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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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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직은 국가의 시대다
서평자 박상훈 발행사항 761호(2026-01-14)

국가 권력에 관한 담대한 질문 : 홉스부터 후쿠야마까지 12인의 시선으로 오늘날의 정치·권력·국가를 다시 묻다

  • - 청구기호 : 320.101-25-2
  • - 서명 : 국가 권력에 관한 담대한 질문 : 홉스부터 후쿠야마까지 12인의 시선으로 오늘날의 정치·권력·국가를 다시 묻다
  • - 저자 : 데이비드 런시먼
  • - 발행사항 : 아날로그

목차

제1장 홉스와 국가관 :『리바이어던』, 1651
제2장 울스턴크래프트와 성정치학 :『여성의 권리 옹호』, 1792
제3장 콩스탕과 자유 :『고대인의 자유와 현대인의 자유 비교』, 1819
제4장 토크빌과 민주주의 :『미국의 민주주의』, 1835 · 1840
제5장 마르크스, 엥겔스와 혁명 :『공산당선언』, 1848
제6장 간디와 자치 :『힌두 스와라지』, 1909
제7장 베버와 리더십 :『직업으로서의 정치』, 1919
제8장 하이에크와 시장 :『노예의 길』, 1944
제9장 아렌트와 행동 :『인간의 조건』, 1958
제10장 파농과 폭력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1961
제11장 맥키넌과 성적 억압 :『페미니스트 국가 이론을 향하여』, 1989
제12장  후쿠야마와 역사 :『역사의 종말』, 1992

서평자

박상훈(정치학자, 전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서평

아직은 국가의 시대다

“국가는 우리를 위해 복무하고 우리는 국가를 위해 복무한다. 두 가지가 동시에 작동한다. 이것이 홉스의 생각이었다. 이것이 현대의 조건이며 우리의 조건이다. 언제나 동시에 두 가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인 것이다.” - 380쪽  
 
 
이 책은 ‘홉스와 그 이후’ 혹은 ‘리바이어던(국가)의 등장과 그 이후’를 이야기한다. 책의 원제는 『Confronting Leviathan : a history of ideas』, 즉 ‘리바이어던에 맞서기’ 혹은 ‘리바이어던과 그에 맞서 펼쳐진 여러 생각의 역사’다. 1651년에 출간된 토머스 홉스의 책 『리바이어던』부터 1992년 출간된 프랜시스 후쿠야마의『역사의 종말』에 이르기까지 시간순으로 12권의 책을 12개의 장으로 나눠서 다루지만,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중심은 홉스다. 저자인 데이비드 런시먼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홉스 전공자다.  
 
제1장은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 시작된 정치사상을 다룬다. 홉스의 생각을 두고 그 뒤의 사상가들이 어떻게 도전했으며 어떤 새로운 주장을 발전시켰는지, 그것이 과연 홉스를 넘어서는 것이었는지 아닌지를 살펴보는 것이 제2장 이후의 내용이다. 왜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 시작하는가. 단순히 여러 사상가 중 한 사람이거나 여러 책 중의 한 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에게 『리바이어던』은 “이에 견줄 만한 책은 다시없을”, 그만큼 “위대한 작품”이다. 그 이유는 『리바이어던』이 “정치사상의 역사에서 특별한 서사가 시작됨을 알려준” 책이기 때문이다.  
 
홉스에서 시작된 이 새로운 사상은 무엇에 대한 것일까? ‘국가’다. 영토, 국민, 주권의 3요소를 가진 ‘국가’라는 관념은 16세기 말부터 등장했다. 나라 ‘국’(國)과 집 ‘가’(家)로 이루어진 말이니 우리는 국가가 옛날부터 있던 것으로 오해하는데, 그때의 국가는 왕조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금 우리가 말하는 국가는 아니다. 국가는 근대 들어와 새롭게 만들어진, 새로운 관념이자 실체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을 통해 바로 이 국가라는 관념을 구체화하고, 그 존재를 설계도처럼 이론화했으며, 왜 우리가 그것에 복종해야 하는지를 정당화했다. 인간이 다른 것으로는 평화와 안전을 실현할 수 없기에 받아들이게 된, 강력한 통치체, 그것 없이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을 피할 수 없기에 불러낸 괴물이자 인공적으로 만든 거대 기계, 기계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모습을 한 주권 기구, 그것이 홉스의 국가다. 무국가나 무정부 상태를 감수하기보다는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국가나 정부를 만드는 것이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차선의 선택이 아니겠느냐며, 동료 시민들에게 리바이어던을 만드는 협약을 맺자고 제안한 최초의 철학자가 홉스다.  
 
인류가 유목 생활을 끝내고 정착 생활을 시작한 것은 약 1만 년 전이다. 그 이후 인간은 도시를 건설하고 정치의 방법으로 놀라운 문명을 발전시켰는데, 아무리 그래도 지난 4백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있었던 변화의 폭발성을 따라갈 수는 없다. 그런 대변화를 주도한 것은 국가였다. 국가만큼 사람을 많이 죽이고 자연을 훼손한 것도 없지만, 인간의 수명을 늘리고 자연의 회복을 도울 수단에 있어서 국가에 견줄 만한 것도 없다. 인간에게 국가란 그런 존재다.  
 
이 책은 국가 이전의 사상사와 대비되는 지난 4백 년의 사상사를 다룬다. 당연히 국가를 둘러싼 사상일 수밖에 없는데, 그 중심에 바로 홉스가 있다. 제2장에서 울스턴크래프트는 홉스의 국가에서 여성의 시민권이 부재한 것에 항의한다. 제3장에서 콩스탕은 홉스의 국가를 부드럽게 만드는 자유주의 국가론의 기초를 닦는 일을 한다. 제7장에서 막스 베버는 관료제와 정당을 중심으로 홉스의 국가론을 더 정교하게 발전시킨다. 제8장에서 하이에크는 국가에 대한 기대는 우리를 노예의 길로 이끈다며 반대한다. 제9장에서 아렌트는 홉스가 인간의 정치를 기계적 움직임으로 축소하고 대체했다며 비난한다. 제11장에서 맥키넌 역시 기존의 법과 홉스의 국가가 남성 중심의 권력을 제도화하고 있음을 문제시한다. 그런 홉스의 국가에 미래가 있을까.  
 
저자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홉스의 국가는 인간이 필요해서 만든 인공물이기에 “언젠가는 반드시 사라질 것”이다. 한계도 많고 해결하기 어려운 딜레마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홉스의 시대다. “국가가 없는 인간의 정치를 상상할 수 있는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전염병과 포퓰리즘 정치, 인공지능의 도전을 상대로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두고 더 따져야 한다. 아직은 국가의 시대다. 국가의 문제를 더 깊고 넓게 이해하고 싶은가. 그러면 당신은 이 책을 손에 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