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한반도에 총성이 울리지 않기를 바라며
뜨거웠던 지난여름 정치권의 현안 가운데 하나가 국군기무사령부 문제였다. 이른바 계엄 문건과 세월호 유족 사찰 논란 등으로 수사가 이뤄졌고,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 해체 후 재편성을 지시하기까지 했다.
계엄 문건 등에 대한 엇갈린 시각이 나오고 있지만,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을 얻었고, 무엇보다 휴전 상태에서 북한이라는 ‘주적’을 상대하는 우리 군(軍)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느냐는 한탄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군의 존재 이유는 항시 철저한 군사적 대비 태세를 유지해 전쟁을 방지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인 만큼 군의 일탈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굳이 군(軍) 문제를 언급하는 건 정전협정 65주년인 올해 한국전쟁과 분단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4․27 판문점 선언과 역사적인 6․12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싱가포르 선언을 통해 종전선언이 주요 이슈로 떠오른 영향도 있을 터이다.
종전선언-물론, 국제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지만-에 대한 논의에 앞서 한국전쟁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와중에 <계산된 위험-한국전쟁과 정치를 말하다>(김동원 지음)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1950년 6월 25일 04:00 북한이 작전명 ‘폭풍’ 하에 이뤄진 북위 38도선 이남 대한민국을 불법으로 침략한 전쟁 초기 전개 상황을 담담히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북한의 대대적인 공세를 예측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당시 이승만 정부와 전쟁 발발 이후 즉각적인 지원에 나선 미국 워싱턴, 유엔 안보리 당사국들이 어떻게 숨가쁘게 움직였는지 각종 사료를 통해 생생한 다큐멘터리처럼 내용을 구성했다. 다소 길게 느껴지는 편집이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전쟁과 국제정치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독자라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나갔다.
남북관계에 관심이 많은 기자로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시 한반도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전쟁에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채 혼란을 거듭했던 정부의 대처에 새삼 한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시민들에게 전방의 전황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채 홀로 한강을 넘어 한달음에 대구까지 내려갔다가 잘못된 판단을 자책하고 대전으로 올라왔던 이승만 대통령의 행적과 천 명이 넘는 병사들과 민간인이 있었던 한강 인도교를 폭파한 참화에는 어이가 없었다.
전쟁의 참혹한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놓고 진영별로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로 시각은 다르더라도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누구도 지진과 같은 파괴와 유혈을 수반하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전쟁에 대비해 군비를 갖추는 것도 평화를 원해서이지 전쟁을 원해서가 아니다.
남북 교류와 협력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낡은 반공 이데올로기도 문제이지만, 근거 없는 ‘평화론’을 바탕으로 자위적 방어 태세를 무작정 소홀히 하는 것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3년 1개월간의 전쟁으로 남북한 민간인 포함 인명 피해는 450여만 명, 남한 산업시설의 43%, 주택 33%가 완전히 파괴됐고, 남북 간 증오와 대립의 후유증 역시 이 땅에 짙게 드리웠다.
한국전쟁에 대한 어느 한쪽의 시각을 강제하지 않고 기록영화처럼 독자를 인도하는 이 책은 다시는 한반도에서 포성이 울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다.
“평화 대신 전쟁을 선택할 바보는 없다. 평시에는 아들이 아버지의 시체를 묻지만, 전시에는 아버지가 아들의 시체를 묻는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코스의 말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