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 혼자의 시대, 함께를 묻다
“산업구조라는 거대한 판의 이동 위에서 우리는 더욱 쉽게 혼자 사는 삶을 택하기 시작했다. ··· 만약 홀로 사는 삶이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라면, 이 그림자 또한 결국 개인이 책임져야 할 몫일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 흐름의 결과라면, 그럼에도 우리는 이 모든 위기를 혼자 감당해야만 하는 것일까?” - 34쪽
그간 1인가구에 대해 이루어져 온 많은 연구들은 주로 규모와 분포, 혼자 살게 된 이유, 일상의 어려움과 같은 삶의 실태를 평균이라는 대푯값으로 보여주곤 했다. 물론 그런 양적 연구 결과들은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개개인의 삶을 이루는 구체적인 진실을 지워버리는 한계도 있다. 같은 1인가구라 해도 누군가는 자유를 만끽하고, 누군가는 성취를 이루며, 또 다른 누군가는 외로움과 불안을 견디며 살아간다. 그러나 평균이라는 수치는 이처럼 서로 다른 삶의 표정과 온도를 좀처럼 드러내지 못한다. 이 책은 단 하나의 값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다양한 1인가구들의 개별적 참값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고, 진실한 응시와 깊은 경청을 통해 ‘필연적 혼자의 시대’에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도록 이끈다.
책이 먼저 시선을 향하는 곳은 노동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경쟁적인 노동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에 나를 갈아 넣는 삶을 택한 싱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혼자 사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을 ‘나의 정체성’이자 ‘내 인생의 전부’로 여기게 되는 것이 개인의 자발적 선택만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사회의 통치성이 작동한 결과임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이어지는 3장에서는 여가 시간마저 자기계발에 쏟고, 소진된 몸과 마음을 회복하여 다시 생산에 뛰어들기 위한 자기재생산(self-reproduction)으로 활용하는 혼자 사는 노동자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들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숨이 가빠지고 에너지가 소진되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4장에서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자본론*을 렌즈 삼아 1인가구의 경제자본, 사회자본, 문화자본의 수준과 조합에 따른 삶의 색채를 들여다본다. 저자는 특히 오늘날 1인가구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체화된 문화자본을 ‘생활역량’으로 새롭게 해석하며,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인간관계와 생활역량이 부족한 무채색의 삶과, 반대로 물질적으로는 부족하더라도 살림을 꾸릴 줄 알고 지인들과 꾸준히 관계를 이어가는 다채로운 삶을 대조한다. 이러한 대비는 ‘얼마를 버는가’보다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이루는 자본의 목록을 조용히 돌아보게 만든다.
5장〈왜 셰프도 혼자 살면 라면만 먹을까?〉에서는 혼자서는 살림이 어려운 이유를 ‘봐주는 사람’의 부재로 설명한다. 살림과 돌봄은 본디 애정에서 비롯되는 행위이므로 1인가구의 자기돌봄은 역설적이며 실패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능숙한 요리사라도 자신을 위해 상을 차리는 일은 쉽지 않다.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들이는 정성이 막상 자기 자신을 향할 때는 좀처럼 발휘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1인가구가 스스로 잘 돌보기 위해서는 인격적 관계를 기반으로 한 돌봄공동체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7장에서는 ‘조카 바보’ 즉 조카를 통해 확장되는 비혼 1인가구의 가족관계를 조명한다. 저자는 비혼 1인가구가 ‘고모’, ‘이모’, ‘삼촌’이라는 새로운 호칭을 얻으며 조카를 가족의 범위 안으로 받아들이고, 가족에 대한 인식 또한 원가족에서 확대가족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어 부모의 죽음 이후 관계망이 축소되는 생애의 변화를 함께 살펴보며, 1인가구의 가족관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러 논의는 삶의 끝까지 확장된다. 혼자 사는 삶의 끝에는 늙음과 질병, 그리고 죽음의 문제가 놓여 있다. 부모가 사라진 뒤 더 급격히 축소되는 관계망, 가족이 없는 사람에게 유독 가혹하게 다가오는 노후의 불안, 마지막 순간과 그 이후를 누가 함께할 것인가 하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처럼 저자는 1인가구에 대한 관찰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공동체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이 책은 요란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오래 들여다본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노동과 여가와 살림을, 그리고 일생에 걸친 가족의 형성과 분해 이후 남겨지는 삶의 끝을 …. 그것은 누군가의 이야기이면서, 머지않아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그 얼굴들이 남는다. 그리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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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2002)는『자본의 형태』(1986)에서 자본을 경제·사회·문화자본으로 구분하고, 문화자본은 제도화·객관화·체화된 문화자본으로 유형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