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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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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사회학으로 해석하는 인권의 쟁점
서평자
조효제
발행사항
457호(2019-12-11)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

목차

  • 1장 착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인권이 좋아질까?
  • 2장 그들에게 우리의 나라를 빼앗긴다면?
  • 3장 ‘금수만도 못한’ 자들에게 인권이란?
  • 4장 나의 양심은 국가 없이도 존재할 수 있을까?
  • 5장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가 함께 살아가려면
  • 6장 결혼만은 포기하라는 말의 의미
  • 7장 혐오 표현도 표현의 자유일까?
  • 8장 장애인 앞에 놓인 장애물을 없애려면
  • 9장 공정한 채용을 위한 차별은 정당할까?
  • 10장 파업할 권리와 불편하지 않을 권리
  • 11장 일터 괴롭힘은 누가 없앨 수 있을까?

    서평자

    조효제(성공회대학교 교수, 한국인권학회장, 런던정경대(LSE) 사회정책학 박사)

    서평

    사회학으로 해석하는 인권의 쟁점

    “미래에도 인권은 중요합니다. (중략) 일각에서 말하는 ‘인권의 황혼’, ‘인권의 위기’는 잘못된 진단입니다. 공리주의건 자국중심주의건 인권은 다양한 가치와 대결하면서 생명력을 키워왔습니다. 때로는 인권과 인권이 대립해서 의도치 않은 차별을 낳기도 하면서요. (중략) 인권을 외쳤던 많은 입장들이 은밀한 차별을 만들었던 것처럼, 미래의 신기술 역시 인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오류를 막는 유일한 길은 우리의 인권감수성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입니다.”(312p.) 
     
    지난 이십 년 사이에 인권을 다룬 책들이 꾸준히 늘어나다 최근 들어서는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인권에 관한 논쟁과 뉴스도 많이 나온다. 이런 현상 자체는 반갑고 환영할 만하다. 인권에 대한 관심이 늘고 인권 담론이 확장되면 당연히 인권 상황도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의 저자 구정우 교수는 바로 이런 가정에 의문을 던진다. 많은 사람이 인권을 말하는 시대, 인권이 사회문제를 가르는 핵심기준이 된 시대라면 당연히 인권의 이름으로 모든 문제를 단순명확하게 판별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상식적인 전제의 허실을 꼼꼼히 파고 든다. 저자에 따르면 인권이 아무리 좋은 가치라 하더라도 그것을 단순논리 혹은 흑백논리로 봐서는 곤란하다. 인권 주장에 대해 “과연 그럴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태도와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인권을 반대해서가 아니라 인권을 지지하는 입장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인권을 비판적으로, 이성적으로, 또는 사회학적으로 지지하는 태도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여기서 ‘인권감수성’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견해가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인권감수성에는 두 차원이 있다. 하나는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한다는 기본원칙에 대한 감수성이다. 우리가 흔히 인권감수성이라 할 때엔 이런 감수성을 가리킨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둘째 차원의 감수성도 중요하다. 그것은 사람들이 서로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한 감수성이다. 두 번째 감수성은 한국 사회의 인권 담론에서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어 온 측면이다. 
     
    저자는 인권도 결국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줄이고 사회의 민주적 통합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봤을 때 인권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움직임이나 정책이나 운동이 뜻하지 않은 분란과 분열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인권의 이름으로 일어나는 의도치 않은 미묘한 문제점까지 직시하는 것도 인권감수성의 중요한 축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최근 커다란 논란을 불러왔던 인권 이슈들을 검토한다. 난민, 범죄자, 양심적 병역거부, 젠더전쟁, 동성애, 혐오표현, 장애인, 공정과 차별, 노동, 인권경영 등을 사례로 삼아 인권감수성의 두 축인 개인의 존엄과 공동체의 통합이 어떤 식으로 다뤄졌는지, 그 두 가지가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지를 설명한다. 또한 그런 논쟁이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의 시각을 열어준다. 
     
    이런 인권 이슈들을 다루기 위해 이 책에서 활용하는 학문은 주로 사회학과 사회심리학이다. 지금까지 인권 규범에 대한 승인 혹은 불승인, 그리고 법적 적용을 중심으로 인권을 다루는 것이 전통적인 인권 방법론이었다. 바로 이 때문에 인권을 법조문의 해석, 혹은 법적 시각으로 파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법조인이든 일반인이든 인권을 거론할 때 주로 법적인 렌즈로 파악하곤 했다. 이 때문에 인권이 ‘법적 관점에 장악되어’(legal grip)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인권이 법규범을 중심으로 상상되고 실행되어 온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인권을 법적 논리로만 해석하면 문제가 많다고 본다. 모든 규범적 개념이나 가치체계가 흔히 그러하듯 인권 역시 사회의 구성원들에 의해 인식되고, 해석되고, 평가되는 과정을 통해 생성, 적용, 변화, 발전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인권을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단순히 찬반양론으로만 가를 수 없는 동태적이고 입체적인 인권의 다양한 측면이 드러난다. 사람들이 인권에 의문을 표하거나 심지어 반대할 때에도 그들이 단순히 반인권적이라서 그렇다기보다, 미묘하고 복잡한 사회적 동학에 의해 그런 식으로 표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사회학에서는 ①인권이 형성되는 정치·사회·경제적 환경과 조건, ②인권이 표출되고 요구되는 과정, 그리고 ③인권이 실행될 때 나타나는 권력변화와 예기치 않게 나타나는 문제를 다룬다. 또한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인권의 순환’을 이룬다고 가정한다. 이 책은 둘째와 특히 셋째에 많은 설명을 할애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인권감수성이 제대로 높아지려면 인권 논쟁의 다면적 측면들을 섬세하게 이해하고 해석한 후 그것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모든 인권 문제를 단순히 찬반으로만 거칠게 가를수록 우리가 원하는 인권사회의 도래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는 대중교양서로 출판되었지만 특히 세 그룹의 독자층—즉, 인권을 지지하면서도 그것을 논리적으로 따져보고 싶어 하는 독자, 학교와 대학에서 인권을 문답법적 방식으로 다루고자 하는 교수자와 학습자, 그리고 인권의 구체적 정책을 고민하는 정치인, 행정가, 정책결정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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