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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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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행동디자인,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다
서평자
채완석
발행사항
375호(2018-04-25)
행동을 디자인 하다

목차

  • 들어가는 글_세상은 행동디자인으로 가득하다
  • PART 1_행동디자인의 기본
  • PART 2_행동디자인의 구조
  • PART 3_실전, 행동디자인 발상법
  • 나오는 글_누구나 행동디자이너가 되는 세상을 꿈꾸다

    서평자

    채완석(경기도청 건축디자인과 공공디자인팀장, 미술학 석사)

    서평

    행동디자인,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다

    “~하는 편이 좋다”라고 직접적인 권유를 해봤자 효과가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간접적으로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 행동디자인의 접근 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나도 모르게 행동하고 싶어지도록’ 환경이나 조건을 디자인해 문제 해결을 노리는 것이다. (24p.) 
     
    인간은 끊임없이 사고(思考)한다. 그리고 무수한 사고의 모순 속에서 정제된 행동을 발견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무의식 속 사고는 정제되거나 절제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를 사회적 규범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면 부도덕이나 무질서, 배려심 부족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행동은 책임이 뒤따르게 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상호관계를 중시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강요에 의한 행동 변화는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이 책의 키워드인 행동디자인은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의 ‘넛지(Nudge)’ 개념과 궤를 같이한다. 넛지란 ‘팔꿈치로 살짝 찌르다’라는 뜻으로 어떤 일을 강요하는 대신 스스로 행동이 변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남자 화장실에 ‘화장실을 깨끗하게 쓰시오’라는 문구 대신 이 책의 행동디자인 사례로 자주 언급된 바와 같이 표적이나 불꽃 모양 스티커를 소변기에 붙여놓은 것과 같은 효과다. 저자는 “넛지를 통해서는 무심코 선택하게 되는 일상적인 행동(초기 설정 선택지)의 설계 방법을, 행동디자인학을 통해서는 문득 선택하고 싶어지는 또 다른 행동(대체 선택지)의 설계 방법을 배울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넛지와의 연관관계와 함께 다른 면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구조를 보면 파일 박스의 대각선, 무빙워크의 발자국처럼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사례를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행동디자인의 기본과 구조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리고 세 가지 조건 즉, 아무도 손해 보지 않고, 행동을 이끌며, 이중적인 목적을 만족할 때 이를 행동디자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행동의 선택지를 늘리는 것일 뿐 행동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Part 1에 이어 Part 2에서는 행동디자인의 원리와 구성요소를 언급하면서 행동 촉발의 계기를 트리거라고 표현한다. 트리거는 쉽게 ‘무엇을 하게 되는 계기 또는 요인’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특히, 행동을 유발하는 인자인 트리거를 물리적, 심리적 트리거로 구분하면서 개인과 사회적 차원의 심리적 트리거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는 저자의 논문 「행동디자인학 : 행동을 바꾸는 트리거 디자인하기」를 기초로 이론적 토대를 강조한 데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행동디자인의 발상법을 다룬 Part 3에서는 행동디자인의 힌트를 얻기 위해 어린이의 행동을 관찰하라고 제안한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동디자인을 보더라도 어른과 어린이의 반응이 다른 이유는 행동디자인을 바라볼 때 지식뿐만 아니라 호기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행동디자인의 출발은 호기심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따라하기’, ‘연결하기’, ‘조합하기’, ‘오즈번의 체크리스트를 활용한 관점 전환하기’ 등 4가지 방법을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의 좋은 기준으로 권하면서 글을 맺는다. 
     
    행동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끌어내기 위해 매력적인 요소를 계기로 스스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데, 반복할수록 편익이 줄어들어 사용자가 흥미를 잃는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세심한 관찰과 함께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 얼마 전 언론에서 횡단보도 앞 노란 발자국의 효과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실제로 횡단보도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30% 줄어드는 결과도 낳았다. 하지만 저자가 본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반복될수록 사용자가 흥미를 잃는다는 점이 문제다. 더욱이 사용자가 어린이라면 이야기는 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우리의 문화 수준이 올라가는 만큼 바닥에 그려지는 발자국의 모양, 색 하나까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 사회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사업은 꾸준히 추진되어 왔다. 그리고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주도하는 사업의 특성상 겉으로 드러난 데이터를 중시했던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유사 사업을 추진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강요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마음을 움직이도록 하는 방법 또한 제공할 것이다. 한마디로 유연성이 필요한 정책입안자들이 보면 좋을 책이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31개에 달하는 행동디자인 사례를 일일이 기억하지 못해 앞으로 되돌아가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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