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딩 이미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전체메뉴

국회도서관 홈으로 책이야기 금주의 서평

금주의 서평

금주의 서평 상세보기 - 서평, 서평자, 발행사항에 관한 정보
서평 풍요 속 결핍, 생산하지 못하는 미국의 딜레마
서평자 강구상 발행사항 790호(2026-08-12)

어번던스 : 결핍을 넘어 풍요로운 사회를 위한 해법

  • - 청구기호 : 330.9730905-26-2
  • - 서명 : 어번던스 : 결핍을 넘어 풍요로운 사회를 위한 해법
  • - 저자 : 에즈라 클라인, 데릭 톰슨
  • - 발행사항 : 한국경제신문

목차

서론: 결핍을 넘어
1. 성장
2. 건설
3. 통치
4. 발명
5. 실행
결론: 풍요를 향해

서평자

강구상(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 연구위원)

서평

풍요 속 결핍, 생산하지 못하는 미국의 딜레마

“동시에 너무 많은 목표를 달성하려는 정부는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하고 만다.” - 156쪽  
 
『어번던스』는 오늘날 미국 경제가 직면한 역설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이 책은 세계 최대의 경제 규모와 기술 혁신 역량을 보유한 미국이 주택 부족,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 지연, 혁신 둔화라는 문제를 겪게 된 원인을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미국 사회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이 책은 앞선 질문의 해답을 단순한 시장 실패나 자원 부족이 아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의 약화’에서 찾는다. 
 
미국은 19세기 후반 영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이후, 줄곧 ‘혁신’을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혁신 역량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미국 연방정부는 특히 국방부 중심으로 민간 부문에 대한 과감한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새로운 발명을 장려했지만, 최근에는 성과 창출 가능성이 높은 연구에 지원이 집중되면서 연구자들의 행태도 점차 보수적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과적으로 ‘안전한 연구’는 증가시켰지만, ‘획기적인 혁신’의 가능성은 오히려 낮추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책이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규제와 절차가 만들어낸 ‘구조적 병목’이다. 민주당을 지지해 온 리버럴 성향의 저자들이,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도 복잡한 절차와 규제를 확대해 온 민주당의 정책 기조를 비판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저자들은 환경 보호, 지역사회 참여, 절차적 정당성 등 긍정적인 목적에서 출발한 정책들이 지나치게 복잡한 규제 체계로 발전하면서 결과적으로 공급을 제약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주택 건설, 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같은 프로젝트는 수많은 인허가 절차와 소송 리스크, 행정 비용에 가로막혀 지연되기 일쑤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주택 부족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토지 이용 규제와 기존 주택 소유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실제 공급은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정부 축소’만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저자들은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정책 운영 방식은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한다. 즉, 재정 지출이나 산업정책의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실질적인 생산과 건설로 이어지게 할 ‘국가 역량(state capacity)’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2023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유조차 화재로 붕괴된 I-95 고속도로 교량을 불과 12일 만에 임시 복구한 사례는, 규제와 절차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경우 정부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환경정책이 오히려 친환경 에너지 설비 구축을 지연시키는 역설 역시 주목할 만하다. 환경 보호를 위한 법과 규제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의 추진을 가로막는 상황은 오늘날 정책 설계가 직면한 근본적인 딜레마를 드러낸다. 이는 단순히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과 산업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구조적 과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하면,『어번던스』는 ‘분배’ 중심의 정책 논의에서 ‘생산과 공급’ 중심의 접근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등 전략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결국 국가 간 경쟁은 누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산 역량을 구축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주장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규제 완화가 환경 훼손이나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유효하다. 또한 공급 확대만으로 정치적 양극화나 분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오늘날 미국이 직면한 현실을 ‘풍요 속 결핍’이라는 역설로 설명하며, 무엇을 얼마나 공정하게 나눌 것인가 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더 많이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결국『어번던스』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충분히 부유한 사회임에도 왜 우리가 체감하는 풍요는 부족한가. 저자들은 그 해답을 ‘분배’가 아닌 ‘생산’에서 찾는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미국뿐 아니라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오늘날 각국의 정책 담론 형성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