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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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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의학으로 예술을 이해하고 예술로 사상을 깨닫는다
서평자 이준희 발행사항 391호(2018-08-14)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

  • - 청구기호 : 709.515-18-1
  • - 서명 : 초상화, 그려진 선비정신
  • - 저자 : 이성낙
  • - 발행사항 : 눌와(2018-03 )

목차

Ⅰ장 초상화에서 피부병을 발견하다
     1. 초상화에 빠진 피부과 의사
     2. 정직함의 발현, 초상화 속 피부병
  Ⅱ장 개국 군주에서부터 망국의 지사까지
     1. 태조 어진_개국 군주의 얼굴에 흠집을 남기다
     2. 홍진 초상_주먹만큼 부풀어오른 코, 코주부 선비의 고뇌
     3. 김새신 초상_민둥민둥한 얼굴, 내시의 초상
     4. 장만 초상_애꾸눈의 두 전쟁 영웅, 서로 다른 초상화
     5. 이시방 초상_말굽에 채인 상처일까, 피부병의 흔적일까
     6. 오명항 초상_어두워진 얼굴빛, 죽음의 그림자
     7. 유복명 초상_얼굴 가득 털이 난 다모증의 선비
     8. 송창명 초상_하얗게 물든 얼굴, 백반증의 증거
     9. 서명응 초상_어른이 되어도 남은 ‘얼굴의 몽골반점’
     10. 채제공 초상_당대 명재상의 사시를 그리다
     11. 서매수 초상_청소년들의 영원한 고민, 울긋불긋 여드름
     12. 서직수 초상_쌍둥이 모발에서 보는 조선시대 초상화의 자존심
     13. 강인 초상_아버지와 아들, 팔자 주름이 닮았네
     14. 이채 초상_할아버지의 초상인가, 손자의 초상인가
     15. 신홍주 초상_수염 속에 숨은 작은 혹까지도
     16. 김정희 초상_추사의 얼굴에 다녀간 ‘손님병’의 흔적
     17. 홍직필 초상_얼굴에 피어난 발진, 병마에 시달린 흔적
     18. 황현 초상_죽음을 각오한 선비, 그 사팔눈에 담긴 개결함
  Ⅲ장 조선시대 초상화, 그 고유함에 대하여
     1. 피부병을 찾기 힘든 서양의 초상화
     2. 과시와 조상숭배, 중국의 초상화
     3. 도식화된 권위, 일본의 초상화
     4. 선비정신을 담은 조선시대 초상화
 
후기_선비정신, 다시 살아나야 한다

서평자

이준희(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미술학 석사)

서평

의학으로 예술을 이해하고 예술로 사상을 깨닫는다

조선시대 초상화에는 피사인들의 얼굴의 흠까지도 가감 없이 그려져 있다. 수염 속에 감추어진 조그만 혹에서부터, 보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 정도로 흉한 보습까지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화폭에 담았다. 피사인, 즉 선비들의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정직함으로 대표되는 선비정신이 있다. 초상화에서 선비정신의 맥을 짚을 수 있는 이유다. 이는 우리 문화사의 큰 획인 정직함의 결정체이며, 조선시대를 관통한 민족혼의 당당한 발현이기도 하다. (208~209p.) 
 
초상화는 단지 얼굴을 똑같이 그린 그림이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적인 묘사 그 이면에 그 사람의 내면과 성격, 삶이 표출된다. 그 사람의 개인적인 성격과 감정은 물론이고, 그 사람이 살았던 사회와 환경, 심지어는 그 사람이 고민했던 시대 상황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그리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초상화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중국 명나라 황제 주원장(朱元璋)의 것으로, 온화하고 단정한 초상화와 이와는 정반대인 음험하고 추악한 초상화 두 종류가 전해지고 있다. 또한 천연두로 한쪽 눈을 잃은 일본 도쿠가와 막부 시절의 무사,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의 초상화는 본인의 요구에 의해 의도적으로 양쪽 눈이 다 그려져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초상화는 권력 있는 자들이 힘을 과시하고 표출하기 위해 제작한 것들이 대부분이며, 저명한 정치가나 재력가들도 자신의 존재와 과업을 기리기 위해 초상화를 남기곤 하였다. 또한 종교적인 상징의 목적으로 그려지는 초상화도 많았으며, 이전 공산국가 등에서는 프로파간다, 선전․선동의 목적으로 제작되는 초상화도 있었다. 그 유명한 중국의 마오쩌둥 초상이나 쿠바의 체 게바라 초상 사진은 선전, 선동용으로 사용되다가 이젠 하나의 문화 아이콘처럼 되어버린 사례이다. 그리고 이러한 영웅화의 목적으로 제작된 초상화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아마도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초상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초상에 대한 동서양의 인식의 차이는 조금 다른 면이 있는데, 서양의 즉물주의 미학은 사물을 보이는 표면 그대로 똑같이 재현해 내는 것에 몰두하였다. 르네상스 시기에 시작된 원근법이나 해부학, 명암법, 색채론 등이 모두 사물이나 인물을 똑같이 그리기 위한 기법으로 쓰이기 시작하여 발전되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이 모든 기술은 주로 그 대상을 영웅화하고 신격화하는 데 많이 쓰였고, 있는 그대로의 묘사보다는 더 강렬하고 깊은 인상을 주어 대상을 돋보이게 한다는 목적에 집중한 면이 많았다. 강한 명암이나 원근법, 색감과 톤의 활용을 극대화함으로써,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더 미화된 모습의 초상화가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조선의 회화 역시 서양의 초상과 마찬가지로 사실적인 표현을 추구하기는 하였으나, 그 근본 취지는 서양과는 전혀 다른 방향과 목적을 견지하고 있다. 조선의 초상화는 붓과 먹을 이용한 사실주의 기법을 통해 세부적으로 털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자 하였는데, 그 이유는 서양처럼 사진과 똑같이 재현해 내는 것 자체의 목적보다는, 이러한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그 이면에 있는 그 사람의 정신까지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는 편이 옳은 해석이다. 조선의 초상화가들은 ‘터럭 하나라도 틀리면 그 사람이 아니다.’ 즉, 일호불사 편시타인(一毫不似 便是他人)이라는 개념 아래 대상 인물과 똑같이 닮게 그리기에 힘을 쏟았는데, 이를 통해 ‘형상을 통하여 정신을 전달한다.’는 뜻의 전신사조(傳神寫照)의 철학을 추구하였다. 즉, 다른 사람들이 귀감으로 삼아 본받을 만한 인물의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초상화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던 것이다. 설사 서양과 같은 입체감은 없었다 하더라도 오히려 그런 과장을 배제한 솔직한 접근을 극대화함으로써 그 인물의 총체적인 개념과 사상, 그 인물의 정신과 내면까지 표현하려는 진지한 탐구의 정신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피부과 전문의의 시각을 통해 이런 조선시대 선비들의 사상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피부병변 하나하나를 여실하게 드러냄으로써 그 인물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보여주고자 하는 그 시대의 사상을 증명해 보여준다. 초상화를 통하여 미화되거나 영웅시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선비로서 얼마나 올곧은 정신과 함께 정직한 실천으로 살아왔는지 그 삶 자체와 정신까지도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의 시작은 의학을 통해 예술을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정작 책을 덮는 순간에는 깊은 반성과 깨달음을 주는 철학 서적과도 같은 큰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