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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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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기술로 인한 혜택과 그 이면의 그림자
서평자
안성원
발행사항
499호(2020-10-14)
디지털의 배신 : 플랫폼 자본주의와 테크놀로지의 유혹

목차

  • 프롤로그 : 테크놀로지의 유혹과 덫
  •  
  • 제1장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지배하는 플랫폼 세계
  • 제2장 플랫폼 자본주의와 알고리즘의 야만성
  • 제3장 그린 뉴딜과 불타는 지구
  • 제4장 코로나19 팬데믹과 인포데믹
  • 제5장 데이터 인권과 디지털 민주주의
  •  
  • 에필로그 : 인간중심주의의 오만과 지구 회복력

    서평자

    안성원(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고려대학교 컴퓨터공학박사)

    서평

    기술로 인한 혜택과 그 이면의 그림자

    “첨단의 신생 테크놀로지가 우리에게 선사한 성장의 달콤한 열매만큼이나 기술 숭배가 가져온 부메랑 효과들을 살피고 경고한다.” (p. 7) 
     
    이 책은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고 지향하는 기술의 이면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고 범인류적 차원의 공생을 위한 올바른 활용과 부작용의 최소화를 주문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라고 불리는 현 세대에서, AI를 비롯한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혁신 기술들은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더 가속화된 비대면 사회의 실현, 지난 2016년 알파고 쇼크로 인하여 촉발된 AI에 대한 큰 관심 등으로, 이 혁신 기술들에 대한 활용성과 가치는 더 올라갔다. 저자의 비판처럼 우리가 기술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여기는 까닭은 과거 경제발전의 역사 때문일 것이다. 해방과 전쟁을 겪고,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우리나라의 성장배경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치열함이 있었고, 그 동아줄로 움켜잡은 것이 기술기반의 산업 발전이었다. 때문에 기술은 성장과 발전을 가져다주는 성공방정식으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성공을 맛보다 보니 종종 기술은 저자의 말처럼 그 자체로 무결한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과도한 기술 숭배는 기술이 인간의 편의성 증대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지배하는 형태로 그릇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과도한 기술 숭배 현상을 경계해야 함을 주문하고, 기술에 잠식당하는 우리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IT 신기술을 바탕으로 물리 세상과 디지털 세상의 통합의 장이 되는 오늘날의 플랫폼들은 현실 질서의 주도권까지 쥐고 흔드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꿈꾸며 자발적 콘텐츠 생산 노동자가 되게 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에겐 자동 추천 알고리즘으로 취향마저 자신의 편향적 틀 속에 갇히도록 만든다. 사람들이 이처럼 플랫폼 속에서 문화노동자를 자처하는 것과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문화적인 편향 속에 살아가게 하는 것이 과연 4차 산업혁명의 장밋빛 미래인지를 분명 되짚어 볼 필요는 있다. 
     
    최근 공유경제 플랫폼은 승자독식의 약탈적 자본주의를 반대하고, 공동의 소유, 자율적 생산과 공정한 배분 등 공동의 호혜(互惠)를 표방하는 가치로 부각되고 있다. 공유 경제 플랫폼은 모든 가용 자원을 시장 거래 대상으로 하여 유통 효율을 극대화하고 최적화한다. 소유할 필요 없이 자원을 활용할 수 있기에 실용적 재화 활용에 가치를 두는 현 시대의 소비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 이러한 최적화는 노동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닌데, 사용자는 필요할 때마다 노동자를 고용하고 노동자들도 필요할 때마다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최적화된 방식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겉보기에 플랫폼은 자원을 공유하고 교환하는 데에 있어서 분산성과 평등성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플랫폼 중개인에게 이윤 집중과 독점화가 진행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반드시 이 플랫폼들을 통해야만 하도록 바뀌어버린 현재의 시장 체계가 기존의 약탈적 자본주의를 탈피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시장약탈의 변종일 수 있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의 지위는 점차 파편화되어, 노동에 대한 위험과 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부작용까지 유발하고 있음을 비판한다. 우리는 위태로울 수 있는 만인의 프리랜서화라는 새로운 노동공식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분명 있다. 
     
    이외에도 저자는 현재의 기술 확산 양상이 신종 기술문맹의 형태를 띠고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어떤 기술을 다루는 데는 다들 익숙하지만, 그 기술이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지는 문맹상태에 놓여 있는 것을 의미한다. 리터러시(Literacy)로 대변되는 디지털 지식에 대한 열광은 코딩 및 제작 문화의 무조건적인 박제화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에 의한 환경오염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한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학 기술의 문명적 혜택의 이면에는 지구 생태 환경의 파괴라는 부작용이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 또한 예외가 아님을 지적한다. 저자는 그동안 인류가 인간중심주의적 오만에 빠져 우리 삶의 터전마저 오염시키는 행태를 비판하며, 첨단 기술에 입각한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고 각종 정책이나 협·단체의 활동들은 지구 환경적인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함을 주지시킨다. 
     
    이 책에서 비판하고 있는 점들은 분명 성찰의 가치가 있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어 아래 신기술을 무비판적으로 찬양하며 그 표면적인 화려함에만 매달리고 있다면 이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한편으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냉엄한 현실 속에서, 과거 제조‧수출 중심의 경제성장 방식이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IT 강국의 위상을 더욱 잘 활용해야만 하는 절실한 상황임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신기술을 활용한 재도약의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다만 저자의 일침처럼 무비판적인 기술숭배주의로 변질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해야 하며, 기술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하여 기술에 대한 개발과 투자 그리고 확산에는 계속 정진해야 한다. 부디 이러한 성찰이 글로벌 기술 경쟁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있어서 널리 제약(制約)이 아닌 보약(補藥)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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