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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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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갈등을 해결하는 힘은 무엇인가
서평자
서동현
발행사항
461 호(2018-07-31)
동방의 항구들

목차

  • 수요일
  • 목요일 아침
  • 목요일 저녁
  • 금요일 아침
  • 금요일 저녁
  • 토요일 아침
  • 토요일 저녁
  • 마지막 밤
  • 일요일

    서평자

    서동현(국회도서관 사서사무관)

    서평

    갈등을 해결하는 힘은 무엇인가

    세계가 난민 문제로 혼란스럽다. 중동과 가까운 유럽은 난민이 상당수 유입되었고, 난민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유권자가 투표하는 데 있어서 주요 고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난민 문제가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난민 신청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범죄나 테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종 간 증오에 의한 학살, 전쟁과 이에 저항했지만 서서히 무너져간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동방의 항구들』은 요즘 같은 시기에 읽어 봄직한 책이다. 『동방의 항구들』의 저자 아민말루프는 레바논인으로서 어머니가 터키계 이집트인이고 아버지가 레바논인이다. 부모님이 중동 사람이지만 종교는 이슬람교가 아닌 가톨릭이다. 아민 말루프는 다소 특이한 가정 배경을 소설 주인공 오시안의 가족에게도 적용하면서 이 허구의 가족이 실제 일어난 학살과 전쟁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주인공 오시안의 이름의 의미는 ‘불복종’, ‘저항’이다. 오시안 아버지의 삶의 태도는 어리석음과 악취미, 둔화된 정신에 반대하는 것이고 이러한 태도가 오시안의 이름에 반영되어 있다. 아르메니아인 학살 사태에서도 터키인인 아버지는 아르메니아인 누바르와의 우애를 잃지 않았고 누바르의 딸 세실과 결혼하여 오시안을 낳았다. 결국 오시안이라는 존재 자체가 불복종과 저항의 산물인 것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던 의사 지망생 오시안은 프랑스 유학 생활 중 항독 레지스탕스 운동을 통해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저항한다. “나는 언제나 타협과 화해를 원했고, 내가 저항하는 것은 오로지 증오에 대항해서 뿐이었소”라는 대사에서 작가가 오시안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고자 했는지가 극명히 드러난다. 
    소설 속에서도 다뤄지고 있지만 나치에 함께 저항했던 아랍인과 유대인이 서로 충돌하여 아직도 많은 사람이 죽고 난민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오랜 전쟁은 국가, 가족, 개인을 점진적으로 황폐화시키고 있다. 아랍인과 유대인이 전쟁을 시작하는 시점에 오시안은 유대인 클라라와 결혼하여 통합의 상징이라고 생각되는 이슬람교도이자 유대인인 나디아를 낳는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4시간 거리인 하이파와 베이루트를 연결하는 길이 끊어지고 클라라가 본인을 포기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오시안은 서서히 무너지게 된다. 
    사실 『동방의 항구들』의 후반부로 갈수록 무너져가는 개인들을 보면서 집단의 갈등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명의 독자로서 기대했던 부분과 달라서 아쉽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렇듯 오시안은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되면서 저항 운동을 소극적으로 지지하는 데 그치고 가족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결국에는 학살과 전쟁의 희생양이 되어서 본인을 잃어버리고 ‘강요된 안정’에 익숙해진다. 다소 허무하지만 작가 아민 말루프는 인종 간 갈등을 봉합하고 무너진 개인을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힘은 신뢰와 사랑이라고 답을 제시하는 것 같다. 인종 간 갈등이 오랫동안 지속된만큼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난민을 증오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동방의 항구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난민 문제를 대처해야 할지 각자의 답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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