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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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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공학도의 나라, 중국 vs 법률가의 나라, 미국
서평자 김흥규 발행사항 791호(2026-08-19)

브레이크넥 : 변호사의 나라 미국과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은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는가

  • - 청구기호 : 327.52073-26-1
  • - 서명 : 브레이크넥 : 변호사의 나라 미국과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은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는가
  • - 저자 : 댄 왕
  • - 발행사항 : 웅진지식하우스

목차

1장. 공학자가 만드는 나라 vs 법률가가 이끄는 나라
2장. 더 크고 더 길게, 숫자에 집착하는 베이징의 설계자들
3장. 기술 강국 중국은 왜 제조업에 목숨을 거는가
4장.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회 실험, 한 자녀 정책
5장. 공학적 통제의 정점, 제로 코로나
6장. 벽을 쌓아가는 중국
7장.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서평자

김흥규(국립외교원장)

서평

공학도의 나라, 중국 vs 법률가의 나라, 미국

“중국은 무언가를 세우고 만드는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 공학자 중심 국가로서 
··· 그동안 새로운 중국을 지배해온 건 다름 아닌 공학자와 기술자였다.” - 29쪽 
“이와는 반대로 미국은 법률가의, 법률가에 의한, 그리고 법률가를 위한 정부만 존재한다.” - 31쪽
 
 
댄 왕(Dan Wang)의 저서『브레이크넥(Breakneck)』은 기술지정학의 시대에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중국의 성장을 기록한 보고서가 아니라, ‘물리적 세계에서의 기술력’이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지를 다룬 인문학적 경제서이다. 현대 중국의 기술 발전과 그 이면에 숨겨진 국가적 의지, 그리고 그것이 세계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날카롭게 파고든 역작이다. ‘공학도의 나라 중국이 기술적으로 성장했다’는 평범한 관찰을 넘어, 왜 중국의 발전 방식이 법률가의 나라 미국을 추월하고 서구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는지를 분석한다.  
 
이 책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서구의 믿음과는 달리, ‘하드웨어’와 ‘제조 역량’의 전략적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우리는 흔히 ‘혁신’이라고 하면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를 떠올린다. 서구의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인 정치 · 문화 분위기가 이런 천재들과 창의성이 나오게 한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저자는『브레이크넥』을 통해 혁신의 정의를 ‘집단적 학습’과 ‘실행의 연속성’으로 옮겨놓는다. 이 책은 공학도의 나라 중국이 서구의 기술을 단순히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 제조 공정 자체를 최적화함으로써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비용 대비 효율성을 구축했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저자는 중국이 어떻게 단순한 조립 공장을 넘어 정교한 공급망과 숙련된 기술 생태계를 구축했는지 설명하며, 실제 물건을 만드는 능력이 국가의 진정한 실질적 힘(Hard Power)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많은 선진국이 제조업을 ‘더럽고 힘든 구시대의 산업’으로 치부하며 해외로 외주화했다. 중국인들은 끈기 있게 복잡한 기계 장치를 만지고, 반복하며, 개선하는 과정에서 혁신의 지식을 축적했다.『브레이크넥』은 이러한 현장의 가치를 복원한다. 특히 반도체, 전기차,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이 보여준 폭발적인 성장세를 데이터와 사례로 입증한다. 서구의 시장과 효율 중심 이론과는 달리 중국에서 국가 주도의 자본 투입이 어떻게 파편화된 산업을 하나의 강력한 클러스터로 묶었는지를 분석하는 과정이 매우 치밀하다. 
 
매튜 에반젤리스타나 야노스 코르나이 같은 많은 서구 분석가들이󰡒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는 혁신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예측할 때, 이 책은 ‘중국식 혁신’이 실존함을 증명했다. 이는 독자들에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세상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유연한 시각을 제공한다. 저자는 중국의 성공을 단순히 권위주의의 결과로만 보지 않고, 국가적 목표가 분명하고, 산업 생태계가 완벽하게 정렬되었을 때 나타나는 폭발적인 시너지임을 조명한다. 전기차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광산 확보부터 배터리 제조, 충전 인프라까지 수직 계열화한 중국의 전략은 오늘날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이한 인류에게 ‘목표 지향적 혁신’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저자는 기술을 고립된 섬으로 보지 않는다. 수많은 협력업체와 부품사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선전이나 상하이의 생태계를 묘사하는 대목은 이 책의 백미이다. 그는 중국의 성공이 개별 기업의 승리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경쟁적이면서도, 상호 의존적인 수천 개의 기업이 만들어낸 ‘유기적 생태계의 승리’임을 강조한다.󰡒혁신은 단지 실험실에서 나오는 영감이 아니라, 공장 바닥에서 수만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되는 공정 그 자체에 있다.󰡓는 구절은 이 책의 내용을 정의한다. 저자는 가치나 이데올로기적인 선입견을 배제하고 중국이 ‘브레이크 넥(파격적인 속도)’을 유지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과 그 결과로 얻은 압도적인 경쟁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미중 갈등은 단순히 무역 전쟁이 아니라, 미래의 표준과 물리적 생산 수단을 누가 통제하느냐의 싸움임을 규명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 가져오는 위협을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잊고 있었던 현장의 가치, 공정의 힘을 되새기며, 국가와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미있는 영감을 제시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미중 전략경쟁의 내면적 서사, 기술과 정치가 얽힌 복잡한 현대사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 혹은 제조업의 미래와 글로벌 공급망의 향방을 고민하는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통찰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