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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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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통합적 담론의 형성
서평자 이상림 발행사항 777호(2026-05-13)

인구에서 인간으로 :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인구 위기  대한민국이 새롭게 나아갈 길

  • - 청구기호 : 304.60951-25-6
  • - 서명 : 인구에서 인간으로 :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인구 위기 대한민국이 새롭게 나아갈 길
  • - 저자 : 이철희
  • - 발행사항 : 위즈덤하우스

목차

1부 아이가 사라지는 나라
1장 외줄 위에서 중심 잡기
2장 가족과 아이를 원하지 않는 시대
2부 결혼과 출산을 막아서는 것들
3장 어쩌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되었나: 저출산의 인구학적 요인 분해
4장 과열된 교육 경쟁, 지나치게 비싼 주거비, 불평등한 노동시장: 저출산의 경제적 요인
5장 여성의 기대에 한참 모자란 성평등, 부모보다 살기 어려워진 자녀 세대: 저출산의 사회적·문화적 요인
3부 저출산 대책의 빛과 그림자
6장 한국의 저출산 대응 정책, 완전한 실패도 괄목할 성공도 아닌
7장 더 잘할 수 있었으나 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성찰
4부 아이가 사라지는 나라의 미래
8장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
9장 사라질지도 모를 미래를 지켜내기 위하여

서평자

이상림(서울대학교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서평

인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통합적 담론의 형성

“... 바람직한 인구정책의 방향성은 원하는 누구라도 자녀를 낳고 키우는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회, 인구변화의 충격에서 국민의 삶을 지켜내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 336쪽
 
 
대한민국의 인구 정책은 오랫동안 ‘수치’와의 전쟁이었다. 출산율이 낮다는 문제의식 아래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수많은 지원사업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조직이 신설되었으며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었다. 최근 출산율이 다소 반등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장기적인 흐름에서 보면 결과는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철희 교수의 저서『인구에서 인간으로』는 우리가 인구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를 근본적으로 되묻는다. 저자는 그동안 인구 문제를 인간의 삶이 아닌 관리 대상  
‘데이터’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고 지적한다. 
 
인구통계는 결국 개개인의 삶의 궤적이 집적된 결과이다. 사람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을 얻고 부모로부터 독립하며 배우자를 만나 가족을 이루고 주거를 옮기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 이러한 삶의 경로들이 모여 만들어진 집합적 결과가 바로 합계출산율과 같은 인구지표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수치를 만들어내는 주체인 인간의 삶과 그들이 직면한 사회적 조건을 그간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했다. 출산율이라는 숫자를 관리 대상으로만 삼는 동안, 숫자를 만들어낸 인간의 삶의 현실과 구조는 정책 논의의 중심에서 비켜 있었던 것이다. 
 
그간의 정책은 대체로 보육료 지원이나 각종 수당과 같은 복지지원 정책의 틀 안에서 설계돼 왔다. 양육에 필요한 비용의 증가로 출산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 비용을 낮추면 출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경제학적 사고가 정책 논리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문제의 증상에 대한 대응일 뿐, 그 배후에 놓인 구조적 원인을 충분히 다루지는 못했다. 책에서 보여주듯 한국의 저출산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비용의 문제로만 환원될 수는 없다. 과열된 교육 경쟁, 높은 주거 비용,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경력 단절을 둘러싼 제도적 환경 등 복합적인 사회경제적 구조가 서로 얽혀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저출산은 다시 노동력 감소와 사회 활력의 약화, 미래 세대의 주변화*와 같은 문제를 낳는다. 결국 ‘살기 어렵고 미래가 불안한 사회가 저출산을 낳고, 출생아 감소는 다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사회 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책은 네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한국 사회의 저출산 현황과 이를 둘러싼 주요 담론들을 정리하며 문제의식을 제시한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제2부에서는 방대한 통계자료와 기존 연구 결과들로 저출산의 원인을 분석한다. 저자는 일자리, 사교육비, 부동산 가격, 경력 단절과 같은 요인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경쟁 중심의 사회구조와 불평등의 심화라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 구조를 제시한다. 제3부에서는 지금까지 추진되어 온 한국의 저출산 정책을 다양한 층위에서 평가하고,  
마지막 제4부에서는 앞으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저출산의 장기적 누적이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미래 세대를 주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청년과 아이들이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중요한 전략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 책의 가치는 다양한 자료와 연구 성과를 종합해 하나의 인식 틀로 묶어낸 저자의 통찰에 있다. 차분하고 절제된 문체 속에서 오랜 연구 경험과 인구학적 식견, 그리고 사회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책의 에필로그에는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는 구절이 인용되어 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이 문장은 실증 연구와 사회적 통찰의 균형을 지향해 온 저자의 연구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이 구절은 수치의 나열과 사업 자체에만 몰두해 온 정책 책임자와 전문가들, 그리고 인구에 관한 기본적 이해 없이 위기와 희망을 뒤섞은 이른바 ‘유사 전문가’들이 만든 각종 인구 콘텐츠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인구에 대한 위기의식은 높아졌지만 정작 인구에 관한 체계적 이해는 충분히 축적되지 못한 것 같다. 올바른 이해 없이 올바른 인구 담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인구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이 책이 우리 사회의 인구 정책과 입법,  
그리고 공론장에서의 담론 형성에 하나의 기준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___________________ 
*미래 세대의 주변화(周邊化):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자원 배분 및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 속에서 청년·아동 세대가 노동시장, 주거, 복지, 정치적 대표성 등 사회 주요 영역에서 기회와 자원 접근이 제약되고 사회적 영향력 또한 약화됨으로써 ‘사회 구조의 중심’이 아니라 ‘소수화된 존재’가 되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로 밀려나는 현상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