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딩 이미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전체메뉴

국회도서관 홈으로 책이야기 금주의 서평

금주의 서평

금주의 서평 상세보기 - 서평, 서평자, 발행사항에 관한 정보
서평 1조 달러 전쟁 기계의 진화 : AI 시대 군산복합체와 미국 외교정책의 구조적 함정
서평자 전재성 발행사항 787호(2026-07-22)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 트럼프와 1조 달러 전쟁 기계의 야망

  • - 청구기호 : 355.62260973-26-1
  • - 서명 :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 트럼프와 1조 달러 전쟁 기계의 야망
  • - 저자 : 윌리엄 D. 하텅, 벤 프리먼
  • - 발행사항 : 부키

목차

프롤로그 : 군비합중국의 탄생
1부 고장 난 전쟁 기계
     1장 미국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무기 딜러가 되었나
     2장 ‘민주주의의 병기창’에서 ‘끝없는 전쟁 공장’으로
     3장 아마겟돈 속 폭리 취득자들
     4장 죽음을 파는 상인들
2부 전쟁 기계의 비용
     5장 해외에서는 끝없는 전쟁, 국내에서는 끝없는 비용
     6장 해외 군사기지와 군사 과잉 확장의 비용
3부 전쟁 기계의 판매
     7장 전쟁 기계의 로비스트들은 어떻게 워싱턴을 설득하는가
     8장 조작된 합의 : 매수될 준비가 되어 있는 싱크탱크
     9장 미국 과학의 군사화 : 상아탑 매수하기
     10장 미디어 포섭 : 프로파간다로 전쟁 기계에 힘 실어주기
     11장 마음과 정신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 : 할리우드와 전쟁 세탁
     12장 군대를 더 ‘디즈니스럽게’ 만들기 : 펜타곤과 게임산업
4부 전쟁 기계의 미래
     13장 멋지고 새로운 전쟁 기계 : 빅테크와 군수산업의 미래
     14장 전쟁 기계에서 평화 기계로
에필로그 : 머스크 · 트럼프 시대의 전쟁 기계

서평자

전재성(서울대학교 외교학과 교수,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서평

1조 달러 전쟁 기계의 진화 : AI 시대 군산복합체와 미국 외교정책의 구조적 함정

“ ··· 오늘날 전쟁 기계는 의회 의원 1명당 로비스트 거의 2명을 붙이고 로비 자금 27만 5,000달러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 이에 비추어 보면 펜타곤 계약업체들은 의원들이 받는 세비보다 더 큰 금액을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쓰고 있는 셈이다.” - 126~27쪽  
 
 
1961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퇴임 연설에서 군산복합체의 부당한 영향력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남긴 바 있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이 책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방 예산 1조 달러를 공언하는 시점에서 그 경고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방대한 자료와 함께 해부한다. 저자들의 핵심 주장은 단순하지만 충격적이다. 오늘날의 전쟁 기계(War Machine)*는 아이젠하워가 우려했던 군산복합체의 결합을 훨씬 뛰어넘어, 의회 로비, 싱크탱크, 대학, 언론, 할리우드, 게임 산업, 그리고 실리콘밸리까지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촘촘한 영향력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냉전 절정기보다 1,000억 달러 이상의 국방비를 쓰면서도 현역 병력과 해군 함정, 공군 전투기는 절반 수준에 불과한 기형적 구조, 즉 더 많이 쓰고 덜 얻는 시스템이 유지되는 현실이다. 
 
‘고장 난 전쟁 기계’로서 방위 조달의 비효율, 750개 해외 군사기지 유지에 드는 연간 550억 달러의 부담, 로비와 싱크탱크 · 대학 · 미디어 · 문화산업에 걸친 ‘동의의 제조’ 메커니즘, 그리고 AI 시대의 새로운 군산복합체의 출현 등이 핵심 주제이다. 2024년 한 해에만 방산업체들은 1억 4,800만 달러를 로비에 지출하고 945명의 로비스트를 운용했으며, 이는 의원 1인당 대략 2명의 로비스트와 27만 5,000달러의 로비 자금에 해당한다. 공화 · 민주 양당을 막론하고 역대 모든 대통령이 평화를 공언하면서도 전쟁을 멈추지 못하게 만드는 근본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기존 군산복합체 비판론과 차별화되는 가장 중요한 논의는 인공지능과 빅테크가 새로운 전쟁 기계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는 현실을 지적하는 데 있다. 팔란티어, 안두릴, 스페이스X 등 실리콘밸리의 방위 스타트업들은 자율 무기 군집 드론, AI 기반 표적 선정 시스템, 인간의 개입 없는 킬체인 자동화를 앞세워 기존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등의 방산 공룡들과 패권을 다투고 있다. 저자들은 대형언어모델(LLM)을 포함한 첨단 AI가 군사 작전과 통합되는 속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AI 기반 핵 지휘통제 시스템이 우발적 전쟁의 위험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술 낙관론에 편승한 ‘테크노 밀리터리즘’이 전략적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AI 시대 군산복합체의 가장 새롭고 심각한 위협이다. 
 
또한 이 책은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와 동맹국 로비의 역학에도 날 선 분석을 제공한다. 80개국에 걸친 750개 해외 기지는 단순한 방위 네트워크가 아니라 군산복합체의 지정학적 지지대이며, 이라크 · 아프가니스탄 · 시리아 · 리비아 등지에서의 군사 개입을 가능케 한 물리적 토대였다. 특히 한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사례도 지적하는데 동맹국의 로비 정치가 미국의 군사 전략과 맞물리는 방식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이 국가들이 자국 내 미군 기지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수백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쏟아붓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방산업체 · 외국 정부 · 로비스트가 촘촘히 연결된 ‘회전문’ 구조가 작동한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 책의 논지에는 몇 가지 비판적 질문이 필요하다. 군산복합체는 미국 외교정책을 규정하는 중요한 변수이지만 유일한 변수는 아니다. 미중 전략 경쟁의 구조적 압력, 동맹 역학, 국내 정치의 당파적 균열 등 복수의 변수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며 미국의 대외전략을 형성한다. 저자들의 군산복합체 중심 설명 틀은 이러한 다변수적 현실을 단순화할 위험이 있다. 또한 처방 부분에서 ‘광범위한 평화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다소 규범적인 제안에 머무는 것도 아쉽다.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방산 기업의 이윤 추구를 용인하면서도 그것이 전쟁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차단하는 정치경제학적 설계, 즉 군비 전환 정책이나 방산 조달의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에 대한 더 깊은 논의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의 관점에서 이 책이 주는 함의는 적지 않다. 세계 10위권의 방위산업 수출국으로 급성장한 한국은 더 이상 군산복합체의 외부 관찰자가 아니다. 이 책은 한국이 방위산업의 성장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외교 자율성과 평화 지향적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것을 요구한다. 
 
______________ 
*전쟁 기계(War Machine) : 군산복합체를 확장한 개념으로, 군과 방위산업체뿐 아니라 정치권, 대학, 언론, 영화·게임 산업, 스포츠 등 전쟁을 정당화하고 지원·확산하는 사회 전반의 이해관계와 제도적 네트워크를 의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