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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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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숲은 문명의 어머니, 문명은 숲 파괴자 : 보호하고 가꾸고 활용하는 신산림 문명
서평자 김택환 발행사항 799호(2026-10-21)

숲과 문명 : 숲이 물러난 자리에 새겨진 5,000년의 기록

  • - 청구기호 : 333.75-26-4
  • - 서명 : 숲과 문명 : 숲이 물러난 자리에 새겨진 5,000년의 기록
  • - 저자 : 존 펄린
  • - 발행사항 : 더퀘스트

목차

머리말: 숲을 잃어버린다는 의미
1. 나무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구세계
2. 중국, 인도, 메소포타미아
3. 청동기시대 크레타와 크노소스
4. 그리스 미케네 문명
5. 키프로스
6. 고대 그리스의 고전주의, 헬레니즘
7. 로마
8. 아프리카
9. 지중해의 무슬림 세계
10. 베네치아공화국
11. 잉글랜드
신세계
12. 마데이라제도, 서인도제도, 브라질
13. 아메리카
맺음말: 숲의 경고는 계속된다

서평자

김택환(미래전환정책연구원장)

서평

숲은 문명의 어머니, 문명은 숲 파괴자 : 보호하고 가꾸고 활용하는 신산림 문명

“숲은 현재에도 그렇고 미래에도 보존만 할 것이 아니라 활용해야 하며 ··· 목재를 얻는 동시에 숲의 다양한 이점들은 온전히 유지하는 산림관리 체계를 추구했다.” - 595쪽  
 
 
벽돌처럼 두꺼운 존 펄린의 책『숲과 문명』을 관통하는 핵심 명제는 “문명이 부흥한 곳에는 숲이 있었고, 숲이 사라진 곳에서는 문명도 파괴되었다”는 ‘숲의 역설(Paradox)’이다. 3억 8,500만 년 전에 출현한 최초의 나무 아르케옵테리스는 광합성 작용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을 뿐 아니라 탄소를 가두어 석탄을 남기고, 뿌리로 물을 끌어올려 먼 곳까지 비를 보내는 공생을 시작했다. 숲은 문명의 시작이자 어머니이며,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야 할 환경이다. 
 
목재는 불의 원료이자 농기구의 재료였으며, 제련, 유리·벽돌 제조, 건축, 군수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문명의 거의 모든 산업은 산림 활용에서 시작되었다. 저자는 고대 수렵·채집인이 사용한 도구의 대부분이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석기시대는 목재시대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 역시 나무와 석탄이라는 연료가 금속 제련에 필수적이었다는 점에서 석탄시대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숲을 베어 농경지를 만들고 도시와 산업을 발전시켜 온 과정은 문명 발전사인 동시에 산림 파괴의 역사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산림 발전사를 넘어 인류가 어떻게 숲의 나무를 이용해 문명을 만들었고, 숲을 잃으면서 문명의 종말을 맞이했는지를 보여주는 ‘숲과 나무로 다시 쓴 세계 문명사’다. 즉, 왕들의 이름이나, 총·균·쇠,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서술해 온 기존의 문명사와 달리, 산림이라는 다른 시각에서 문명의 역사를 바라보며 숲이 문명의 흥망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저자의 서술은 놀라울 정도로 반복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풍부한 숲을 바탕으로 인구와 산업이 성장하면 목재 수요도 급증한다. 그 과정에서 산림이 빠르게 훼손되고 토양 침식과 자원 고갈이 뒤따르면서 문명의 기반도 약화된다. 이처럼 숲이 문명의 성장과 쇠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숲에서 베어낸 방대한 양의 목재가 없었다면, 수메르, 아시리아, 이집트, 중국, 크노소스, 미케네, 고대 그리스, 로마, 서유럽, 북미의 위대한 문명들이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 나무야말로 우리를 돌멩이와 뼈다귀의 문화에서 현대로 데려다준 기술혁명의 숨은 영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고대 문명에서 현대 산업사회까지의 문명 역사를 ‘숲과 인간의 관계’라는 하나의 렌즈로 들여다본다. 1989년 초판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되었으며, 환경·보전 관련 도서를 주로 출간해 온 파타고니아가 펴낸 최신 개정·증보판을 바탕으로 올해 국내에 다시 소개되었다. 개정판에서는 숲을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닌 문명의 형성과 지속을 좌우해 온 핵심 자산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지난 5,000년 동안 인류가 지구 숲의 절반가량을 파괴해 왔으며, 산림이 고갈되고 석탄과 석유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해 오늘날의 기후 위기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숲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저자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2억 5,200만 년 전 대규모 화산 폭발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급증했을 때 숲이 사라지자, 곤충과 파충류, 초기 포유류까지 연쇄적으로 멸종한 역사가 있다. ​이러한 숲의 소멸로 인한 문명의 몰락을 보여주는 사례로, 저자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학작품이자 숲의 비극을 담은 이야기인 
〈길가메시 서사시〉를 인용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는 과거 문명이 범했던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으로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부터 현대 미국의 진보 산림학자 기퍼드 핀쇼에 이르기까지 “숲은 현재와 미래에도 보존만 할 것이 아니라 활용해야 하며 (···) 목재를 얻는 동시에 숲의 다양한 이점을 온전히 유지하는” 산림관리 체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문명사로서 아쉬운 점도 있다. 1989년 초판에 대해《LA Times》는 “방대한 자료와 독창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역사적 추론에 비해 인용 및 미래 대안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의 관점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한국의 숲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민둥산에서 푸른 숲으로 산림녹화에 성공해 국토 63%가 숲이지만 ‘K-문명은 아직 미완성’이다. 저자의 주장대로 ‘개발’(모두베기)이 아니라, 숲을 가꾸고 목재를 활용해 우리도 새로운 문명을 꽃피워야 할 것이다. 이것이 숲을 국가의 중요한 자산으로 보고, 숲을 통해 새로운 국가의 부와 번영을 만들어가는 ‘신산림국부론’의 실현이 필요한 이유다.