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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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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북한 비핵화 30년 실패사(史)
서평자 이찬송 발행사항 794호(2026-09-09)

폴아웃 : 미국은 왜 북한 비핵화에 실패했나

  • - 청구기호 : 327.7305171 -26-1
  • - 서명 : 폴아웃 : 미국은 왜 북한 비핵화에 실패했나
  • - 저자 : 조엘 S. 위트
  • - 발행사항 : 메디치미디어

목차

프롤로그: “과거는 지나간 것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를 붙들고 있을 뿐이다.”
1장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보는 겁니까?”
2장 “우리 주변의 세상은 변하고 있다.”
3장 “존 볼턴이 옳았다는 건가?”
4장 “규칙은 반드시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 위반에는 처벌이 따라야 한다. 말에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5장 “제발, 제발,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는 외국인입니다.”
  -중간 생략-
  15장 “이것은 단순한 또 하나의 협상이 아니었다.”
16장 “쥐똥 같은 하찮은 나라”
17장 “김 위원장과의 다음 정상회담을 고대하며”
18장 “대통령 측의 약간의 절박함”
19장 “차라리 내가 직접 콘크리트를 들이붓고 싶군요.”
20장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를 넘어 ‘훨씬 더 어두운 방향’”
에필로그: “내가 다시 돌아오는 걸 그는 기뻐할 것 같다.”

서평자

이찬송(세종연구소 핵전략, 미국외교정책 연구위원)

서평

북한 비핵화 30년 실패사(史)

“오바마 행정부 초기만 해도 단 하나의 핵무기와 일본에 도달할 수 있는 몇 기의 미사일을 보유하는 데 그쳤던 북한이, 어떻게 미국 본토의 도시들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고를 갖추게 되었는지를 추적해왔다. 이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 - 573쪽  
 
1차 북핵 위기가 촉발된 1990년대 초부터 지난 30여 년 동안 한·미 양국은 북한 비핵화에 실패했다. 탈냉전의 도래 속에 위태롭던 북한은 핵무장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 과정은 매우 위험했고, 타협과 반목의 굴곡진 서사 속에 중대한 변곡점들을 거쳤다. 그리고 이제 북한 최고 지도자는 중국, 러시아 정상들과 어깨를 맞대고, 미국 대통령의 회담 요청을 받으며, 한국과 일본에 짙은 강압의 그늘을 드리울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북한은 이 도박에 성공했는가? 반대로, 한국과 미국은 왜 북한 비핵화에 실패했는가? 
 
학계에서는 북한의 핵 보유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위협 대응론, 협상론, 체제 결속론, 강압 외교론, 위신론 등 다양한 이론들을 제시해왔다. 이 책의 저자 조엘 위트(Joel S. Wit)는 이 가운데 위협 대응론과 협상론의 관점에서 문제를 조명하며, 미국 행정부들의 오만과 선입견, 무지와 오판에 의한 협상 실패가 결국 비핵화 실패를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원제『Fallout』은 ‘여파’ 또는 ‘후폭풍’을 의미하며, 핵 분야에서는 ‘낙진’을 가리킨다. 지정학적 불안과 경제 현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미국의 협상 실패 속에 강화되었으며, 그 낙진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거세졌다. 그러나 저자는 장기적 목표로서의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는다. 비핵화 실패의 역사 속에 쌓인 낙진을 딛고, 전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저자는 1994년 제네바 합의 과정에 직접 관여하고 이후 합의 이행을 담당하는 등, 지난 30여 년 동안 북한 핵 문제를 추적해 온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1999년 금창리 사찰을 마지막으로 국무부 관료 신분을 벗고, 2011년 11월 평양 방문, 2013년과 2016년 최선희와의 조우 등 트랙 1이 막힐 때마다 트랙 2 전문가로서 돌파구 마련에 일조했다. 저자가 공동 설립한 북한 전문 매체 38 North는 북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제공하고 있으며, 저자가 30여 년간 축적해 온 방대한 지식과 현장 경험은 책의 서술에 깊이를 더한다.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냉혹하다.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무산, 부시 1기 행정부의 ‘악의 축’ 규정, 2002년 미·북 제네바 합의 파기,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 금융 제재 등은 비핵화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 무엇보다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에 대한 비판이 가장 혹독하다. 당시 아랍의 봄으로 중동 지역의 정권 교체가 이어졌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붕괴를 직접적으로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란과 달리 북한을 성가신 문제로 취급하고, 중국의 대북 압박에 의존하는 등 전략적 오판을 내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역시 최대 압박이라는 비현실적인 정책으로 첫 단추를 잘못 끼웠지만, 이전 행정부와 달리 북한에 먼저 손을 내민 것 자체에 대해 저자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트럼프의 서신 외교를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동시에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위협의 급격한 증대에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 도널드 트럼프는 그 위협을 선제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한다.(574쪽) 트럼프의 충동성은 2018년 이후 김정은과의 세 차례 정상회담으로 이어졌지만, 동시에 그의 참을성 부족으로 하노이 회담에서 합의 기회를 놓쳤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물론 저자의 대화론적 시각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미국의 대북 접근은 결코 북한 비핵화라는 단일 목표에 함몰되지 않았으며, 때로는 역사적 우연과 국제정세의 변화가 비핵화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저자도 이 책에서 지적하듯 북한의 도발 역시 협상 실패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의 대북 접근에 관한 평가들은 다양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저자의 서사는 일관되고 설득력 있다. 집필을 위해 수십 권의 회고록과 수백 건의 인터뷰를 활용한 이 책의 사료적 가치 또한 분명하다. 그렇기에 저자의 견해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북한 비핵화 정책의 실패를 연구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다만 이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이 실패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끝내기 위한 것이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