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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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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기업을 알아야 국가가 발전한다
서평자
현진권
발행사항
500호(2020-10-21)
기업이란 무엇인가 : 8대 기업명제로 풀어낸 장기번영공동체

목차

  • 프롤로그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  
  • 1장 새로운 기업 주인의 탄생
  • 2장 기업의 존재론
  • 3장 기업의 목적론
  • 4장 기업의 통제론
  • 5장 지배구조 개혁론 비판
  • 6장 권리와 책임의 상응 원칙
  • 7장 장기 번영을 위한 공동체
  •  
  • 에필로그 한국 기업과 한국 경제의 미래

    서평자

    현진권(국회도서관장)

    서평

    기업을 알아야 국가가 발전한다

     
    “이 책에서 기업의 존재 이유에 관해 목적론보다 존재론을 더 먼저 더 많이 강조한 것은 기업존재론을 실현하는 과정 자체가 갖고 있는 사회적 기능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 만족, 일자리 창출, 근로소득을 통한 사원 복지, 협력 업체 성장 등의 연관된 사회적 기능을 폭넓게 수행하면서 기업은 자본주의적 중추가 되어 있다. 기업은 존재론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외부인이 사회적 가치라고 얘기하는 내용의 상당 부분을 실현한다.” (p. 382~383)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경제학에는 ‘기업’이 없다. 그래서 경제학은 기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주류 경제학을 공부한 경제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본질을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때문에 이 책은 경제학계에서는 ‘돌연변이’적 내용일지 몰라도, 학문의 기득권적 이론체계와 관계없이 기업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독자들에겐 매우 유익한 내용이다. 기업관련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과 관료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모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이것이 인간의 솔직한 본성이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나누어 주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우리가 직관으로 떠올리는 대표적인 메커니즘은 ‘정부’다. 실체가 뚜렷이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누어주는 체제는 사회주의 국가다. 반면 시장경제 체제는 ‘시장’이 국가를 대신한다. 그런데 시장은 정부와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은 추상적 개념이어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시장에 대한 불신이 높은 이유이다. 시장이라는 추상적인 본질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가지 수단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수요와 공급에는 공통적인 존재가 있다. 바로 기업이다. 기업은 재화의 공급처이면서 수요처다. 기업의 종사원은 기업으로 부터 소득을 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가장 핵심적인 존재이며, 기업 없이 시장경제가 존재할 수 없다.  
     
    한국의 경제 정체성도 ‘시장경제’에 있다. 현대 주류 경제학에서는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을 산뜻한 논리로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실체인 기업에 대한 이론은 전무하다. 경제학에서의 기업은 그저 자본과 노동이라는 투입요소를 넣으면 자동적으로 생산물이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일 뿐이다. 이 방망이는 질에는 관심 없고 양에만 방점을 둬서 많이 넣으면 많이 생산된다는 점만 강조한다. 또한 기업인이 이병철‧정주영 회장이든 바보이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 단지 넣기만 하면 생산물이 나온다는 단순한 이야기만 되풀이한다. 그래서 현대 주류 경제학에선 ‘기업인’과 ‘기업가 정신’의 역할이 없다. 저자는 이에 대해 ‘기업 없는 경제학의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이 책의 저자는 경제학자이지만, 이 책은 주류 경제학에서 보여주지 못한 기업의 본질에 대해서 설명한 창작품이다. 일반적으로 학자는 자신의 전공 렌즈를 통해서만 세상을 보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경제학, 법학, 경영학 등의 기존 이론을 바탕으로 본인이 체험한 기업의 본질을 이론 속에서 잘 녹여냈다. 그래서 학자들이 추상적인 이론세계에서 정신적 유희만을 즐기는 책과는 달리, 기업현실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역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학계에선 기업의 본질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대치하며 논쟁하지만 관점은 한 가지다. 목적론적 관점이다. ‘주주가치론’은 기업의 목적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이론으로, 주로 경제학자들이 주장한다. 반면 ‘이해관계자론’은 기업목적이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경영학자들이 주를 이룬다. 이런 시각 차이는 기업본질을 논쟁할 때의 주된 프레임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기껏해야 40여년 정도 됐을 뿐이다. 저자는 이런 두 가지 형태의 논쟁적 시각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존재론적 관점’이다. 이는 기업의 주인은 기업자신이란 의미이다. 기업은 법에서 인정한 사람, 즉 ‘법인’이므로, 독립체인 인간처럼 자신의 가치를 설정할 수 있고 바꿔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존재를 인정하고 나면 존재는 생존하려는 본능이 있다는 속성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따라서 기업은 생존, 즉 영속을 추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업은 두 가지 형태의 목적론적 가치를 달성할 수도 있다. 기업의 실체론에 대해선 앞으로 많은 논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법으로만 인정되는 사람인데, 과연 실체가 있느냐의 문제에 대한 시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자의 실체론을 이해하고 나면, 기업의 영리 및 경영행위를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실을 설명 못하는 ‘강한 이론’ 보다, 현실을 잘 설명하는 ‘부드러운 이론’이 더 나을 수 있다. 
     
    기업에 대한 실체론은 ‘자유주의’라는 경제 환경과 접목시켜 기업 활동에 대한 응용이 가능하다. 저자는 이를 ‘자유주의적 법인실체론’이라고 이름 지었다. 일반적으로 자유주의적 관점은 기업이 아닌, 인간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업실체론은 기업을 기존의 자유주의적 프레임에 과감히 집어넣었다. 이런 용감한 도전을 통해서 얻는 이득은 기업과 관련된 정부정책을 좀 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모든 국가는 잘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잘 사는 국가가 있는 반면, 못 사는 국가도 존재한다. 왜 특정 국가는 잘 살고, 특정 국가는 못사는가?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이 기업에 있다. 기업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국가가 잘 살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은 ‘기업이란 무엇인가’이지만, 필자에겐 ‘국가는 어떻게 잘 살 수 있는가’라는 부제목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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