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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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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가 버린 옷에 대한 책임
서평자 홍수열 발행사항 774호(2026-04-22)

헌 옷 추적기 :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

  • - 청구기호 : 363.7282-25-13
  • - 서명 : 헌 옷 추적기 :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
  • - 저자 : 박준용, 손고운, 조윤상
  • - 발행사항 : 한겨레엔

목차

프롤로그 헌 옷 추적의 시작
1부 헌 옷의 이동 경로
2부 버려진 옷들의 무덤
3부 당신들의 비윤리
4부 모두의 책임

서평자

홍수열(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서평

우리가 버린 옷에 대한 책임

“일상으로 돌아온 나에게는 작은 변화가 남았다. 아주 작은 변화다. 이제는 옷을 쉽게 수거함에 넣지 못한다. 나에게서 필요를 다한 물건들이 누군가에게 다시 쓰이기를 바라며  
중고 거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 260쪽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한겨레21》박준용 기자에게서 처음 연락을 받은 것은 2024년 1월 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전자 쓰레기에 추적기를 달아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취재를 하고 싶은데 자문을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직접 만나 취재 계획을 들으며 나는 그 대상을 전자 쓰레기에서 ‘중고 의류’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다. 우리나라는 전자 쓰레기보다 중고 의류의 수출 문제가 더 시급한 당면 과제였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했지만, 과연 결과가 기획 의도에 부합할지 반신반의하면서, 이야기를 마친 뒤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러던 연말 즈음, 통권 특집으로 헌 옷 153벌에 대한 추적 결과를 실은《한겨레21》을 받아보았고, 1년 뒤 단행본*으로 출판된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시의적절한 기획과 기자들의 끈질긴 취재력에 새삼 감탄했다. 
 
헌 옷 추적의 결과는 심각하고 우울하지만, 준비 과정에는 쏠쏠한 재미가 숨어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규모의 자금 지원을 받아 쓰레기에 GPS를 심어 불법 수출 경로를 추적한 보고서나 기사가 적지 않다. 그러나 개당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르는 인공위성 기반 GPS 기기를 활용하는 취재가 국내 언론 환경에서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 취재를 반드시 시도해 보고 싶었던 기자가 집요한 검색 끝에 떠올린 대안은 바로 갤럭시 ‘스마트태그’였다. 스마트태그는 해외여행 시 여행 가방의 위치 파악 용도로 쓰이는 것으로, 주변에 갤럭시 휴대폰 사용자만 있으면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 게다가 개당 2만 원밖에 하지 않아 가성비도 뛰어나다. 전 세계로 수출하는 한국의 ‘첨단’ 휴대폰이 한국에서 수출하는 ‘헌 옷’ 추적의 기반이라는 점이 무척 아이러니하다. 무더운 여름날, 헌 옷에 추적기를 달기 위해 기자들이 바늘을 들고서 사무실에서 끙끙거렸을 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난다.  
 
헌 옷 추적은 성공했을까? 옷을 보낸 지 2개월 정도가 지나자 ‘추적기’가 깜빡이기 시작했다! 153벌의 헌 옷 가운데 국외에서 발견되었거나, 항구 물류창고 또는 수출업체가 보관 중인 것으로 명확하게 확인된 양은 93벌이었다. 작동 오류 등으로 행방을 알 수 없는 옷들이 20〜30벌 정도였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처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작동 오류가 난 옷들 중 상당수도 실제로 수출되었을 것으로 본다면, 국내에서 폐기물로 처리되는 비율이 10〜30%, 해외로의 수출이 70〜90%라는 국내 중고 의류 수거‧수출업체 관계자들의 말과 얼추 비슷한 결과다.  
 
동네 의류 수거함과 별개로 H&M, 자라, 유니클로 매장 안에 있는 헌 옷 수거함에도 마찬가지로 추적기를 단 옷을 투입했더니 H&M은 7벌 중 4벌, 자라는 6벌 중 2벌이 아프리카 등의 해외로 수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입었던 옷을 굳이 매장으로 가져오도록 한 의미가 퇴색되는, 패스트 패션** 기업의 이른바 ‘그린워싱’*** 캠페인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선진국에서 저소득 국가로 이동하는 중고 의류 수출 문제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다큐멘터리나 국제 뉴스 등을 통해 아프리카, 남미 등의 실태가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한겨레21》의 이번 취재는 한국에서 수출된 중고 의류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와 함께 현지에서의 소비 실태를 낱낱이 보여줬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53벌 가운데 9벌이 도착한 인도 파니파트, 이른바 ‘헌 옷의 수도’로 알려진 이곳의 열악한 재활용 현장은 “그래도 의류가 오래 사용되도록 했으니 재활용이 좋은 것 아닌가”라는 통념이 과연 타당한지를 묻는다. 아무런 보호 장비도 갖추지 못한 인부들이 ‘독성물질의 옷 더미’에 그대로 노출된 채로 작업하는 중고 의류 재활용 현장은 가히 충격적이다. 전자 쓰레기 재활용 못지않게, 중고 의류 재활용 또한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와 지역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서 우리도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이 책은 내내 아프게 상기시킨다.  
 
이 같은 문제 제기가 던지는 울림에도 불구하고, 해결책은 여전히 요원하다. 이는 기자들의 역량 문제라기보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복잡성 때문이다. 의류의 생산과 소비, 재사용과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글로벌 시스템 속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소비 욕망과 생존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의류 생산자에게 재활용 책임을 부여하고, 국내 재사용‧재활용 인프라를 견고하게 만드는 작업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소비자 인식의 전환과 정치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______________ 
*《한겨레21》제1545호, 통권11호(2025.01.06.)에 실었던 인도·타이 옷 쓰레기 매립지 현지 추적기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를 담아 『헌 옷 추적기 :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로 발행함 
**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최신 유행을 빠른 주기로 파악하여 상품에 즉각 반영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 및 유통시키는 의류 및 해당 산업 방식을 총칭함 
*** 그린워싱(greenwashing): 환경친화적 이미지를 홍보하는 그린 마케팅(Green Marketing)이 기업의 필수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기업 이미지를 포장하는 행위를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