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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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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동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서평자
우희종
발행사항
502호(2020-11-04)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 사람과 동물의 윤리적 공존을 위하여

목차

  • 들어가며 사람과 동물은 동등하지 않다
  •  
  • 제1장 도덕적 입장을 취하는 존재들
  • 제2장 사람과 동물은 평등해야 하는가
  • 제3장 동물에게 복지를 나눠주는 방법
  • 제4장 복지의 가치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 제5장 무엇이 도덕적 지위를 결정하는가
  • 제6장 계층주의에 대한 몇 가지 우려들
  • 제7장 단일주의는 의무론이 될 수 있는가
  • 제8장 동물에게는 의무론적 권리가 없는가
  • 제9장 동물을 아우르는 계층적 의무론
  • 제10장 동물에게 자기방어권이 있는가
  • 제11장 제한적 계층주의라는 대안
  •  
  • 나오며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서평자

    우희종(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도쿄대학교 수의과대학원 수의학 박사)

    서평

    동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동물은 비록 사람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지금껏 가져온 생각보다는 훨씬 더 많은 헤아림을 받아야 한다. (…) 사람은 모든 것을 가졌다. 이제 동물의 몫을 생각할 때다. 무엇을 줄 수 있느냐가 사람의 가치를 결정한다. 동물을 학대해온 인류의 기나긴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그 같은 행위가 불명예스럽고 치욕스럽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인식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 그 날은 오지 않았다. 우리가 오게 하지 않으면 오지 않을 날이다.” (p. 480) 
     
    ‘동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이 책은 현재 미국 예일대학 교수인 저자가 2016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행했던 일련의 강의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제목이 말해 주듯이 신자유주의의 후기산업사회를 경험하고 있으면서 어느덧 인류세(anthropocene)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게 된 우리가 ‘동물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타당할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저자는 철학과 실용윤리(practical ethics) 측면에서 검토하고 정리했다.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어느 사회건 결코 쉽지 않은 주제다. 동물 학대 방지나 복지에 대한 시민단체 입장 역시 동물권에 근거한 매우 과격한 입장에서부터 온건한 입장까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사회 문화와 시민 의식 수준을 반영하게 되는 동물 관련 법안이나 정책 역시 늘 찬반 논쟁에 오른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어떻게 규정하고 이해해야 좋을지에 대하여 저자의 전문분야에서 면밀한 논리 전개와 함께 현실을 전제한 실용적 태도가 눈에 뜨인다.  
     
    우선 저자는 사람과 동물이 동일한 생명체로서 기본적으로 동일한 도덕적 지위를 인정하는 단일주의(unitarianism)와 동물의 생태적 위치에 따라 다양한 도덕적 지위를 인정하는 계층주의적(hierarchy) 관점을 대비시킨다. 실용윤리에 입각한 그는 원론적인 단일주의보다는 계층적인 관점을 선호하면서 계층주의에 대한 단일주의의 지적이나 왜곡될 수 있는 계층적 입장의 문제점 역시 하나하나 짚어서 논지를 전개한다. 결과보다는 행위 정당성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의무론(deontology)에 근거해 동물을 바라보는 저자의 계층적인 입장을 풀어가며, 최종적으로는 계층주의와 실제 현실주의를 결합한 형태로서 ‘제한적 계층(limited hierarchy)’구조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다. 이는 다양한 생태계 내 동물을 서너 개의 계층으로 간략화해 접근하는 방식이다. 
     
    한편, 저자의 이러한 시도 자체가 실천적 현실주의에 입각한 것이고, 동물의 지위와 그에 대한 조건을 규정함으로서 보다 많은 동물 지원과 구조 및 보호를 위한 이론적 노력이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원론적 이상론에 치우치지도 않고, 인간 중심의 근대사회에서 동물 지위를 실질적으로 자리 잡게 하려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인류세이자 동시에 자본세(capitalocene)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대적 증후로서 지구 기후 변화와 함께 최근 들어 직면하게 된 코로나19 사태로 그 모습을 엿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구 구성원이자 주인으로서의 수많은 동식물이 인간에 의해 그 자격을 박탈당해 왔다. 인간이 자연을, 생명을,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라는 질문을 잊었던 우리의 근대 문명은 그 어리석음에 대한 답을 듣고 있는 셈이다. 최소한 인간은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헤아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던져야 한다. 그것이 480여 쪽이 넘은 이 책이 쓰여진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라도 두셋 정도의 질문은 남을 것 같다. 저자의 논리적 흐름에는 많은 직관적인 전제가 있다. 단일주의적 동물권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저자의 그러한 직관적 전제 자체가 이미 어느 정도 종우월주의적 관점이 작동된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저자의 논리 전개에 있어서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보다 강조했어야 했다. 그동안 인간이 인간 중심의 문화 속에 동물에게 준 고통의 크기를 생각해 보면 된다. 소외된 계층이나 사람들을 보다 배려하고 혜택을 보장하는 것처럼 인간 중심 문명 속에서 소외되고 학대받고 착취되어 온 동물에 대한 배려와 강조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점들은 저자가 처음부터 주어진 현실과 현장 상황에서 출발하는 실용윤리적 접근을 하기 때문일 수 있고, 또 저자가 강조한 바처럼 이 책은 문제의 정답을 주거나 실천 강령 내지 방향을 결정하기보다는 현재 사회 속 동물 논의의 현실 지형을 드러내는 데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저자도 강조하듯이 분명한 것은 인간은 같은 생태계 구성원인 동물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그들에게 충분한 도덕적 지위는 주어져야 한다.  
     
    끝으로 인간 중심 문명 속에서 약자인 동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논의하는 이 책의 다양한 시도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되는 사람이나 계층에 대한 논의와도 충분히 연결되는 지점이 있기에 이 책은 그런 측면에서도 풍성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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