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도 불안이 그대로다? 제가 백만 원 드립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즐거움이야말로 현대인에게 가장 결핍된 필수 영양소 비타민 S(social)다. 외로움이 건강에 미치는 타격은 생각보다 크다. ··· 고립된 채 완벽한 식단을 먹는 것보다, 조금 헐거워도 함께 먹는 것이 낫다.” - 314쪽
위의 제목을 읽고 ‘정말 백만 원을 준다고?’라고 생각한 사람은 굳이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건강 불안 알고리즘과는 거리가 먼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많이 보던 광고 같은데?’라고 생각한 독자라면, 여러분이야말로 이 책『건강 구독 사회』를 읽어야 한다. 건강을 ‘소비’하고 불안을 ‘구독’하는 알고리즘에 이미 접속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이거 먹고도 노안이 그대로다? 제가 백만 원 드립니다.”
“딱 1주일 만에 7kg 이상 안 빠지면 전 재산 드립니다.”
“이거 먹고도 지루성 두피염 안 없어지면 제가 백만 원 드릴게요.”
“성장인자를 먹이면 엄마 아빠 키가 작아도 무조건 180cm 이상으로 키가 커요.”
유튜브 광고 중 필자가 느끼기에 너무나도 터무니없어 기가 차기까지 한 몇몇 문구들이다. ‘누가 이런 허황된 소리를 하나’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광고 문구들이 바로 ‘건강 구독 사회’의 신상품이다. 차마 얼굴을 드러내놓고 하기엔 부끄러웠는지 제법 전문가다운 면모의, 그렇지만 AI로 만든 티가 팍팍 나는 얼굴들이 나와서 이와 같은 허황된 말들을 해댄다. 건강 구독 사회가 내놓은 이런 신상품 이전에도 비슷한 현상은 계속 이어져 왔다. 온갖 첨가물과 특정 성분들에 대한 공포 마케팅이 있었고, 먹기만 하면 어떤 병이라도 금방 나을 것처럼 이야기하는 일명 쇼닥터들의 아침 방송과 홈쇼핑 협찬 공격이 있었으며, 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들의 건강 판타지 체험담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바야흐로 우리는 ‘건강 구독 사회’에 진입했다. 엉뚱한 불안과 과장된 효능에 대한 믿음으로 건강을 마치 서비스처럼 소비하는 사회 말이다.
‘건강 구독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단순한 건강 불안만이 아니라 “지금 이대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나아져야 한다.”라는 강박에도 시달린다. 그래서 효능이 분명한 ‘약’보다 효능이 불분명한 ‘영양제’를 더 선호한다. 몸을 치료하기보다 몸을 원하는 대로 ‘튜닝’하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과감하게 지갑을 열고 투자한다. 분명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과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정체불명의 상품들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은 점점 커져만 간다. 몸은 물론 마음마저 빼앗긴 셈이다.
약사이자 푸드라이터인 정재훈의 저서『건강 구독 사회』는 현대인들이 건강 관련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을 정면으로 다룬다. 각종 건강기능식품부터 현재 가장 뜨거운 비만치료제와 웨어러블 연속 혈당계에 이르기까지 음식, 의약품, 의료기기를 폭넓게 넘나든다. 게다가 방대한 분량의 논문들로 뒷받침된 탄탄한 근거자료 조사는 건강을 구독하는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것이 과연 효과적이고 효율적인지, 우리가 몸에 대해 갖고 있는 불안이 정말 정당한 것인지, 돈을 주고 구매하려는 것들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이 책은 매우 꼼꼼하게 논증한다.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엉터리 광고에 속는 무지한 사람들을 준엄하게 꾸짖는 내용일 것이라는 우려는 안 해도 된다. 이 책은 독자를 나무라거나 비웃지 않는다. 오히려 건강마저 ‘구독’하게 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차분한 어조로 설명하고, 괜한 불안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대안을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은 올바른 정보를 받으면 기꺼이 잘못된 믿음을 수정하기 마련이다.’라는 저자의 믿음이 책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단순하면서도 분명한 대안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 어쩌면 우리가 유치원에서 이미 학습했을지 모르는 - 것은 “성분을 넘어 먹는 행위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말이다. 저자는 ‘비타민 S(social)’, 즉 ‘함께’ 식사하는 즐거움이야말로 우리에게 결핍된 바로 그 본질이라고 이야기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사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영양소가 아니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먹는 시간과 관계의 온기인지도 모른다. (물론 일반적으로 한국인에게 칼슘과 비타민 D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끝으로 이 책『건강 구독 사회』를 읽고 난 뒤에도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해서 필자가 서두에서 제시한 ‘백만 원’을 직접 독자에게 주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이왕 책까지 구입해 읽었으니 반드시 뭐라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독자가 있다면 필자와 함께 또 이 책의 저자와 함께 ‘비타민 S(social)’를 섭취하는 선에서의 타협을 제안한다. 그 정도는 가능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