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허상과 가짜뉴스를 믿는가 : 한 정신과 의사의 설명
“사회적 관점에서 볼 경우, 우리가 지금 고의적인 허위 정보에 취약한 것은 ... 불신 때문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 - 166쪽
“주류 언론이나 정부 기관같이 지식 측면에서 전통적인 권위를 갖고 있던 기관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으며, 그래서 더 이상 어떤 것도 믿지 말아야 한다는 잘못된 정보 말이다.” - 167쪽
이 책은 가짜뉴스와 음모론, 그리고 집단적 망상이 어떻게 형성되고 확산되는지를 다루며, 저자는 이를 인지적 요인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살펴본다. 특히 사람들의 불신과 인지적 편향이 잘못된 믿음을 강화하는 과정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전체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 자신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일화를 풍부하게 담아 독자의 흥미를 끌며,
각 장의 주제가 비교적 독립적으로 전개되는 덕분에 관심이 가는 장부터 골라 읽어도 무리가 없다.
이 책은 의학적·학술적 내용을 포함하면서도 서술 방식은 탐사 저널리즘형식을 따르고 있다. 정보의 출처와 내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관점과 입장을 함께 제시해 논리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서술 방식은, 중국발 코로나 발생 음모론과 이에 맞선 역음모론의 생성 및 확산 과정을 나란히 소개하는 데서도 확인된다.
책의 구성 또한 주목할 만하다. 각 장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요약한 문구로 서두를 여는 일반적 방식과는 달리, 명사의 어록, 석가모니의 말씀, 성경 구절 등 다양한 인용문으로 각 장을 시작하고 있다. 이는 각 장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권위 있는 목소리를 통해 환기하고자 한 저자의 의도적인 구성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원서명은『False: how mistrust, disinformation, and motivated reasoning make us believe things that aren't true』로 사람과 기관, 사건과 정보의 신뢰성에 확신을 갖기 어려워 끊임없이 의심하며 정보 홍수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제목에서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불신’이 가짜뉴스가 발생해 확산되는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한다. 원서명에서 ‘mistrust’(불신)’이란 단어를 앞에 배치한 이유와도 일맥 상통한다..
사전적으로 ‘mistrust’는 불확실성에서 비롯한 비교적 완화된 형태의 의심을 의미하는 반면, ‘distrust’는 상대를 신뢰할 수 없다는 보다 강한 확신을 내포한다. 사람들은 확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현실을 해석하거나 특정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 집단적 망상이 형성되는 과정 역시 이러한 불확실성에 기반한 불신,
즉 ‘mistrust’의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인지적 오류의 발생 원인을 비교적 유연한 에세이 형식을 빌려, 일상적 사례와 과학적 연구 결과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이 책의 저자가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라는 점에서, 허상(false)에 관한 생리학적·의학적 근거 혹은 실험적 증거 중심의 분석적 논의를 기대했으나, 필자의 기대와 달리 이 책은 언론 보도와 인지심리학적 연구 중심의 설명적 서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그의 저서『광기의 역사』와『임상의학의 탄생』에서 병원과 의학의 형성 과정을 역사적으로 분석한 접근과 그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일부 공통점을 지닌다.
책의 전반부 1장과 2장에서는 편집적 망상과 정상적인 종교기반의 믿음을 구분해, 잘못된 믿음이 형성되는 인지적 특징을 질병의 차원에서 간략히 설명한다. 특히 사람들이 기존의 신념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거나 해석하는 경향, 즉 ‘동기화된 추론’이 어떻게 잘못된 믿음을 강화해 가는지 그 과정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후반부에서는 불신, 허위정보, 동기화된 추론이 상호작용하면서 잘못된 믿음이 형성·유지되는 과정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특히 사람들의 자신의 기존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해석하는 경향이 잘못된 믿음을 강화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또한 유사한 견해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이 특정 믿음을 더욱 공고히 만드는 조건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이 책은 잘못된 믿음과 집단적 망상이 형성되어 강화되는 과정을 다양한 사례와 설명을 통해 살펴본 뒤, 이를 바탕으로 그 확산을 줄이기 위한 개인적 해법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지적 겸손, 인지적 유연성, 분석적 사고라는 ‘세 가지 처방’을 제안함으로써, 독자가 자신의 신념과 판단 과정을 성찰하고 확신을 완화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렇듯 집단적 망상의 문제를 개인의 인식 태도와 판단 방식의 문제로 환기한다는 점에서 실천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가짜뉴스 시대의 인간 심리를 성찰하게 하는 교양서로서의 충분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