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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세금, 정치, 그리고 미래
서평자
김시광
발행사항
453호(2019-11-13)
(30년 조세 정책 전문가가 보는) 세금의 모든 것

목차

  • 서문 세금, 국가 그리고 나
  •  
  • 제1장 세금이란 무엇인가
  • 제2장 소득과세 [형평]
  • 제3장 기업과세 [효율]
  • 제4장 소비과세 [중립]
  • 제5장 자산과세 [변화]
  • 제6장 국제조세와 관세

    서평자

    김시광 (이종구 의원실 보좌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박사수료(재정학 전공))

    서평

    세금, 정치, 그리고 미래

    “조세체계를 개편하는 문제는 결코 쉽지 않다. (중략) 국민 모두의 소득과 재산에 직접 관련된 문제이므로 쉽게 결론을 낼 수도 없을 것이다. 또한 어렵게 개편안을 만들었다 해도 국민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결단력 있게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47p.)”  
     
    국회 보좌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7번의 세법개정안을 검토했다. 그 중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2013년의 개정안이다. 매년 200∼300개 꼭지의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지만 대개 부분적인 개편에 그친다. 하지만 2013년에 제출된 ‘2014년 세법개정안’은 달랐다. ‘2014년 세법개정안’의 핵심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소득세 제도 근간을 뒤흔드는 매우 큰 개혁안이었다. 
     
    쉽게 말하면 소득공제는 그만큼의 소득이 없다고 간주하는 것이고, 세액공제는 그 액수만큼 이미 낸 세금에서 돌려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득공제는 고소득자에게 유리하다. 예를 들어 소득공제가 1,000만원이라면 고소득자(한계세율 42%)는 420만원을 아낄 수 있지만, 저소득자(한계세율 6%)의 경우 60만원만 감면된다. 이것을 세액공제 100만원으로 바꾸면 100만원 이상의 세금을 내는 사람이라면 모두 100만원을 돌려받는다. 저소득층에 혜택이 주어지므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에는 학계와 시민단체 모두 어느 정도의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었다. 다만 세액공제로 전환하면 면세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고자 일부 공제를 축소하여 3,450만원 이상의 근로자들의 세금이 늘어나도록 세제 개편을 추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세액공제 전환은 실패했다. 세법 개정안 발표 5일 뒤 월급 노동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대통령은 5,500만원 이상 근로자들만 세금이 늘어나도록 수정할 것을 지시했다. 더 큰 문제는 연말정산이 처음 적용된 2015년 이후였다. 3,000∼4,000만원 근로자의 세금도 일부 늘어난 것으로 밝혀지자 정부가 국민을 속였다는 여론이 일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사실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개혁은 없다. 가계의 구성원, 소비 패턴에 따라 일부 세금이 늘어나는 사람이 있더라도, 미래를 볼 때 필요하다면 해야 하는 것이 개혁이다. 하지만 여론과 국회의 비판 앞에 정부는 무릎을 꿇었다. 정치 논리에 밀려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32.4%였던 면세자 비율은 48.1%까지 치솟고 말았다.  
     
    왜 이렇게 세액공제 이야기를 많이 했느냐 하면, 이 책의 저자가 2013년 세법 개정의 수장 김낙회 전 세제실장이기 때문이다. 저자도 이 책을 쓴 계기가 바로 이 사건이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30년간 조세 정책을 만들어왔던 인물, 역사에 길이 남을 개편안을 들고 왔다가 오명을 뒤집어쓴 인물은 과연 어떤 말을 할까?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서평 의뢰를 받아들인 이유도 이것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천명하고 있듯 세금의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다. 조세제도, 그리고 세법 개정과 관련해 들어보았던 대부분의 이슈가 이 책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장에서 세금의 의미, 역사 등 총괄적 내용부터 언급하고, 2장부터 6장까지는 각론으로 들어가 25개의 세금을 소득과세, 기업과세, 소비과세, 자산과세, 국제조세와 관세로 나누어 주요 개념과 과세 구조, 핵심 이슈 등을 빼곡히 정리해 두었다. 객관적으로 기술하고자 노력한 탓에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는 인색하지만 3개 주요 과세인 소득과세에는 형평, 기업과세에는 효율, 소비과세에는 중립이라고 설명을 붙여두어 저자의 스탠스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다소 아쉬운 점은 자신이 30년의 공직 생활 동안 겪은 것들을 풀어내기보다는 이론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옳고 그름의 영역이 반드시 정치적 판단의 영역보다 우선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본인의 경험을 통해 설명을 했다면 보다 생생하게 독자에게 와 닿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부분들을 배제하고 경제학 교과서나 경제지 지면에 실릴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보니 저자의 강점이 다소 약해진 감이 있다. 또, 너무 많은 내용을 한 권의 분량에 풀어내려다보니 깊이가 깊은 편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세제 전반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접해보고자 하는 독자에게 유용할 것이다. 
     
    모든 정책에는 재원이 필요하고, 이러한 재원 마련을 위해 국가는 세금을 걷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쓸 곳이 많으면 더 많이 걷어야만 한다. 현 시점에서 볼 때 한국은 세부담도 적고 복지 수준도 낮은 나라이다. 그러나 소득도 늘어나고, 고령층도 늘어나면 폭발적인 복지 수요 증대는 피할 수 없다. 즉, 복지 재원을 만들기 위한 조세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개혁은 필연적으로 국민 간에 유불리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양보와 설득이 필요하다. 저자의 말처럼 때로 정치적 판단의 영역이 옳고 그름을 앞서는 경우가 있어 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정치적 판단보다는 옳고 그름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올해 정기국회 세법 심의 과정에서는 진영논리를 벗어난 건설적 토론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