문가 서평』 - 33호.pdf
  • 상세보기 > 워드 클라우드 > 전문가정보데이터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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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자

행정학 전문가 김민주 (동양대학교 교수)

서평

두 명의 통치자 A와 B가 있다. A는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지시를 통해 권력을 행사하며 통치한다. B는 시민들에게 권한을 부여하여 시민 스스로 통치의 주체가 되도록 한다. 누구의 통치력이 더 치밀하고 정교할까? <시민을 발명해야 한다>의 저자 바바라 크룩생크는 B라고 답한다.  
 
통치자 입장에서 볼 때, 하나하나 직접 시키고 지시해야 하는 상황보다는 시키거나 지시하기 전에 피통치자 스스로 알아서 하는 상황이 더 좋다. 말하지 않아도 통치자의 의도대로, 그것도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시민들이 있다면 통치자는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오늘날 시민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사회를 좋지 않게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더 지향하려는 사회 모습이다. 그런데, 그것이 통치자가 더욱 더 치밀하고 정교하게 권력을 행사하는 하나의 방법이자 수단일 수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다시 말해, 시민으로서 스스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져 실천하는 여러 행위들이 사실은 통치자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행위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바바라 크룩생크는 바로 여기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시민이라면 마땅히 그들에게 부여된 권한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참여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올바르다는 관념이, 사실은 통치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시민, 시민성, 자치 등의 이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되었을 뿐이지 그것들은 모두 통치자의 통치 행위라는 것이다. 그리고 효과적인 통치방법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통치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민의 자발적 행위의 당연함과 규범성은 단순히 통치자의 통치 행위의 수월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민은 사회문제 해결의 적극적인 주체자로 상정되기도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시민’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자율적 통치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만들어진 시민은 통치자의 통치 행위의 수월성을 확보하게 해주는 동시에 통치자의 책임까지 자발적으로 떠안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통치행위는 어떻게 가능할까? 여기에는 시민 스스로의 결핍 의식과 결핍을 보충하기 위한 학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민들은 스스로 시민으로서 지녀야할 능력과 자세가 결핍되어 있다고 인정하면서 그것은 극복되어야 할 것으로 여긴다. 그리고 다양한 경로로 시민들의 결핍 의식이 부추겨지기도 한다. ‘시민의식’이나 ‘시민의 자질’로 표현되는 규범적 논의들이 그렇다. 그래서 결핍을 교정하려는 다양한 사회과학적 지식들이 등장한다. 시민의 자율과 자급과 정치적 참여를 촉진하는 프로그램들이 그에 해당한다. 그렇게 해서 시민의 자발성이라는 가면을 쓴 통치자의 교묘한 통치 행위는 전혀 의심을 받지 않고 작동되기에 이른다.  
 
이 책의 저자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시민이 민주주의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라면, 그것은 시민이 민주주의의 토대라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형성이 민주주의의 영원한 정치적 기획이란 뜻이다. 우리는 새로운 유형의 시민을 창출할 수 있는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것은 가능하다. 내가 주장했듯이, 시민들은 언제나 새롭게 형성된다. 하지만 사회적 구성이 결핍을 바탕으로 진행될 경우, 시민들은 민주적인 기대에 영원히 부응하지 못하고 뭔가 결핍된 상태로 머물 것이다.” 
 
이 책은 권한부여, 자치, 분권, 시민성, 자활 등의 개념과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이 개념들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기보다는 바람직하지 않은 의도를 지닌 통치자들이 이 개념들을 악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그렇다면, 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끊임없는 의심과 목소리를 내는 것이 최선이다. 애초에 통치자에 의해 만들어진 시민이라고 해도, 깨어 있다면 만든 이의 의도대로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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