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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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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국가는 어떻게 파산하는가
서평자 윤상하 발행사항 758호(2025-12-17)

빅 사이클

  • - 청구기호 : 338.542-25-3
  • - 서명 : 빅 사이클
  • - 저자 : 레이 달리오
  • - 발행사항 : 한빛비즈

목차

1부 대규모 부채 사이클 개요
  1장 대규모 부채 사이클 요약
  2장 말과 개념으로 설명하는 시스템의 작동 방식
  3장 숫자와 방정식으로 보는 부채의 작동 원리

2부 중앙정부와 중앙은행의 파산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순서
  4장 전형적 순서
  5장 민간 부문과 중앙정부의 부채 위기(단계1~4)
  6장 중앙은행으로의 위기 확산(단계5~6)
  7장 이전의 대규모 부채 위기가 진정되고 새로운 균형에 도달해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된다(단계7~9)
  8장 전반적인 빅 사이클

3부 과거에 대한 고찰
  9장 1865년부터 1945년까지 요약
10장 1945년부터 현재까지 대규모 부채 사이클 요약
11장 1945년부터 1971년까지 - 연동(경화) 통화 시스템
12장 1971년부터 2008년까지 - 불환 화폐와 금리 중심 통화 정책
13장 2008년부터 2020년까지 - 불환 화폐와 부채 화폐화
14장 2020년 이후 - 팬데믹과 대규모 재정 적자의 화폐화
15장 1945~1949년부터 현재까지 중국의 빅 사이클 개요
16장 일본의 사례와 교훈

4부 앞으로의 전망
17장 내 지표들의 의미
18장 나의 3% 3단계 해결책
19장 내가 보는 미래

서평자

윤상하(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서평

국가는 어떻게 파산하는가

“걱정하지 않는다면 걱정해야 하고, 걱정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 438쪽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이끈 레이 달리오의『빅 사이클』은 반세기 투자 경험으로 정리한 국가 파산의 법칙을 담는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하게 한 ‘대규모 부채 사이클’ 이론을 체계화한 이 책은 투자 지침서를 넘어 경제를 직업적으로 탐구해 온 필자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준다. 
 
역사가 증명하는 파국의 패턴 
 
달리오는 통계로 시작한다. 18세기 이후 생겨난 통화와 채권 시장 약 750개 가운데 오늘날 살아남은 것은 5분의 1뿐이고, 이마저도 큰 가치 하락을 겪었다. 그는 이를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본다. 장기 부채 누적은 언제나 체제 붕괴로 이어졌고, 이 메커니즘은 제국과 왕조를 가리지 않는다. 
 
현재 세계 경제는 열세 번째 장기 부채 확장기를 마무리 중이다. 달리오는 2025년을 ‘빅 사이클의 5단계’ 진입 시점으로 규정한다. 이 국면에서 재정은 통제 불능으로 악화되고, 행정은 마비되며, 계층 간 대립은 회복 불가능할 만큼 심화된다. 여기에 외부 세력의 도전까지 더해진다. 이런 조건에서 극단적 이념을 내세운 정치 지도자가 권력을 장악하는 것은 역사의 반복이다. 트럼프 재집권과 각국의 정치 지형 변화는 이론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채의 악순환 구조 
 
책은 부채 위기의 내부 메커니즘을 해부한다. 약 6년 단기와 80년 장기, 두 부채 사이클이 중첩되어 ‘빅 사이클’을 이룬다는 것이 핵심이다. 통화 공급 확대는 일시적 경기 회복을 주지만 채무 부담을 눈덩이처럼 키운다. 임계점에 이르면 정부는 디폴트 절벽 앞에 선다. 
 
달리오는 지난 180년간 미국, 중국, 일본의 부채 드라마를 추적한다. 미국은 재정 적자 폭발과 기축통화 지위 약화라는 이중 위기에 놓였다. 그는 “기축통화 발행국도 파산에서 자유롭지 않다”라고 말하며, 달러 패권 역시 영구적이지 않다고 경고한다. 중국과 일본도 인구 구조 악화와 채무 팽창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중국은 급성장 이면에 그림자 금융과 지방정부 부채라는 뇌관을 숨기고, 일본은 선진국 최악의 부채 비율에도 저금리 덕분에 간신히 버티는 형국이다. 
 
복합 위기의 시대 
 
이 책이 기존 경제서와 다른 지점은 부채를 독립 변수가 아닌 종속 변수로 본다는 것이다. 달리오는 채무가 AI 기술 혁명,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국제 군사 대결, 국내 정치 혼란과 맞물려 작동한다고 본다. 이 다섯 동력이 동시에 움직이며 ‘전체 빅 사이클’을 이루고 세계질서를 흔든다. 
 
AI는 생산성 혁명을 약속하지만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요구해 부채 압력을 키운다. 기후 재난은 예측 불가능한 재정 지출을 강제하고, 미·중 패권 경쟁은 국방비와 기술 투자 경쟁을 부추긴다. 국내 양극화는 포퓰리즘을 자극해 재정을 흔든다. 이 모든 요소가 서로 증폭되며 부채 사이클을 가속화한다는 것이 달리오의 통찰이다. 
 
처방과 한계 
 
달리오는 위기 진단에서 멈추지 않고 처방을 제시한다. ‘3% 해법’의 핵심은 재정 적자를 GDP 6~7%에서 3%로 낮추는 것. 이를 위해 지출 감축, 세수 증가, 금리 인하를 조합해야 한다. 특히 재정 건전화로 채권 시장 신뢰가 회복되면 금리가 1~1.5%포인트 떨어지고, 이것만으로도 GDP의 2% 상당의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그는 1991~1998년 미국이 재정 적자를 GDP 대비 5%포인트나 줄인 선례를 들며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증세 불가’와 ‘복지 삭감 불가’에 갇혀 있고, 이대로면 배는 암초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계도 분명하다. 도표와 방정식이 많아 일반 독자 접근성이 떨어지고, 부채 축소라는 정치경제학적 난제를 지나치게 기술적으로 다룬다. 달리오 역시 예측의 정확한 시점은 특정할 수 없다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위기를 인지하고 준비한 자만 생존한다’라는 역사의 교훈을 또렷이 전한다. 
 
종합하면 『빅 사이클』은 학술서도, 투자 지침서도 아닌 생존 매뉴얼이다. 책 말미에 달리오가 남긴 “걱정하지 않는다면 걱정해야 하고, 걱정한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는 역설은 ‘무지는 가장 큰 위험’이며 ‘각성이 곧 방어막’이라는 메시지를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