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래는 더욱 불평등해질 것인가?
“기술과 교육 사이의 경주에서 20세기 중 전반기에는 교육이 앞섰고 마지막 30년에는 기술이 앞섰다. 이 경주는 경제의 확장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성장의 과실을 어느 집단이 얻을지도 결정했다.” - 404쪽
저자는 평생 소득격차의 원인에 관해 연구한 경제학자로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같은 하버드 대학의 동료이면서 경제학자인 남편 로렌스 F. 카츠 교수와 이 책을 함께 썼는데, 저자가 오랜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을 요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미국이 건국 이후 어떻게 기회의 평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교육을 확대해 왔으며, 이후 이를 고등교육의 영역으로 확장하여 현재와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는가에 관한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교육 수준, 즉 학력에 따른 소득격차에 관한 내용인데, 기술이 진보하는 속도에 비해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 향상되는 속도가 더 빨랐던 시기에는 소득격차가 감소했던 반면 그렇지 않았던 시기에는 소득격차가 확대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기술의 진보는 사람들의 교육 수준에 따른 소득격차를 확대하는 속성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숙련 편향적(skill-biased) 기술 진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컴퓨터나 인공지능(AI) 기술의 진보는 이를 주로 사용하는 고숙련(고학력) 노동자를 더욱 필요하게 하여(수요의 증가) 이들의 임금을 상승시키는 반면 저숙련(저학력) 노동자의 필요를 줄이고 이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인류의 기술은 끊임없이 진보해 왔으므로 이러한 숙련 편향적 기술 진보에 따른 소득격차는 계속 확대되어야 했으나, 역사적으로 항상 그렇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기술 진보에 따른 고학력 노동자의 수요 증가에 비해 교육 수준 향상에 따른 고학력 노동자의 공급 증가의 정도가 더 컸을 때는 공급이 수요를 압도함으로써 오히려 소득격차가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를 보면 20세기의 전반기에는 교육 수준의 향상 속도가 기술 진보의 속도를 앞질러 소득격차가 축소되었던 반면 교육 수준의 향상 속도가 기술 진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80년대 이후로는 소득격차가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80년대 이후 교육 수준의 향상 속도가 기술 진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저자는 그 이유가 기술 진보의 속도가 더욱 빨라져서가 아닌 그동안 미국의 교육 수준을 향상해 온 주요 장점(미덕)들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9세기와 20세기 전반기를 통틀어 미국은 교육의 선두주자였다. 19세기에 미국은 모든 국민에게 무상 초등교육을 제공했는데 이는 유럽 국가들보다 수십 년 이상 앞선 것이었다. 이러한 보편적 교육의 확대는 이후 고등학교와 대학 교육으로 이어져 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적어도 중산층이라면 남녀 구분 없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미국 대학의 경쟁력이 유럽의 더 오래된 대학들을 앞서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저자는 이 같은 성공 비결은 미국 교육이 지닌 전통적인 장점(미덕)에 있다고 설명한다. 건국 이래 미국의 교육은 탈 중심성, 공공성, 개방성, 관용성 등의 미덕을 지니고 있었다. 전국 곳곳에서 자기들이 사는 지역을 더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써 경쟁적으로 교육 기관들이 설립되었고(탈 중심성), 건국 초기부터 유럽의 엘리트주의가 아닌 평등주의적 관점에서 무상 교육제도를 지향했으며(공공성), 성별이나 종교, 학업성적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원하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려는(개방성·관용성) 전통이 있었다. 이러한 미덕하에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의 교육 기관들이 설립되었고 이들은 중앙집권적인 규제 없이 자율적으로 교육과정과 내용을 정했으며, 널리 문호를 개방하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였다. 이런 운동은 주로 민간부문(사립학교)에서 먼저 일어났으나, 이후 공공부문(공립학교)도 참여하면서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교육 경쟁의 장이 열리게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자율성과 경쟁이 미국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천이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지난 백여 년간의 광범위한 실제 자료들과 이에 기반한 실증적 연구들을 토대로 기술되어 높은 설득력을 지닌다. 특히 많은 자원과 노력을 투입하면서도 기득권 지키기와 한 줄 세우기 등으로 인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보다 지대(地代)를 추구(rent seeking)하는 데 쓰이고 있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