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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미·중 패권 경쟁과 대한민국 대외정책의 좌표는 어디로?
서평자 김흥규 발행사항 780호(2026-06-04)

글로벌 패권의 미래

  • - 청구기호 : 327-26-11
  • - 서명 : 글로벌 패권의 미래
  • - 저자 : 전재성, 이희옥, 손열, 백우열, 주경철
  • - 발행사항 : 아카넷

목차

제1장 미국 패권의 미래와 국제 질서의 변환 ㆍ 전재성
제2장 중국, 패권의 분산과 다극화의 길 ㆍ 이희옥
제3장 일본의 대전략, 성공할 수 있을까
     : 점증하는 미·중 압박, 쇠퇴하는 국내 지지 ㆍ 손열
제4장 인도는 글로벌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가 ㆍ 백우열
제5장 위기의 유럽
     : 쇠락할 것인가, 패권 질서에 동참할 것인가 ㆍ 주경철

서평자

김흥규(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평

미·중 패권 경쟁과 대한민국 대외정책의 좌표는 어디로?

“2025년 현재 세계 질서는 혼돈 속에 놓여 있다. 지난 질서는 무너지고 있는데 새로운 질서의 실체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 모든 국제 질서 주체들이 각자 혼돈 속에서 방황하는 듯하다. 장차 세계 질서는 어떻게 변화해 갈까?” - 309쪽  
 
 
1. 시사 비평을 넘어선 한국 지성계의 응답 
인류 역사는 패권의 교체기마다 거대한 물리적 충돌과 질서의 재편을 경험해 왔다. 오늘날 미·중 전략 경쟁은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기술, 가치, 체제가 충돌하는 ‘복합적 대전환’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혼돈의 시기에『글로벌 패권의 미래』는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한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대전환을 아주 날카롭게 분석한 역작이다. 책의 핵심은 단순히󰡒미국과 중국이 싸운다.󰡓라는 사실을 넘어, 국제 질서의 문법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를 추적함에 있다.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사이의 ‘낀 공간’인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세력 간 충돌 시마다 분열과 희생의 비극을 겪어 왔다. 국내는 각 강대국을 대리하는 세력들 간 정치 투쟁의 장이 되었다. 지식인 집단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노골적으로 특정 강대국의 대변자 역할을 자처하는 기생의 무리가 더욱 기승을 부린 시점이기도 하다. 
 
본서는 단순한 시사 비평서가 아니다. 미국(전재성), 중국(이희옥), 일본(손열), 인도(백우열), 그리고 유럽(주경철)이라는 다섯 개의 다른 렌즈를 결합해 패권의 미래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학문적 결정체이다. 필진의 면면만 보아도 한국 국제정치학계의 ‘드림팀’이라 불릴 만큼 최고의 권위자들이 참여해, 높은 전문성과 신뢰를 더했다. 이 책은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거대한 폭풍우 앞에서 한국 지성계가 내놓은 하나의 응답이라 평가할 수 있다. 국회와 정부 앞에 당면한 정책 과제가 산적한 시점에서, 이 다섯 개의 렌즈가 만나는 지점은 파편화된 현상을 넘어 국제 질서의 구조적 지각변동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중요한 통찰의 장이 된다. 국회는 이러한 다섯 가지 분야를 정파적 논쟁의 대상이 아닌, 국가 존립을 위한 ‘초당적 전략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2. 입체적 렌즈로 투사한 패권의 본질과 실용주의 
이 책의 저자들은 미국 패권 이후의 국제 질서가 아직 완결된 형태를 갖추지 못했으며, 현재의 전환기는 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한다고 진단한다. 또한 과거 국제공공재를 제공하던 미국의 역할을 어느 누구도 온전히 대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를 종합할 때, 저자들이 제시하는 함의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한국형 ‘독자적 전략 서사’의 구축이다. 그동안 미·중 경쟁에 대한 분석은 주로 워싱턴이나 베이징의 시각을 번역해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온전히 한국적 시각(K-Perspective)에서 미·중 관계를 재해석하고, 우리의 국익에 기반한 전략적 문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둘째, 융복합적 접근을 통한 ‘지정학적 상상력’의 확대이다. 패권 전쟁은 이제 반도체 공급망, AI 윤리, 역사적 정체성 등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은 역사학자가 과거의 패권 전환기를 짚어주고, 정치학자가 현재의 기술 전쟁을 분석함으로써 독자에게 단편적 뉴스가 아닌 거시적 구조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셋째, ‘진영 논리’를 넘어선 학술적 이정표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미·중 관계를 ‘친미’와 ‘친중’의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견고한 학술적 토대 위에 집필된 이 책은 실증적 자료와 객관적 분석을 통해 감정적 대응을 경계하고, 보다 냉철한 국가 전략을 수립하게 하는 기초를 제공한다.  
 
3. 지식의 힘으로 설계하는 ‘초일류 중견국’의 길 
미·중 패권 경쟁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재 한국의 외교는 ‘끼인 나라’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전략적 설계자’로 거듭나야 하는 역사적 변곡점에 있다.『글로벌 패권의 미래』는 격변과 혼돈을 특징으로 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이 확보해야 할 ‘생존 공간’과 ‘미래 성장동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국가 정책의 심장부인 국회가 저자들의 통찰을 널리 공유함으로써 우리나라가 ‘강대국 사이의 종속 변수’를 넘어 ‘질서의 설계자’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 책이 보여준 입체적 통찰을 통해 우리나라가 대전환의 파고를 넘어 당당히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중견국을 넘어 ‘중강국’이 되기를 희망한다. 지식과 전략이 결합할 때 비로소 우리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외전략과 국가 정책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